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가족부 폐지에 대하여

2022-10-15 0 By 커피사유

여러모로 시끄러운 요즈음이지만, 사회 · 정치 이슈 중에서 최근 나의 관심을 조금 끄는 것이 있다면 ‘여성가족부 폐지’와 관련된 정부의 발표와 시민사회의 대응이다.

윤 대통령의 후보 시절 공약부터 느낌이 좋지 못했다. ‘여성가족부 폐지’라는 몇 글자만이 페이스북에 올라왔을 때, 누군가는 그 짧은 한마디에 환호했겠지만 적어도 나는 아니었다. 윤 후보의 캠프에서 내세운 “여성가족부의 기능은 보건복지부와 통합하면 된다”는 논리는 오히려 반대로 진행된, 즉 보건복지부의 기능을 여성가족부와 통합한 형태의 독일식 성평등 정부 정책 등에 완전히 역행하는 것이라 여겨졌기에.1https://www.hani.co.kr/arti/society/women/1062218.html?_ga=2.61265004.153889715.1665800102-1060820071.1627616011 그리고 나는 남성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우리 사회에 여성에 대한 구조적 차별이 존재한다고 생각하기에.

최근 이 이슈가 다시 한 번 대두되면서 나는 여성가족부 폐지에 대한 찬반 입장 양쪽을 모두 들여다보게 되었다. 그러나 찬성의 근거가 옳고 반대의 근거가 그르든, 혹은 그 반대이든지 뭐든지 간에 한 가지 내가 확실하게 느끼는 것은 있다. 윤 정부는 여성가족부 폐지와 관련해서 충분한 사회 공론화 과정을 거치지 않았다. 여성가족부를 보건복지부에 통합시킨다면 적어도 보건복지부와 여성가족부 부처 간 협의도 여러 차례 열려야 했고, 그 논의도 상세히 대중에게 공개하여야 했으나 논의를 상세히 공개하기는 커녕 그 중간 과정을 제대로 공개하지 않고 ‘~했다’고만 설명하는데 그쳤다.2https://www.hani.co.kr/arti/society/women/1061932.html?_ga=2.237352128.153889715.1665800102-1060820071.1627616011 그런가 하면 여성가족부 폐지에 대한 전문가 간담회도 다양한 사회 구성원을 섭외하여 각종 견해를 듣기 보다는, 듣고 싶은 말들만 들은 것이 아닌가 싶은 방식과 인원들로 간담회를 진행했다.3https://www.hani.co.kr/arti/society/women/1062665.html?_ga=2.61265004.153889715.1665800102-1060820071.1627616011

그러므로 여성가족부 폐지가 옳은 방향이든, 아니든지 간에 지금의 절차는 그다지 민주적이지 못한 것 같다. 이러한 절차로 여성가족부에 대한 존폐 논의가 계속 진행된다면 결과가 무엇이든지 간에 사회적인 분열과 갈등만 조장하지 않을까 심히 우려스럽다. 모든 정책은 국민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여 결정하여야 하지 않은가. 나는 현재의 윤 정부가 단지 ‘선거 공약’이었다고 해서 무조건적으로 밀어붙이는 것은 아닌지 심히 우려스럽다. 선거 공약이었다고 해서 반드시 밀어붙이는 것이 옳지는 않다는 사실은 매우 자명하지 않은가. 한 후보에게 표를 던졌다는 사실이, 그 후보가 제시한 모든 정책에 찬성한다는 뜻은 아니지 않던가. 정책의 정당성을 자신의 ‘승리’로부터 찾는 모든 정권은 민주적 정당성이 없다. 민주적 정당성이 구성될 수 있는 정부는 국민의 의견을 올바른 절차로, 충분한 시간을 두고 수렴한 뒤 찬성과 반대 양 견해를 모두 검토하여 결정하고, 그 결정의 이유를 상세하고 친절하게 국민에게 설명하는 정부이지, 지금의 윤 정부는 아니다.

주석 및 참고문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