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화수월 #2. 《OMORI》, 제1주차 ‘서장’ 모임 질문지
경화수월(頃話輸越)은 카페지기 커피사유가 게임 · 뮤지컬 등 종합 예술 작품이나 심도 깊은 텍스트들을 체험한 뒤, 잠시의 말로는 온전히 전달할 수 없는 ‘그 너머의 것’들을 실어 나르는 장으로써 마련된 시리즈입니다.
여는 말
게임, 예술, 인간의 정신.
방금 내가 나열한 세 개의 요소 사이에는 어떤 공통점이 있다. 더글러스 호프스태터 식으로 말한다면 그것은 상이하지만 뒤엉킨 층위들, 즉 ‘이상한 고리’가 될 것이고, 밀란 쿤데라 식으로 말한다면 그것은 그들 가장 아래에 자리하고 있는 인간의 영원한 운명, 즉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이 될 것이며, 니체 식으로 말한다면 그것은 망치를 든 그 콧수염 기른 철학자가 사정없이 내리친 바로 그것, 즉 ‘우상’이 될 것이다. 하지만 방금까지 내가 이야기한 바들은 모두 온전하게 그 셋이 공유하는 바를 표현한 것이 아니다. 이 불완전한 시도들은 모두 말할 수 있는 것들을 이용해 그들의 공통분모를 가리키려 한 것이지만, 게임 · 예술 그리고 인간의 정신, 이 셋은 모두 형언하지 않는 방식으로 그들 모두가 동의하는 바를 우리 자신에게 제시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형언하지 않는 방식’이란 도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의미를 전달하기 위해서는 불가피하게 일종의 의미가 약속된 기호들, 즉 ‘언어’를 사용해야 하지 않던가?1여기서 ‘언어’는 우리가 말하는 일반 언어 뿐만이 아니라, 의미를 가지는 기호들과 그들이 이루는 형식체계를 말한다. 따라서 어떤 그림의 배색이나 사물의 배치 구도도 ‘언어’에 해당하며, 음악에서 상이한 음들의 배치 관계나 곡의 빠르기 등도 ‘언어’에 해당한다. 말하지 않고서 어떻게 우리가 다른 정신에게 무언가를 전달할 수 있다는 말인가? 그러나 때로는 표현하지 않음으로써, 의도적으로 침묵함으로써, 의도적으로 기호를 생략하거나 줄여버림으로써 의미를 전달할 수도 있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사용해왔던 방식이 유(有), 즉 있음으로 말미암아 무언가를 건네고자 하는 것이라면 지금 내가 사용하고자 하는 방식은 무(無), 즉 없음으로 말미암아 무언가가 자연히 발견될 수 있도록 하는 쪽이다.
《OMORI》 가 채택하는 방식이 바로 이것이다. 이 작품은 침묵을 통해, 그리고 그 침묵 속에서 느껴지는 불편함을 통해 이야기한다. 기호가 부족하다는 사실을 깨달은 우리는 이야기되지 않은 것들이 무엇인지 상상하게 되고, 그 과정에서 자신의 내부에 잠들어 있거나 가려져 있었던 수많은 표상들과 기억들을 다시 앞에 세워보게 된다. 이러한 과정은 무의식적으로 일어나지만, 겹쳐져 있는 수많은 사물들이 마찬가지로 수많은 의미와 미끄러지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우리는 어느 순간인가 깨닫게 된다. 아, 인간 정신에는 무언가가 비어 있구나, 그리고 그러한 공(空)이야말로 게임과 예술과 인간 정신 그 모두를 가장 흥미롭게 만들어주며 동시에 가장 역동적으로 만들어주는 요소일지도 모르겠구나, 하는 그러한 직감을.
그러한 ‘비어 있음’은 말로 전달할 수 없다는 사실을 또 다시 강조하는 것은 너무 과하다. 의도적으로 입을 다물고 수많은 암시들을 제공하는 것으로 그치는 때가 인간에게는 필요하다. 모임 계획서에서도 언급했듯, “너무 많은 경험과 정보는 때에 따라서 독으로 작용할 수도 있는 법”이니 말이다.
