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상이몽 #7. 청년 일자리와 교육 개혁
생각을 움직여 다른 꿈을 꾸다. 동상이몽(動想異夢) 시리즈는 Cafe 커피사유의 카페지기 커피사유의 시사 평론 및 생각 나눔의 장이자, 세상을 향한 이해를 표현하는 공간입니다.
“자신에 대한 질문을 던져라”라고
말하는 교육,
그리고 청년들의 일자리
이 글은 카페지기 커피사유가 한겨레의 《청년 5일장》 프로그램의 제5차 토론, 〈청년 일자리 문제, 어떻게 풀어야 할까〉에서 다른 참여자의 글에 대한 반대 의견으로서 작성한 토론 글을 다듬어 작성된 것임을 서두에 알립니다.
#1.
안녕하세요. 선생님께서 쓰신 “미래의 청년들이 현재 청년들이 겪는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해줄 수 있는 교육개혁의 약속이 필요하다”는 글 소중히 읽었습니다.
글에 담으신 문제의식, 즉 시장의 수요와는 잘 맞지 않는 공교육을 시장이 요구하는 인재를 잘 양성시킬 수 있도록 대대적으로 개편할 필요가 있다는 문제의식에는 상당히 공감합니다. 그러나 1년 전 입시를 치르고, 또 1년 동안 대학에 머무르면서 겪은 각종 개인적인 경험 및 상황에 의하면 지적하신 몇 가지 부분에 대해서는 상반되는 경험을 하기도 했으며, 또 일부 우려스러운 점이 있어 다음과 같이 나누어서 글을 남깁니다.
우선 그 첫 번째로 “전공 살릴 일자리가 없다”라는 말의 의미에 대한 제 생각을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선생님께서는 위 말은 〈현재 시장에서 요구하는 기술과 실제 공급되는 인력들이 갖춘 기술이 ‘다르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씀하시면서, 이러한 현상은 〈국가에 의해 철저히 통제되고 운영되는 공교육과, 마찬가지로 국가의 영향이 너무나도 강한 대학교육이 완전히 그 기능을 상실했고 실패 상태에 놓여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진단하셨습니다.
현재 공교육이 제공하고 있는 교육 서비스가 시장에서 요구하는 정도에 비하면 한참 모자라다는 것, 그리고 실제 공급되는 인력들이 시장에서 요구하는 기초적인 기술을 별도로 배워야 한다는 것은 분명한 현실입니다. 따라서 선생님께서 제시하신 공교육의 개선이 필요하다는 문제 인식에는 몹시 공감하고 또 동의합니다. 그러나 제 입시 경험을 토대로 생각해보면 위 문제 상황에 대한 선생님의 ‘분석’에는 개인적으로 동의하기 어렵습니다.
물론 〈현재 시장에서 요구하는 기술과 실제 공급되는 인력들이 갖춘 기술이 다른 이유〉 중 하나로는 공교육과 대학교육이 변화하는 시장이 요구하는 바에 대하여 부족하고 또한 느리게 대응한다는 것도 있겠습니다만, 제 생각으로는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우리나라 입시 제도에 의한 오래된 폐단에 있는 것 같습니다. 흔히 말하는 〈과를 낮추어서라도 좀 더 좋은 대학 가기〉가 이 폐단을 이야기하기에 적절한 예시인 것 같은데요, 저는 제가 대학 진학을 준비하던 당시 주변 친구들 중 적지 않은 수가 자신이 실제로 원하는 분야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본인의 성적이 허락하는 한 최대한 좋은 대학을 진학하기 위하여 입시에서 지원하는 학과를 바꾸어서라도 서울권 소재의 대학에 가려고 하는 것을 목격했습니다. 그나마 ‘인서울’이라도 하고 나면 조금 더 많은 기회가 주어질 것이고 더 좋은 질의 교육이 제공될 것이라는 인식이 친구들과 학부모들 사이에서 팽배했던 것도 있지만, 제가 생각하기에 핵심적인 이유는 그 친구들이 〈자신이 무엇에 흥미가 있고 장차 어떤 직업을 가지면 좋을지를 잘 알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다시 말하자면 자기 스스로를 잘 알지 못했기 때문이었던 것 같습니다. 성적이 조금 떨어지더라도 자신이 무엇에 흥미가 있고, 무엇을 잘하거나 잘하지 못하는지를 아는 – 즉, 자기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를 알고 있는 것 같은 친구들은 꼭 좋은 대학이 아니더라도 자신이 원하는 학과에 갔고, 지금도 대화를 나누어보면 어떤 일을 할 것인지에 대한 명확한 계획을 가지고 있으며, 큰 불만이나 장애 없이 자신이 장차 원하는 일을 하기 위해 필요한 지식이나 정보를 습득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여전히 제가 아는 많은 수의 친구들은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할지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제시하지 못합니다. 목표를 세우고 자세한 조사를 통해 단계를 수립하기보다는, 오히려 막연하게 닥쳐올 취업 문제를 걱정합니다.
