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Brunch), 나의 도전
… 얼떨결에 나는 무심코 일을 저질렀다. 그래, 다시 또 한번 말이다.
처음 이 블로그를 시작할 때만 하더라도 나는 워드프레스 설치형 블로그에다가 하루하루 흘러가는 나의 생각들을 기록해두는 것에 만족하기로 결심했었다. 굳이 SNS와 같은 어떤 여타의 플랫폼에 나의 생각 – 어떤 또 다른 시각들에서 보면 위험할 수도 있는 – 들을 이야기하고픈 욕심이 별로 없었기도 하고, 무엇보다 나는 조용하게 있는 것을 좋아하는 성격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그런 내가 오늘 결국은 브런치라는 한 플랫폼의 문을 기여코 두들기고 말았다.
조용하게 지내고, 혼자 생각을 간직하고 싶은 사람이라고 스스로를 끝없이 규정한 나 자신이 이 블로그를 처음 제대로 손을 보기 시작했던 1년 전과는 생각이 달라진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솔직하게 말해서, 나는 브런치의 작가신청 버튼을 최종적으로 클릭할 때까지만 해도 정확하게 그 이유를 몰랐다.
그러나 내가 나 자신도 알 수가 없는 어떠한 욕망으로 인하여 버튼을 눌렀을 때에 떠오른 어떤 기억이 그 이유를 대략적으로 알게 해 주는 것만 같다. 그 기억이라고 하는 것은 고등학교를 졸업한 이후 갓 대학에 들어온 이후, 고등학교 문학 선생님과의 어떤 짧은 만남의 시간대에 있었다.
아마 문학 선생님께서는 짐작하지 못하셨겠지만, 그 짧은 만남에서 선생님의 다음과 같은 말씀은 내 글쓰기의 목적을 완전히 바꾸었던 것이다.
“… 혼자 간직하기만 할 이야기라면, 너무 아깝지 않겠니. 모든 글은 비단 저자만의 전적인 소유물은 아니란다. 오히려, 글은 저자와 독자가 함께 완성해가는 어떤 것이야.”
아마도, 앞에서 다루었던 어떤 알 수 없는 욕망이라고 하는 것은 선생님의 말씀이 나도 모르는 사이 내 무의식 어딘가에 자리해서, 천천히 내가 세상에 대한 스스로의 목소리를 철저히 봉쇄하려고 걸어두었던 좌물쇠들을 서서히 녹슬였던 것은 아닐까.
세상에 대한 나의 목소리가 이제는 조금 더 많은 사람들, 내가 알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나아가 닿는 것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 드는 지금, 나는 과연 잘할 수 있는 것일까. 좌물쇠가 이제 떨어져 빗장이 열리고 있는데, 나는 왜 이렇게 망설이고 있는 것일까.
… 하지만 빗장이 열렸을 때 또 다른 차원으로 고양되어 비로소 독자들의 경험으로 완성될 나의 글들을 생각하면, 내가 한 글쓰기 플랫폼의 문을 두들긴 것은 아마도 현명한 선택이라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지금은, 적어도 처음 시도해보는 지금은 알 수 없지만, 그래도. 나중에는 알게 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