Stand-by Playlist
제1주차 ‘서장’ – ‘사흘 전’ 질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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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독서노트에 반드시 포함해야 할 질문들
이하의 질문들은 제1주차 모임에서 ‘논의를 시작하기 위해’ 제시되는 질문들이므로, 그렇게까지 자세히 답변하지 않아도 됩니다.
- 평소 게임을 자주 하는 편인가? 만일 그렇다면, 주로 어떤 게임(혹은 장르)을 플레이하는가? 게임을 하지 않는다면, 왜 그러한가?
- 지금까지 해 봤던 게임 중 가장 인상깊었던 작품은 무엇이었고, 어떤 점이 인상깊었는가? 만약 게임을 하지 않는다면, 지금까지 자신이 알고 있는 게임 중 가장 관심이 있는 작품은 무엇이고, 그 이유는 무엇인가?
- ‘게임’을 한 문장으로 정의내린다고 하면, 어떻게 정의하겠는가?
- ‘예술’을 한 문장으로 정의내린다고 하면, 어떻게 정의하겠는가?
- 게임은 ‘예술성’을 가진다고 생각하는가? 그렇다면/그렇지 않다면, 그 이유는 무엇인지 간략히 설명해줄 수 있겠나?
- 정신분석 · 프로이트 · 라캉을 이전에 접해본 경험이 있는가? 있다면, 언제가 처음이었고, 어떤 내용들을 접했는가? 접한 경험이 없다면, 어떤 부분을 알기를 원하는가?
- 인간의 정신에서 가장 흥미로운 부분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2. 생각해보는 것이 권장되는 질문들
이하의 질문들은 독서노트에 선택적으로 포함하시기 바랍니다.
- 모임 계획서의 ‘VII.2.’에 제시된 윤주한 · 이다민의 「컴퓨터 게임의 철학을 위하여.」를 읽어보라. 논문에서는 컴퓨터 게임과 관련하여 탐구할 만한 의의가 있는 기초적 주제로서, 다음의 4가지를 선정하고 있다.
1. 컴퓨터 게임의 본질과 정의
2. 컴퓨터 게임과 예술 사이의 관계
3. 컴퓨터 게임이 재현으로서 갖는 성질
4. 컴퓨터 게임의 가치
상기 4가지 중 하나를 선정하여, 논문에서 해당 항목을 다루는 대목을 읽어보라. 어떤 생각들이 드는가? 논문의 내용 중 무엇에 동의할 수 있고, 무엇에 동의할 수 없는가? - 모임 계획서의 ‘IV.1.’에 제시된 프로이트의 일생 · 사상에 대한 소개글을 읽어보라. 글에서는 프로이트가 사용한 여러 정신분석학의 초기 용어들을 제시하고 있다. 이들 용어 중 자신이 잘 모르는 것에는 무엇이 있는가? 각각의 의미는 대략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 모임 계획서의 ‘IV.2.’에 제시된 라캉의 일생 · 사상에 대한 소개글을 읽어보라. 마찬가지로 이 글에서도 라캉이 사용한 여러 정신분석학적 용어들이 제시된다. 이들 용어 중 자신이 잘 모르는 것에는 무엇이 있는가? 각각의 의미는 대략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3. 심연을 향하는 민감한 질문들
이하의 질문들은 독서노트에 포함하는 것이 금지됩니다. 혼자서 주의깊게 생각하기 바랍니다.
- “나는 누구인가?”
- 자신이 겪은 과거 사건들 중, 가장 기억하고 싶지 않은 사건은 무엇인가?
- 자신이 겪었던 감정들을 모두 열거해보라. 긍정적인 감정, 부정적인 감정, 이도 저도 아닌 감정들 모두. 이들 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감정과 싫어하는 감정은 각각 무엇인가? 왜 그러한가?
- 감정 표현과 관련하여 자신이 겪었던 어려움이 있었다면 상기해보라. 당시에 무슨 일이 있었는가?
제1주차 ‘서장’ – ‘하루 전’ 질문지
이하에 사용된 모든 이미지는 OMOCAT의 게임, 《OMORI》의 스프라이트 및 이미지들이거나 그 이미지들을 조합하여 만든 것임을 밝힙니다.