물론 계획을 치밀하게 세우고도 취업을 하기 어려운 현실의 측면도 있다는 점을 부정하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제 주변 친구들 중 적지 않은 수가 ‘자신에 대해 잘 모르고 있다’는 것은 결국 청년들이 자신이 만족할만한 질 좋은 직장을 구하기까지 평균적으로 걸리는 시간을 증가시키는 효과를 불러일으킵니다. 대학 진학의 측면에서는 자신의 일과 무관한 전공을 선택하게 할 가능성을 높이기도 하고요. 따라서 저는 보다 근본적으로 해결되어야 할 문제란 바로 우리나라 교육이 학생들로 하여금 자기 자신을 살펴볼 기회는 부여하지 않고 대입이라는 하나의 목표만을 위해서 문제를 푸는 방법론까지 동원하며 학생들을 가르친다는 점이라고 생각합니다. 학생들과 청년들이 자기 자신에 대해서 보다 더 잘 알게 된 상태에서 대입과 대학 생활에 임한다면, 자신의 일과 관련된 전공을 선택하고 관련 수업과 정보를 찾게 된다면, 이른바 ‘시장과 교육 사이의 거리’는 자연스럽게 줄어들지 않을까요?
두 번째로는 현행 공교육 시스템과 대학교육 시스템은 부족한 점이 있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실패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개인적인 견해를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대학 교육 현장에서도 시장과 여론의 요구를 잘 알고 있으며 이에 대응하기 위해 다양한 제도와 개선책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많은 대학들은 최근 여러 전공들을 학생들이 함께 전공할 수 있는 복수전공 · 부전공 · 연합전공 제도 등 다양한 다전공 제도의 진입장벽을 낮추고 있으며, 또한 학생들에게 이들 제도를 적극적으로 알리고 권장하고 있습니다. 4차 산업혁명의 여파와 맞물려 컴퓨터공학부나 인공지능 연합전공 등을 선택하는 학생들이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고 인공지능의 각종 기법과 블록체인의 기초 등 관련된 기술들을 다루는 강좌들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몇몇 대학에서는 아예 반도체 전문 학과 등 신규 학과를 만들기도 하고요. 대학교육에서 다전공 제도의 확대나 학과의 신설 등은 복잡한 행정 · 예산 · 인적 자원의 동원 문제와 함께 무엇을 어떻게, 누가 가르칠 것인가와 같은 난해한 문제들부터 해결한 뒤에야 이루어질 수 있기 때문에 대학은 시장의 요구에 항상 완벽하게 부응할 수 있도록 곧바로 변화하기는 어려운 것이 현실입니다. 그러나 그러한 현실 속에서도 대학은 학생들에게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나름 최선을 다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으며, 실제 학생들도 조금은 부족하더라도 어느 정도는 시장에서 요구하는 지식들을 가져갈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실제로 저도 그러한 다전공 제도와 다양한 신설 강의 속에서 코딩 그리고 4차 산업혁명 관련 기초 지식들을 쌓아나가고 있는 중이기도 하고요.
