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의 다그침
이름이 말했다
네 삶은 무슨 의미가 있냐고
머리 좋은 이들에 들지도 못하면서
왜 그리 게으른 생활만을 일삼느냐고
이름이 말했다
너는 왜 그렇게 멍하게 있느냐고
이데올로기는 저기 서서 진군을 명하는데
바꿀 힘도 없는 너는 왜 저항하느냐고
이름이 말했다
너는 부끄럽지 않느냐고
약속한 것 하나 제대로 못 지키면서
오만한 변명이나 내뱉고 있지 않느냐고
나는 닥쳐라 그대 이름이라 하지만
정작 마음속에서는 무언가 꿈틀대는데
이렇게 살아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은 있는데
나는 닥쳐라 그대 이름이라 하지만
정작 혼란스러운 나는 아무것도 모르겠는데
도대체 어디로 향해야 하는지 알 수도 없는데
이름은 말했다
너는 어디로 가고 있냐고
어디로 가고 있는지도 모르면서
왜 불가능해 보이는 꿈들을 늘어놓고만 있냐고
나는 말했다
이름아 거기 서라
나도 내 이름 석 자 의미는 안다
선비 유(儒)에 믿을 신(信)을 쓰는 만큼
올곧게 그리고 굳건하게 나아가야 함을
알고는 있다 그러나
단지 방황했을 뿐이다
나는 말했다
이름아 나도 안다
비틀거리는 과거를 가진 자도
나아갈 때에는 그 과거가 무슨 상관이냐
알고는 있었다 그러나
단지 방황했을 뿐이다
그러니 이름아 말해라
올곧음이 있을 것이라고
방황이 있더라도 여기에는
이름 석 자의 의미가 자리하노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