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임은 어디까지인가
더불어민주당이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에 대한 해임건의안을 올해 정기국회 마지막날인 9일 처리하기로 했다. 여야는 이와 무관하게 내년도 예산안 또한 9일 본회의 처리를 목표로 협상하고 있지만, 임시국회로 넘어갈 가능성에도 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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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은 즉각 반발했다. 장동혁 원내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이런 해임건의안은 정당성도 명분도 전혀 없다”며 “제발 이성과 양심을 되찾아 국가와 국민을 위하는 공당의 길로 돌아오길 바란다”고 말했다. 다만 해임건의안과 별개로 예산안 협상은 지속하겠다고 했다. … (후략)
“민주당, 9일 이상민 해임안 처리하기로… 예산안은 ‘안갯속'” – 한겨례
일어나선 안 되었을 이태원 참사 이후로 나는 사회 구성원으로서 올바른 애도란 무엇인지를 고민한 적이 있다. 시민으로서, 아니, 그 전에 사람으로서 가져야 할 죽음 앞에서의 올바른 자세란 무엇인가. 이 핵심적인 질문에 대한 대답은 기억하는 것 이외에도 내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마땅히 무엇을 따져 묻고 무엇에 항의해야 하는지를 알려준 인도자이기도 했다.
애도는 단지 형식적인 예의를 표하는 자세일 뿐이기에, 사람으로서, 시민으로서 해야 할 일은 흔히 ‘국가는 그 때 어디에 있었는가’ 하는 물음에 대한 답을 찾는 것, 그리고 그 답을 바탕으로 제대로 동작하지 못한 시스템을 보완하는 것. 그 죽음이 두 번 다시 반복되지 않도록 할 그러한 책임. 바로 그것이 내가 해야 하는 일이었기에 나는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해임에 대해 찬성했다.
“거의 참사 수준의 사고”라는 말, 자신보다는 일선 경찰들과 소방공무원들에게 책임이 있다는 식의 태도. 나는 그러한 장관에게 나 자신의 목숨과도 직결되어 있을 수 있는 공공의 안전 시스템의 관리감독을 맡기도 싶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그에게 사고가 일어난 것에 대한 책임이 있는 것은 명백히 아니다. 사고는 그 어떤 정부에서도 날 수 있었으며, 그러한 대응이 엉망이었던 것에는 이 장관에게만 책임을 물을 수는 없는 것이다.
그러나 그 ‘책임 물을 수 없음’을 ‘우리 모두의 책임’이라는 말과 동치로 여겨서는 곤란하다. ‘우리 모두의 책임’이라는 말은 문제를 점검하고 시스템을 보완하고자 하는 노력에 대해서만 유효한 표현이 아니던가. 그 말이 개인의 면책에, 자신의 자리를 지키기 위한 그 부단한 현상 유지의 노력에 사용되는 경우에 이 엄명은 결국 하나의 추잡한 변명으로 변질될 뿐이다. 나는 자신이 관리감독할 책임이 있는 부서에 귀책 사유가 있는 어떤 통치 행위에서의 문제에 대하여, 반성과 자성은 커녕 책임 회피에만 급급해 보이는 장관을 더 이상 신뢰할 수 없다.
그러한 의미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오는 9일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에 대한 해임건의안을 의결하겠다는 것에 나는 찬성한다. 물론 예산안 처리에 있어 이 정치적 행위는 여야 간 관계에 냉각과 대립을 불러올 것이 당연하며, 이는 결코 나에게 이롭지만은 않다.
그러나 아직도 ‘정당성도 명분도 전혀 없다’라고 말하는 여당의 무책임한 태도를 볼 때, 그리고 여전히 장관으로서의 자질을 의심받는 장관을 지키려고 드는 윤 정부의 행위를 볼 때, 나는 행정부에 경고하는 의미로서, 그리고 강력히 항의하는 의미로서 이러한 의결 행위는 필수적이리라 생각한다.
어떤 이들의 ‘책임’이 없다는 말은 법률적으로 유효할지는 모릅니다. 그러나 책임 없음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한 가지 잊고 있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모든 죽음에는 사회적 책임이 있다.”라고 하는 바로 그 문장. 그 말을 그들은 잊고 있는 것이 아닐까. 재난 대응 시스템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을 때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바로 그 시스템과 매뉴얼들에서 문제를 일으킨 부분을 찾고, 같은 문제가 재발하였을 때 동일한 비극이 벌어지지 않도록 해야 하는 것이 아니던가. 그것이 남겨진 우리들에게 주어진 사명이요 마땅한 책임, ‘죽음에 대한 사회적 책임’이 아니던가.
‘죽음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과연 다하고 있는가. 애도는 단지 형식적인 예의를 표하는 자세일 뿐이지, 본질 그 자체를 정확히 궤뚫는 것은 아닙니다. 죽음의 본질 앞에서 우리는 묻고 따지지 않을 수 없는 것입니다. 무엇이 그 죽음들이 여기에 있게 하였는가? 무엇 때문에 우리는 이 비극을 막을 수 없었는가? 역사 속의 수많은 재해와 재난 속에서, 인류가 그나마 조금이나마 더 많은 생명을 살릴 수 있게 이끌었던 그 물음을 잊어서는 안 되는 것입니다.
〈동상이몽 #8. 죽음에 대한 사회적 책임〉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