게다가 최근 시장에서 요구되는, 흔히 ‘4차 산업혁명’ 관련 지식으로 불리는 코딩 기술이나 기반 지식을 배우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닌 것 같습니다. 개발자 직종의 경우는 이미 자체적으로 인력이 부족하다고 느낀 기업들이 다양한 무료 코딩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네이버의 경우만 하더라도 Boostcamp라는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기업들의 교육 프로그램 이외에도, Youtube나 W3Schools 등과 같은 웹사이트들에는 다양한 컴퓨터 언어와 코딩 개념들을 배울 수 있는 강좌들이 무료로 공개되어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이해하기도 그렇게 어렵지 않았고요. 제 경험에 비추어볼 때, 적어도 4차 산업혁명과 관련된 기초 지식에 대해서는 현재 공교육 시스템과 온라인에 공개된 강좌들을 적절히 활용한다면 큰 비용을 치르지 않고도 누구나 자신이 취업에 있어 필요한 지식이나 정보를 습득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세 번째로는 선생님께서 공교육의 개혁 방안으로 제시하신 〈사립학교-사교육 중심의 교육 재편〉에 대한 우려를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개인적인 경험과 관찰에 비추어보면 사립학교-사교육 중심의 교육 재편은 무엇보다도 수도권과 지방 사이의 교육 인프라 차이를 더욱 증대시킬 것이라는 점에서 우려스럽습니다.
높은 질의 사교육은 ‘어디에서’, ‘누구에게’ 제공될까요? 사교육은 교육을 상품으로 하는 기업에게 교육 서비스의 공급을 맡기는 것이기 때문에 시장의 원리에 따라 서비스는 높은 수익을 낼 수 있는 입지로 결국 집중되게 될 것입니다. 높은 수익을 낼 수 있는 입지는 현재 수도권과 지방 사이의 불균형적인 인프라 구축 현황과 그에 따른 인구 몰림 현상을 고려할 때, 수도권이 사실상 유력합니다. 따라서 사교육의 확대 또는 사교육 중심으로의 교육 질서 재편은 결국 ‘대치동’이라는 이미지로 대표되는 대한민국 사교육 시장을 수도권에 하나 더 만들게 되는 결과로 귀결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지방의 경우는 지금도 그러하듯, 좋은 질의 교육을 여전히 제공받지 못하겠지요. 시장의 요구에 부합하고 국가의 발전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인재를 양성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교육 개혁 과제에 있어 가장 핵심적인 목표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만, 이 과정에서 교육의 격차를 심화시키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제가 생각하는 교육 개혁의 올바른 방향은 무엇인지, 그리고 저는 교육 개혁과 청년 일자리 사이에는 어떤 관계가 있다고 생각하고 있는지를 요약하면서 글을 마무리하려고 합니다.
선생님께서 지적해주신대로 많은 대한민국의 학생들은 〈대학과 입시가 전부인 줄 알고 누가 더 잘 꼬아낸 문제를 잘 푸나 경쟁을 하고 대학에 들어가 시장의 수요와는 다른 전공을 공부하고 사회에 나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같은 교육에서의 문제는 청년들에게 자신이 원하는 일을 하기 힘들게 만들며, 자신의 일을 위해 본격적인 준비에 돌입하는 시점을 늦추기 때문에 대학을 졸업한 이후에 추가적인 비용을 들여서까지 공부를 하고 취업 준비를 하게 합니다. 제가 생각하기로 청년 일자리를 진심으로 위하는 대선 후보가 있다면, 그 후보의 교육 개혁 방향이란 교육을 “대학과 입시가 전부”라고 학생들에게 말하는 것에서부터 “자신에 대한 질문을 던져라”라고 말하는 교육으로 바꾸는 방향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학생과 청년들이 이른 시기부터 자신의 흥미와 관심사를 확인하고 자신이 원하는 일을 하기 위한 준비와 계획을 시작할 수 있도록 교육이 배려한다면, 현재의 공교육 시스템과 사회 제도 속에서도 청년들은 필요한 정보를 배우고 추가적인 비용을 덜 들이면서 원하는 일을 하기 위한 준비를 효과적으로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2.
안녕하세요. 달아주신 답글 덕분에 선생님의 주장이 어떤 의미인지 더 정확히 알 수 있게 되었습니다. 어찌 보면 사회초년생의 부족한 경험에서 기원한 우려나 주장일 수도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세하게 근거를 들어 설명해주신 것에 먼저 감사 인사를 드립니다.
