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철학의 이해(Understanding Western Philosophy) 문답 #10. 메타윤리학 (자연주의, 도덕적 상대주의, 비인지주의)
#1. 자연주의란 무엇인가? 자연주의의 기본 입장은 무엇인가? 자연주의는 어떤 문구로 대표될 수 있는가?
사실의 영역으로부터 당위의 영역이 연역적으로 도출될 수 있다는 입장의 메타윤리학을 자연주의라 한다. 자연주의는 기본적으로 당위 · 도덕적 영역은 과학적으로 관찰할 수 있는 사실의 영역 속에 내포 또는 함축되어 있다고 본다.
자연주의는 “~이다”에서 “~해야 한다”를 도출할 수 있다 – 라는 문구로 흔히 대표될 수 있다.
#2. 자연주의의 대표적인 예시로는 공리주의가 있다. 공리주의는 어떤 면에서 자연주의를 채택한다고 볼 수 있는가?
공리주의는 “모든 인간은 쾌를 추구하고 통을 기피하는 본성을 가진다”라는 사실 명제로부터 유용성의 원리, 즉 “최대 다수에게 최대 공리를 가져다주는 행위가 옳은 행위이다”라는 당위 명제를 도출하였다. 이러한 공리주의의 논증의 근간에는 사실 명제로부터 당위 명제가 자연스럽고 연역적으로 도출될 수 있다는 자연주의의 믿음이 깔려 있다.
#3. 자연주의는 어떤 비판에 직면하는가?
자연주의는 크게 2가지 비판에 직면한다. 첫째는 그 주장 자체인 “사실 영역으로부터 당위 영역은 연역적으로 도출되지 않는다”는 비판이 있고, 둘째로는 실존주의자들이 가하는 “인간 본성 존재 가정”의 비판이 있다.
자연주의에 대한 첫째 비판인 사실 영역으로부터 당위 영역은 연역적으로 도출되지 않는다라는 비판은 흄의 법칙과 열린 물음 논증에 기반을 둔다.
흄의 법칙은 사실 영역으로부터 도출된 당위 영역이라 할지라도 추가적인 논증을 필요로 한다는 것이다.
열린 물음 논증은 사실 영역으로부터 연역적으로 도출된 당위 명제는, 자연주의에 따르면 당연하고 자연스러워 의문의 여지가 없어야 하는데, 실제로는 이들 명제가 당위성에 대한 질문에는 열려 있다는 비판이다.
자연주의에 대한 두 번째 비판인 실존주의자들의 인간 본성을 가정하는 오류 비판은 자연주의는 그 기본 신조에서 사실 영역으로 “인간 본성”을 주로 채택하는데, 이는 곧 인간 본성을 가정하는 오류를 범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장 폴 사르트르 등의 실존주의자들은 자유로운 인간에 대한 본성을 가정하는 것은 인간 자유에 대한 모독과 다름없다고 보았다.
#4. 자연주의에 대한 “사실 영역으로부터 연역적인 당위 영역의 도출은 불가능”이라는 첫째 비판에 대한 존 썰의 ‘약속하기’ 재반론과 이에 대한 비판은 무엇인가?
존 썰은 자연주의에 대한 위 첫째 비판인 “사실 영역으로부터 연역적인 당위 영역의 도출은 불가능하다”라는 첫째 비판에 대해서 ‘약속하기’ 상황의 경우는 사실 영역에서 당위 영역으로의 자연스러운 전이를 보여준다고 주장했다.
이를테면 ‘A가 B에게 10달러를 빌려주기로 했다’라는 약속을 하는 경우는 이 사실 명제로부터 자연스럽게 ‘A는 B에게 10달러를 빌려주어야 한다’라는 당위 명제가 연역적으로 도출될 수 있다는 것이다.
존 썰의 ‘약속하기’ 재반론에 대한 비판자들은 이러한 ‘약속하기’의 행위는 사실 명제로부터 당위 명제가 도출되는 것이 아니며, 이미 처음부터 당위 명제인 ‘A는 B에게 10달러를 빌려주어야 한다’가 약속되어 있는 것이라고 비판한다.
