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로사회(疲勞社會)와 도피(逃避)의 심리
… 개인적으로 늘 관심을 가지고 있는 시장이 하나 있었다. ‘투자’라는 다소 이기적이고 동시에 금융적인 목적도 있었지만 관심을 끊을 수 없는 어떤 매력이 존재하는 것 같은 것도 사실이었다. 그 시장에서 제공하는 상품은 많은 사람들을 매혹시키는 듯 했다. 국내에는 아직 별로 유명하지 않은 듯 하지만, 관련 스트리머들의 영상을 보거나 정보를 영어로 찾아볼 때면 나는 이 분야가 사실상 무한한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 이 시장의 이름은 ‘VR’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그러나 나는 VR 기기를 생산하는 것에 대해서도 관심이 있지만, 보다 관심을 가지고 싶은 쪽은 ‘VRChat’이니 ‘NeosVR’이니 하는 VR 플랫폼들이다. 이들은 VR 커뮤니티의 대표적인 두 프로그램들로, NeosVR이 좀 더 최근에 개발되었다. VR – 이라는 가상현실이라는 전적인 제한점에도 불구하고, 접촉, 움직임, 광원 등 3D적 그래픽 기술과 상호작용에서 많은 발전과 놀라운 점들을 보이는 이들 커뮤니티 프로그램은, 내부에서 약간의 불쾌한 골짜기와 수많은 트롤러와 초보들이 가득함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유입은 국내외적으로 계속되고 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거의 대부분 이 분야에 뛰어들어 직접 VR을 끼고 흔히 말하는 ‘이세계’로 들어간 사람들은 다시 현실 세계로 돌아오기 힘들어한다는 것에 있다. (아니면 내가 이러한 사례만을 계속 보아 온 것이거나)
그렇다면 왜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이세계’를 좋아하는 것인가? VR이라는 가상현실의 세계는 현실 세계와 무엇이 다르기에, 이들은 가상현실로 계속 향하게 되는 것인가? 많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어서는 당연히 좋은 이유가 되지 못한다. 다양한 외국인들을 만날 수 있다는 것도 – 거의 영어 등의 외국어 스킬이 어느 정도 될 때의 이야기이지,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기끼리 노는 것도 바쁘다. 그렇다면 무엇이 그 원인이 되는가?
내가 생각하기에 그 원인은 가상현실은 자신이 처한 환경을 자신이 선택할 수 있는 권한을 사용자에게 제공하는 경험을 주기 때문이다. 한병철의 ‘피로사회’에 의하면 ‘성과사회’라는 사회상으로 대표되는 오늘날의 사회의 성과에 대한 수많은 압박이라는 주변 환경은 개인이 마음대로 조절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게다가 최근 들어 젊은 층들의 수많은 좌절과 이로 인해 반복되는 우울의 고리는 전적으로 생각해보건대, 필연적으로 현실에 대한 도피의 심리를 자극할 수 밖에 없다. 그러하므로 특히 젊은 층들을 중심으로, 비단 우리나라 뿐만이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새로운 세계를 직접 구축하고 창조하며 놀 수 있는 인간으로의 전적인 전조를 욕망하기 때문에, 이들은 가상현실에 들어가 빠져나오지 못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투자의 대상이기도 한 가상현실이지만 나는 이상하게도 이 분야를 다시금 보고 자극받을 때마다 어떤 불편한 감정을 버리기 어렵다. 이 분야를 볼 때마다 이상하게 뒤틀린 우리의 현실과 피로하고 끝없는 인간의 욕심을 역이용하는 현실이 두렵고도 가슴 아프게 다가오기 때문이다.
… 뒤틀린 현실 속에서, 새로운 현실을 만드는 것. 많은 이들이 꿈꾸는 이러한 행위가 비단 가상 현실 뿐만이 아닌 실제 현실에서도 가능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 요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