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로 부끄러워 해야 할 것은
모르는 것은 결코 부끄러워 할 것이 아니다.
정말로 내가 부끄러워 해야 할 것은 모름에도 불구하고 알고자 하지 않는 것, 이만하면 되었지 하는 얕은 지식의 속삭임에 안주하는 것, 바로 그것이다.
무지와 무능의 세계는 너무나도 넓고, 하루하루 대학에서 배워나가는 것들은 뭔가 중간의 내용들이 붕 떠 있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필시 내가 모르는 영역들이, 모르는 기초들이, 모르는 해석과 정의와 정리들이 많기 때문에 이러한 느낌을 받는 것이리라.
그러나 그런 것들을 나는 채우기 위하여 여기에 있다. 대학은 학문이 태동하는 최전선이요, 동시에 세상을 끝임없이 사유하고자 하고 질문하고자 하는 이들을 위한 공간이 아니던가. 그런 대학의 본질을 망각한, 부끄러움을 망각한 이들이 넘쳐나는 오늘이지만 그래도 나는, 나만큼은 아니된다. 나는 부끄러운 삶을 살고 싶지 않다. 나는 무지와 무능으로부터 도망치지 않을 것이다. 얕은 지식의 속삭임에 유혹되지도 않을 것이다. “이만하면 되었어.”라고 스스로를 안도시키는 비겁한 일은 하지 않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똑바로 아는 것, 단 하나의 구멍도 없이, 무지의 모든 영역에 탄탄한 정의와 정리의 기둥을 세워 내 이해의 그물을 가능한 한 촘촘하게 만드는 것이다. 기초가 없는 건물은 결코 높이 세울 수 없는 법이다. 나는 매일 내 건강이 허락하는 한 온 힘을 다하여 그 기초를 세우고자 하는 것이다.
부끄럽지 않은 대학, 부끄럽지 않은 학문 앞의 나. 그것이 중요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