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꽃 헤는 밤
이하의 내용은 2025. 9. 27. 서울 한강 일대에서 진행된 ‘2025 서울세계불꽃축제’를 보면서 들었던 20시 경의 생각들을 짧게 기록해둔 것임을 밝힙니다.

계절이 지나가는 하늘에는
가을로 가득 차 있습니다.
나는 아무 걱정도 없이
가을 속의 불꽃들을 다 헤일 듯합니다.
눈동자에 하나둘 새겨지는 불꽃을
이제 다 못 보는 것은
불현듯 얼굴들이 떠오르는 까닭이요,
굉음의 잔흔들이 피부에 남은 까닭이요,아직 나의 기억이 다하지 않은 까닭입니다.
불꽃 하나에 추억과
불꽃 하나에 자본주의와
불꽃 하나에 씁쓸함과
불꽃 하나에 포탄과
불꽃 하나에 전쟁과
불꽃 하나에 어머니, 어머니,
어머님, 나는 불꽃 하나에 스러지는 말 한마디씩 불러 봅니다. 대학 2 · 3학년 때 신문을 가득 채웠던 기사들의 제목과, 비(悲), 탄(歎), 통(痛), 이런 이국 아동들의 표정과, 일찍 아기 잃은 어머니들의 흐느낌과, 지쳐버린 먼 나라 사람들의 한숨과, 오레니시크, 샤헤드, 보버, 랜셋, 애로우, 제리코, 패트리어트 이런 살상의 이름을 불러봅니다.
이네들은 너무나 멀리 있습니다.
불꽃이 아스라이 멀듯이.
어머님,
그리고 당신은 멀리 진주에 계십니다.
나는 무엇인지 그리워
이 많은 불꽃이 내린 하늘 위에
내 이름자를 써 보고
밤으로 덮어 버리었습니다.
딴은 밤을 새워 우는 벌레는
부끄러운 이름을 슬퍼하는 까닭입니다.
그러나 폭음이 지나고 매캐했던 연기가 걷히면
무덤 위에 파란 잔디가 피어나듯이
내 이름자 지웠던 하늘 위에도
변명처럼 풀이 무성할 거외다.
p.s.
- ‘2025 서울세계불꽃축제’는 서울특별시, 한화그룹, SBS가 공동 주최하는 불꽃놀이 행사다.
- 한화는 ‘한국화약’의 약칭으로, 사명에서 알 수 있듯 화약 기업으로 회사가 부흥하여 지금의 한화그룹이 되었다. 그 경험을 기반으로 한화는 방위산업 분야에 진출했고, 근래에는 중동과 유럽에 무기 수출을 확대하며 높은 매출을 기록하고 있다.
- 고 윤동주 시인의 대표작인 시 〈별 헤는 밤〉이 가지는 특유의 정서를 불꽃놀이 내내 계속해서 떠올렸다. 존경해 마지않는 이 시인께 내 각색이 누가 되지 않기를 희망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