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의 자본주의화

2023-01-08 0 By 커피사유

결국 타인을 생각하는 것의 꽃이라 할 수 있는 선물 행위도 자본주의의 마수를 피하지 못한 듯 하다.

사람 사이의 선물 줆은 이제 하나의 교환 행위가 되었다. 적어도 상대가 나에게 ‘준 것’에 상응하거나 비슷한 가치를 가지는 것을 거꾸로 돌려주어야 한다는 인식이 팽배하기 때문이다. ‘주고 잊어버리는 것’이 선물임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이제 타인에게 ‘선물’을 줄 때 그것의 가치와 내가 돌려받을 수 있는 것의 가치를 생각한다. 선물이 더 이상 선물이 아니게 되었고, 하나의 투자 행위로 전락하게 된 것이다.

기부나 자선도 이제 하나의 소비 행위가 되었다. 돈 많은 이들 혹은 생활에 여유가 있는 이들은 형편이 곤궁한 이들에게 자신이 가진 것을 나눠주긴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사회적 · 도덕적 평판이라는 오로지 자신만을 위한 ‘줆’을 행한다는 비판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기 때문이다. 진정으로 다른 이들을 위해 무언가를 나누어줄 줄 안다면 그는 자신이 무언가를 ‘준’ 이들에게 아무것도 바라지 아니해야 한다. 자신이 무언가를 ‘준’ 이들을 자신을 내세우려는 하나의 수단으로서 사용해서는 안 된다. 그러나 “만 원 어치 봉사를 하면서도 백만 원 어치 자기 자랑을 하는” 오늘날의 추태 속에서 기부나 자선은 이제 더 이상 선물이 아니게 되었다.

오호라, 자본주의가 선물 행위에도 오늘날 깊숙히 침투해 있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있어서 이해타산으로 결합과 이별을 선택하게 만드는, 경제학의 날카로운 논리가 사람과 사람 사이에도 자리하게 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