위 답글까지 읽어보고 제가 판단하기로는, 선생님의 주장은 “현재의 공교육 또는 대학교육 시스템은 국가의 개입이 너무 많고 자율성이 적은 시스템이기 때문에, 시장의 요구에 맞추어 유연하게 대응할 수 없으므로 유연성을 늘리기 위하여 민간 주도로 재편하는 것이 맞다”는 것으로 요약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적하신 부분과 문제의식에 깊이 공감합니다. 저 또한 공교육이나 대학교육 시스템의 자율성 – 즉, 학교나 대학이 스스로의 교육에 대하여 더 많은 결정권을 가지게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에 동의합니다. 그러나 여전히 민간 중심으로의 교육 시스템의 재편에는 다음과 같은 이유로 동의하기 어렵습니다.
첫째로는 지난 제 글에서 말씀드렸고, 또 선생님께서도 답변해주신 지방-수도권의 교육 격차 심화와 관련된 문제에 대하여 보충하려고 합니다. 답변해주신 대로, 지방에서 양질의 교육 인프라나 교육 제공자(민간 주도의 교육 시장 질서라면, 아마도 현재의 ‘사교육’ 위주가 되겠지요)를 유치하기 위한 인센티브나 규제 해제 등의 〈자유화 조치〉를 실행하다 보면 해결될 수 있는 문제일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아무리 지방이 양질의 교육 인프라나 교육 제공자들을 유치하기 위한 자유화 조치를 단행한다고 하더라도, 결국 지방의 인구 밀집도가 수도권과 비슷하지 않은 이상은 지방 교육 시장 규모는 수도권에 비하여 작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결국 교육을 제공하는 공급자의 입장에서는 아무리 많은 인센티브가 존재한다고 하더라도, 결국은 그 성장의 정도란 수요에 의하여 제한되니까요. 상대적으로 더 많은 고객(학생)들이 자리하는 수도권에 위치한 교육 제공자는 더 많은 고객을 유치하여 사업의 규모를 키울 수 있을 것이지만, 지방의 경우는 수도권에 비하면 여전히 한계가 있을 것 같습니다. 교육 공급에 있어서 사업의 규모를 키운다는 것은 다른 공급자들에 비하여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더 잘 가르치는 선생’과 ‘더 훌륭한 자료의 제공’과 같은, 더욱 양질의 교육을 제공한다는 것과 같을 겁니다. 따라서 현재의 수도권과 지방 사이의 인구 격차가 해소되지 않는 한, 민간 주도의 교육 시장 질서는 아무리 지방 자치 정부가 인센티브를 제공한다고 하더라도 여전히 수도권-지방 간의 교육 격차를 해소하는 데에는 근본적인 한계가 있는 방안이라고 생각합니다.
