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문사(疑問思)
근래 들어 서울대학교 강우성 교수님의 ‘문학과 철학의 대화’와 관련하여 준비하는 과정에서 각종 텍스트를 읽고 있는데, 그 결과로 좋은 것인지 나쁜 것인지 구분할 수 없는 결과인 너무 많은 질문들이 나와버렸다.
나는 쉬는 시간에는 가급적 두뇌 회전을 좀 유(裕)하게 하려고 했으나, 내가 현재 가지고 있는 취미 생활 중 독서와 글쓰기, 각종 사색이라고 하는 것은 오히려 두뇌를 더 써 버리는 성격의 것이라서, 결국 멈출 수 없는 생각의 소용돌이로 인하여 과부하가 걸리고야 말았다.
수많은 의문이 드는 것은 좋다. 그리고 나는 지금 모든 그 의문들이 다 하나의 방향을 향하고 있다는 것을 안다. 그 의문들은 공통적으로 하나의 대질문(大質問)으로부터 기원하였다는 점들을 나는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대질문은 나는 밝힐 수 없다. 이 대질문에 대한 나의 일련의 견해 표명이나 혹은 공개는 나의 생각이 아주 오랜 시간에 걸쳐 신중히 다듬어지고 난 이후의 것이어야만 한다. 나는 이러한 나의 대질문에 대한 탐구 과정을 철저히 기록해두어야 한다. 그것은 어쩌면 – 하나의 책(冊)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그 질문에 대한 나 스스로가 만족할 수 있을 정도, 혹은 나 스스로가 어느 정도 논리를 구축했다고 믿을 때까지 몇 년이 걸릴지는 알 수 없는 노릇이다.
작업은, 즉 의문에 대한 탐구 과정은 이번 여름방학부터 바로 시작될 것이다. 그러나 ETA는 예측할 수 없다. 이것이 가장 불행한 일인데 – 언제 끝날 것이다라는 보장이 없는 일을 진행하는 자란 보통 명백한 동기가 없다면 곧 실의(失意)에 빠지는 경우가 부지기수이기 때문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