1. 독서노트에 반드시 포함해야 할 질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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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생각해보는 것이 권장되는 질문들
이하의 질문들은 독서노트에 선택적으로 포함하시기 바랍니다.
- 《꿈속 세계(Headspace)》에서 바질의 실종 이후, 간간히 나타나며 플레이어를 인도하는 검은 그림자의 정체는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 ‘서장’ 말미 〈별세계(Otherworld)〉의 캣테일 평원에서 플레이어는 과거의 추억이 담긴 물건들을 탐색하고, 어딘가 모르게 아련한 장면들이 흐려지는 것을 지켜보게 된다. 그 장면들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 혹은 가장 의미심장한 장면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왜 그렇게 생각했으며, 그 장면은 무엇을 표현한다고 생각하나?
- ‘서장’ 말미 〈별세계(Otherworld)〉의 캣테일 평원의 탐색 마지막, 플레이어는 거대한 거울 속으로 들어가게 된다. 사실 거울이 등장하는 것은 이 장면이 처음이 아니다. 언제 거울이 등장했던가? 거울 앞에서 무슨 상호작용이 가능했던가? 거울은 무슨 기능을 하는가? 게임의 연출적 장치라는 층위 외에도, 현실에서 우리는 거울을 본다. 언제 우리는 거울을 보는가? 거울은 무슨 기능을 하는가?
- ‘서장’ 말미에 플레이어는 검은 가족 사진 앞에서 여섯 번째 ‘검은 키보드 키’를 얻게 된다. 사실 이 키가 처음은 아니다. ‘서장’을 플레이하는 도중 군데군데에서 이 ‘검은 키보드 키’들을 발견하게 되고, 이들을 습득할 때마다 특유의 울부짖는 소리가 들린다. 하얀 공간의 노트북을 확인했나? … 이 ‘검은 키보드’의 정체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3. 심연을 향하는 민감한 질문들
이하의 질문들은 독서노트에 포함하는 것이 금지됩니다. 혼자서 주의깊게 생각하기 바랍니다.
- 서장을 플레이하는 도중 우리는 게임의 서사에서 무언가 불안한 구석을 느끼게 된다. 그런데 왜 불안한가? 무슨 전조가 있는가? 이 전조와 불안은 어디에서부터 오는가? 그것은 게임에서 ‘해명되지 않은 부분’ 때문인가? 아니면, 나 자신의 안쪽에서 울려오는 다른 ‘무언가’가 있는가?
- 서장을 플레이하면서 가장 불쾌하거나 공포스러운 장면은 무엇이었나? 무엇이 주인공을 따라왔는가? 따라오는 그것은 무엇을 지시하는가? … 바로 그 ‘무언가’가 나 자신에게는 없다고 단언할 수 있는가?
- 거울은 무엇을 비추는 사물인가? 거울은 어떤 역할을 하는 사물인가? 거울을 자세히 들여다보는 경험을 상상해보라. 우리는 무슨 생각을 하게 되던가? 거울 앞에 당신의 모습이 비친다. 당신은 무엇을 보고 있는가? 더 자세히 들여다보라. 거울을 통해 당신은 무엇을 보게 되는가? … 이 질문에서 연상되는 것이 정말 없는가?
- 서장을 플레이하면서 떠올랐던 기억이나 경험이 있다면? 그 경험은 왜 하필 그 장면에서 떠올랐을까? 당신의 경험과 게임의 표현은 무슨 관계를 가지길래 하필 그 때 그곳에서 문득 떠오르게 된 것일까? … 그 관계, 그 이유를 당신은 정말 이해할 수 있는가?
주석 및 참고문헌
- 1여기서 ‘언어’는 우리가 말하는 일반 언어 뿐만이 아니라, 의미를 가지는 기호들과 그들이 이루는 형식체계를 말한다. 따라서 어떤 그림의 배색이나 사물의 배치 구도도 ‘언어’에 해당하며, 음악에서 상이한 음들의 배치 관계나 곡의 빠르기 등도 ‘언어’에 해당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