#5. 도덕적 상대주의란 무엇인가? 규범윤리학과 메타윤리학에서 도덕적 상대주의는 약간 다르게 정의된다. 각각은 무엇인가?
시대 · 장소 · 역사 · 문화에 따라서 도덕적으로 용인되는 행위와 그렇지 않은 행위는 달라져 왔다는 시각을 도덕적 상대주의라 한다.
규범윤리학적 도덕적 상대주의는 절대적이고 중립적인 도덕 기준은 존재하지 않으므로, 우리는 타 문화 · 시대의 도덕 관습이나 규칙에 대해서 비판하거나 판단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메타윤리학적 도덕적 상대주의는 도덕이란 결국 특정 시대나 문화에서 일시적으로 통용되는 가치 기술에 불과할 뿐이라고 주장한다.
#6. 도덕적 상대주의에 대한 비판에는 무엇이 있는가? 각각은 정확히 무엇을 비판하는가?
도덕적 상대주의에 대해서는 그 자체가 이미 내적으로 모순이라는 비판과 도덕적 진보를 불가능하게 하기 때문에 무용하다는 비판이 있다.
내적 모순 비판은 도덕적 상대주의는 절대 도덕의 존재를 부정하면서 그 자신을 절대적인 도덕론으로 치부하는 내적 모순을 범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도덕적 진보를 불가능하게 하여 무용하다는 비판은 도덕적 상대주의, 특히 그중에서도 규범윤리학적 도덕적 상대주의는 다른 문화나 시대의 도덕 관습이나 규칙에 대한 비판을 불가능하게 하여 도덕적 진보를 아예 할 수 없게 만든다는 점에서 유용하지 않다고 비판한다.
#7. 비인지주의란 무엇인가? 비인지주의를 Ayer의 언어의 3가지 기능과 연계하여 서술하면?
도덕적 언명은 개인의 감정 표현 또는 역동적 기술에 불과하기 때문에, 참과 거짓을 가릴 판단 대상이 아니라고 보는 시각을 비인지주의라 한다. 비인지주의에서는 따라서 도덕 판단 자체는 성립할 수 없다고 본다.
Ayer는 언어는 보도적 · 단정적 기능, 감정표현적 기능, 역동적 기능의 3가지 기능을 가진다고 보았다. 보도적 · 단정적 기능은 사실 명제에 대한 진술 기능이며, 감정표현적 기능은 개인의 감정을 표현하는 기능이고, 역동적 기능은 타인의 변화를 촉구하는 기능이라고 했다. Ayer는 비인지주의를 주장하면서, 도덕적 · 윤리적 언명은 모두 감정표현적 기능과 역동적 기능만을 가지므로, 참과 거짓을 판단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라고 보았다.
#8. 비인지주의에 대한 비판에는 무엇이 있는가? 이에 대한 재반론은?
비인지주의에 대한 비판으로는 비인지주의는 도덕 논증을 무의미화한다는 비판, 그리고 도덕 판단이 가지는 공적 기능을 불가능하게 만들어 무용하다는 비판이 있다.
첫째 비판인 비인지주의는 도덕 논증을 무의미화한다는 비판은 비인지주의는 도덕 명제에 대한 참과 거짓을 근거를 들어 논하는 도덕 논증 자체를 불가능한 것으로 만들어 이를 무의미화한다는 비판이다. Ayer는 이 비판에 대하여, 비인지주의가 주장하는 것은 도덕 논증의 무의미가 아닌 도덕 판단 자체의 불능성이라고 하면서, 도덕 논증은 도덕 판단과는 달리 사실과 근거를 들어 참/거짓을 논하는 것이므로 비인지주의와는 무관하다고 반박했다.
둘째 비판인 비인지주의는 도덕 판단이 가지는 공적 기능을 불가능하게 만드므로 무용하다는 비판은 비인지주의는 도덕 판단이 가지는 공적 기능인 사회적 논의 등을 불가능한 것으로 만들기 때문에 유용하지 않다는 비판이다. 이에 대해서 Ayer는 이 비판은 비인지주의의 논리적 모순을 지적하는 것이 아닌, 비인지주의 이론이 적용되는 경우 그 결과에 대한 호소에 불과할 뿐이라고 반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