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로함에 대하여
나는 간혹 이런 새벽이면 항상 좀 피로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새벽에는 피로해도 좋으니, 주간과 새벽 이전의 야간에는, 즉 그러니까 잠을 자는 시간대를 제외하고서는 정신이 항상 맑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그러나 최근 몇 주 동안 나에게 정신이 압도적으로 맑았다고 평할만한 경험이란 인상 깊은 문구를 읽었을 때 떠오르는 영감의 순간 몇몇이지, 그 이외에는 다소 흐리멍텅하다.
새벽이면 피로했으면 좋겠다. 그러나 새벽이 아닌 시간대에는 피로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새벽의 피로함은 나를 몽환적 영역으로 데려다주므로 보다 나의 본연의 감성과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글을 쓸 수 있다. 새벽의 피로함을 나는 영감 삼아 글을 쓸 수 있다. 그러나 보다 흐리멍텅한 사고 보다는 명백하고 사리분별이 되는 차가운 사고가 필요한 주간과 야간의 경우는 나는 나의 피로가 그 때 발하기를 원치 않는다.
피로함은 적절할 때에 발휘되어야 한다. 그러나 이것은 내가 쉽게 조절할 수 있는 종류의 것은 분명히 아니다. 그렇기에 더욱 아쉽고 피로하다. 그것이 피로함이 나에게 가져다주는 문제의 개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