둘째로는 교육에 관한 다른 측면에 관하여 조금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여기서는 초 · 중 · 고등학교가 아닌 대학교육을 중심으로 말씀드리려고 합니다. 선생님의 글을 제가 계속 읽어보기로는, 선생님께서는 교육의 여러 측면 중에서도 ‘시장에 대한 인재의 공급’, 즉 ‘인재 공급’에만 초점을 맞추고 계신 것 같습니다. 그러나 교육 개혁을 논하기 위해서는 공급의 측면 이외의 다른 측면도 고려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대학은 시장의 요구에 맞추어 인재를 공급하는 기능도 담당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연구 기관의 역할도 병행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가 차후 다른 나라들에 대해 수출에서 우위를 범할 수 있는 기술 중 어느 이상은 대학에서 학자들이 연구하여 마련한 토대 위에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씀드려도 과언은 아닐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런데 기술 발명을 위해서는 여러 분야로의 동시다발적인 연구 지원이 필요합니다. 이를테면 반도체 관련 신기술을 개발한다고 한다면, 공과대학 관련 연구에 투자할 수도 있겠습니다만 그 기술의 근본이 되는 기초과학에 대한 투자도 이루어져야 하지요. 물리학이나 화학은 물론이고, 어쩌면 새로운 소재를 발견하는데 도움이 될 수도 있는 지구과학이나 생물학에 대한 투자, 더 정밀한 공정이나 계산법을 발명할 수도 있는 수학 등에 대한 다방면적인 투자가 필요합니다. 문제는 이러한 투자를 과연 시장에 맡길 수 있느냐의 문제입니다. 대학을 정부 차원에서 관리하지 않고서 완전히 독립적인 재정을 통하여 학생들을 유치하고, 기업의 투자를 유치하게 한다면, 대학도 ‘경영의 문제’가 있기 때문에 더 많은 재정을 확보하기 위해서 공격적으로 이른바 인기 있는 학과를 많이 개설하고, 인기 있는 학과 쪽에 더 많은 지원을 몰아주게 될 것입니다. 시장 중심으로 대학 교육 질서를 개편한다면, 궁극적으로 시장에서 유통되는 기술의 근간을 이루는 기초 학문에 대한 투자는 제대로 이루어질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과연 삼성이나 SK와 같은 대기업들, 또는 중소기업들이 그 중요성을 공감하여 기초과학 분야에 많은 예산을 기꺼이 투자하려고 할까요? 기초과학 분야는 게다가 공과 분야와는 달리 보통 연구의 결과가 당장 어떻게, 어디에서 쓰일 수 있을지 알 수 없는 경우가 매우 많습니다. 기업들은 자신들에게 돌아올 결과가 명확한 투자를 행할 것이므로, 기초과학 연구는 투자에서 기피의 대상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따라서 시장 중심 질서 속에서 대학의 운영이란 결국은 기초 학문에 대한 투자와 연구의 불활성화로 이어질 것이고, 이는 신기술 개발에 있어 치명적이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경제에 더 큰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까지는 선생님께서 제 우려에 답변해주신 글에 대한 반대 의견을 말씀드렸습니다. 여기서부터는 제가 생각하는 공교육의 개혁 방향에 대하여 조금 더 보충하고자 합니다.
민간 주도의 교육 질서나 현행되고 있는 정부 주도의 교육 질서는 모두 장단점이 있습니다. 정부 주도의 교육 질서는 지나치게 정부의 간섭이 강한 경우에는 교육의 유연성을 저해해서, 빠르게 변화하는 시장과 주변 상황에 발 빠르게 교육이 대처하지 못하도록 만든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지적하신 것처럼, 이는 청년 실업이나 구직에 있어 추가적인 비용을 개인이 감당하도록 하는 문제에 어느 정도 영향을 끼치기도 하지요.
민간 주도의 교육 질서는 어쩌면 현행 정부 주도 교육 질서의 위와 같은 단점, 특히 청년 실업과 관련된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더 많은 수요가 있는 교육 분야에 더 많은 교육 자원과 용역이 투입되고 제공될 수 있도록 하면, 교육이 시장의 수요와 요구에 더 발 빠르게 대처할 수도 있을 겁니다. 그러나 교육을 민간 중심으로 개편하는 것, 즉 시장 질서에 맡기는 것은 지역 간 교육 격차를 해소시킨다기보다는 심화시키거나 이른바 ‘인기 없는’ 기초 학문 분야에 대한 투자를 저해시킬 위험이 있습니다. 민간 주도의 교육 질서는 불평등의 해소나 기본 기술 구축에 있어서는 현행되고 있는 정부 주도의 공교육 시스템보다도 더 큰 문제를, 지금보다 더 심각한 청년 일자리 문제를 야기할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민간 주도의 교육 질서든 정부 주도의 교육 질서든, 중요한 것은 올바른 교육 개혁의 방향은 교육 주체(학교나 학원 등)에 대한 자율권을 확대하는 것에 있다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자율권을 확대하는 것이야말로 결국 시장의 수요에 교육이 발 빠르게 대처할 수 있는 출발점이 되는 것이니까요. 