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majorité silencieuse avec une forte minorité
여당 대표가 원내대표가 제1야당과 합의한 법안에 대해 철회 및 전면 재검토를 지정한 것은 물론, 아예 강행 처리까지 감행했다. 대외적인 명분은 국체를 흔든 지난 12 · 3 비상계엄 사태에 대한 엄격한 수사와 재발을 원천차단하는 단죄다. 야당에 대한 수사도 그 과정의 일환이며, ‘민주공화국’을 지키는 의무가 있으며 또한 그러한 과정에 참여해온 역사적 자부심이 있는 여당으로서는 양보할 수 없다고도 했다.
물론 제6공화국의 크나큰 흑역사로 남을 지난 계엄 사태에 대해서는 철저한 수사를 통한 진상의 규명, 그리고 책임자에 대한 문책과 처벌이 필요하다. 그러나 동시에 우리에게 절실히 필요한 것은 점점 커져가는 분노와 비타협을 설파하는 강경한 목소리에도 불구하고 이해관계를 조정하고 타협하는 양보와 공화주의 정신이라고 생각한다.
작금의 양 주요 정당의 역학구조는 강성 지지층을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는 것 같다. 한편으로 이는 정당에 대한 직접민주주의의 강화 내지는 시민의 정치참여 증가라고도 볼 수 있겠지만, 맹점이 있다. 모든 사람들이 정치에 높은 관심을 가지거나 깊게 관여하지는 않는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중요한 것은 자신의 자아 실현이거나 경제적인 일상을 영위하는 것이다. 미디어 환경의 변화로 시민들이 자신의 견해를 의회민주주의를 향해 더욱 적극적으로 표현할 수 있게 되긴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정당에 참여하는 당원들 그리고 목소리를 내고 있는 시민들만이 이 나라의 국민만인 것은 절대로 아니다.
정치에게 요구되는 것이란 그러한 삶을 안전하고 안정적으로 영위할 수 있도록 기반 토양을 마련하는 것이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정치 고관여층이든, 무관심층이든지와 무관하게 민주사회의 시민 모두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존중할 필요가 있다. 목소리가 크다고 해서 그 사람들의 견해가 항상 옳은 것은 아니다. 목소리 큰 누군가를 전체 유권자의 대변자로 착각해서는 대단히 곤란하다. 기본적으로 이해관계의 조정이며 타협이 중요한 미덕이자 공화국의 안정의 근간인 정치에 있어 강성 지지층의 대두는 대단한 위기의 신호라고 보아야 한다. 근래의 정치 참여의 구조는 직접민주주의, 즉 모든 국민이 자신들의 국가의 사안들에 대해 직접 토론하고 결정하는 것이라기보다는 오히려 그 탈을 쓴 과두정에 가까워 보인다. 물론 “스스로의 권리 위에서 잠자는 자는 보호받지 못하는 법”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모든 사람들이 생업까지 뒤로 하면서 정치적 이벤트에 참여하는 일이 일상화되는 것도 곤란하지 않은가?
공화정(共和政)은 함께(共) 부드러이 어우러져(和) 의사결정을 하는 국가의 운영 방식이다. 헌법의 제1조 제1항에 이 성격을 명시해둔 이유 중 하나에는 공동체에서 그 누구도 의사결정에서 소외되거나 과소대표되지 않아야 한다는 도덕적 당위가 있다. 한 정당이 ‘민주공화적 기본 질서’에 정확히 입각하고 있다고 스스로 주장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헌법이 담고 있는 이 정신에 배치되는 운영이나 행위를 보여서는 안 된다. 그렇지 않으면서 말로는 그렇다고 주장하는 것은 그 정당이 비난하는 상대와 비교하는 것 자체가 의미없어 보일 정도로 추하기 짝이 없는 행태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