변한 것 없는
며칠 전에 우연한 계기로 고등학교 때의 기억을 소환하게 되었다. 그리고 예나 지금이나 변한 것이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것은 나 자신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었다. 주변의 〈공기〉에 관한 것이었다. 나는 고등학교 때 주변 사람들에게 그들의 〈꿈〉에 대해 물었다. 어떤 이는 물리학자, 또 다른 어떤 이는 공학자라고 했다. 그러나 그들이 열거한 모든 〈꿈〉이란 그저 〈직업〉, 그러니까 그들이 불릴 수 있는 하나의 직함에 불과했다.
이해하기 어렵다고 나는 생각했다. 자신의 존재 이유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해본 적이 없는 것인가하는 의심이 들었다. 지금과도 마찬가지로 당시의 나는 불확실함의 연속이라는 일상, 불합리의 연속이라는 일상 속에서 살고 있었기 때문에 혼란스러웠다. 내가 궁금했고, 따라서 이해하고 싶었던 것은 다른 이들은 과연 이러한 혼란을 겪지 않고 있는 것인지, 만일 그렇다면 어떠한 논리의 귀결로서 혼란이 종결될 수 있었던 것인가였다. 그러나 여러 해가 지나도록, 그리고 대학에 온 지금까지도 그들은 과연 무슨 생각을 했는지 나로서는 여전히 알 수가 없다. 여전히 주변 사람들은 확신에 찬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나는 확실한 것은 아무것도 없고, 배우는 것이 늘어날수록 뼈저리게 나 자신이 모른다라는 단 하나의 사실만 깨닫는다.
즉 예나 지금이나 변한 것이 없다. 나는 여전히 무지와 무능 속에 있다. 이것은 하나의 운명이다. 합리에 대한 향수를 간직하기에, 비합리의 연속이라는 세계 속에서 계속 살아나가는 인간의 운명. 그 운명을 직시하는 것이 중요하다. 나는 도피하고 싶지 않다. 나는 계속해서 뼈저리도록 내가 모른다는 그 사실 하나만큼을 되새기고 또한 기억하면서 싸워나가고 싶은 것이다. 직업은 중요하지 않다. 〈꿈〉은 과연 미래에 내가 무엇을 할 것인가를 생각했기 때문에 나오는 산물인 것인가? 보다 먼저 대답되어야 할 질문들이 있지 않은가. 그 질문들은 지금 어디에 있는가, 그들에게는 어디에 있는가. 고등학교나 대학이나 별 차이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