자율권을 확대하는 방법에는 아예 교육 시장 자체를 민영화하는 방법도 있을 수 있습니다만, 현행되고 있는 정부 주도의 교육 질서 속에서 민간의 참여를 확대하고 각 교육 주체에게 더 많은 결정권을 쥐여주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는 점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말씀하셨던 문제 중에서 하나 예시를 들어 설명하자면, 이를테면 검정교과서가 집권하는 정권에 따라 지나치게 변동되는 문제는 교과서를 선정하는 절차가 정권의 영향을 덜 받을 수 있도록 절차를 개선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검정교과서의 선정이나 평가 과정에서 시민들의 의견이 더 많이 반영될 수 있도록 위원 선임 절차나 위원의 비율을 조정할 수도 있을 것이며, 시민 참여와 의견 교환이 더 널리 그리고 많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대중들에게 검정교과서 개선 과정을 알리고 현행보다도 더 쉬운 의견 개진 및 참여 방법을 보장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교육 개혁은 복잡한 문제입니다. 선생님께서 말씀하신 대로 민간 주도의 교육 질서를 구축하여, 이를테면 각 대학이 자유롭게 자신의 교육 서비스에 대한 공급을 결정하는 것도 좋겠지만 시장 속에서 공급 주체는 결국 ‘돈’이라는 경영상의 문제 때문에 빠져서는 안 될 투자나 문제들에 대한 관심을 소홀히 하기도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정부가 그러한 인프라나 기초적인 투자들을 관리하고 있는 것이지요. 저는 교육도 정부가 주도하는 투자 대상이 되어야 한다고 여전히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선생님과 제 견해가 비록 조금 다르기는 합니다만, 두 견해에서 공통적으로 확인되는 교육 주체의 자율성 확대만큼은 교육 개혁에 있어서 반드시 필요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3.
많은 대한민국의 학생들은 〈대학과 입시가 전부인 줄 알고 누가 더 잘 꼬아낸 문제를 잘 푸나 경쟁을 한 뒤, 대학에 들어가서는 시장의 수요와는 다른 전공을 공부하고 사회에 나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같은 교육에서의 문제는 청년들이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 진정으로 하고 싶은 것〉을 찾을 기회를 사실상 거의 부여하지 않기 때문에, 자신이 원하는 일을 하기 힘들게 만들기도 하며, 일에 대한 만족도 하락의 원인도 될 수 있습니다. 나아가서는 자신의 일을 위해 준비하기 시작하는 시점까지 늦추기 때문에, 대학을 졸업한 이후에도 추가적인 비용을 들여 취업 준비를 하게 만들기도 하고요. 일자리와 전공의 미스매칭(mis-matching) 문제도 현행 교육 제도의 이 같은 폐단 또는 문제의 연장선 상에서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생각하기로 청년 일자리를 진심으로 위하는 후보가 있다면, 공약 중 교육 개혁에 관한 내용은 〈좋은 대학에 가기 위한 경쟁을 보다 공정하게〉라고 학생들에게 말하는 것에서부터 〈자신에 대한 질문을 던져라〉고 말하는 교육으로 바꾸는 방향이 되어야 한다고, 학생들이 자기 탐색과 진로 탐색을 충분히 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하는 방향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현재까지 제가 알고 있는 제20대 대선 후보들의 공약을 토대로 판단해보면, 각 캠프 모두 청년 일자리와 이렇게 깊이 연관되어 있는 교육 개혁에 대해 깊이 고민한 흔적은 보이지 않는 것 같습니다. 정의당을 제외한 나머지 원내 3당이 주장하고 있는 정시 확대가 대표적입니다. 정시 확대는 이러한 교육 폐단은 유지한 채 단지 경쟁에서 공정성을 확보하겠다는 담론일 뿐이지, 청년의 흥미와 관심사를 확인할 기회를 부여하는 정책이라고 생각되지는 않습니다. 학생과 청년들이 이른 시기부터 자신의 흥미와 관심사를 확인하고 자신이 원하는 일을 하기 위한 준비와 계획을 시작할 수 있도록 교육이 배려한다면, 현재의 공교육 시스템과 사회 제도 속에서도 청년들은 필요한 정보와 지식을 배우고, 추가적인 비용을 덜 들이면서도 원하는 일을 하기 위한 준비를 효과적으로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