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유 #11. 경남과학고등학교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들을 위한 안내서
사유(思惟) 시리즈는 카페지기 커피사유가 일상 속에서의 경험으로부터 얻은 느낌과 생각들을 기반으로 작성한 에세이를 연재하는 공간이자, 커피, 사유(思惟)의 중심이 되는 공간입니다.
첨언
최근 여러 계기를 통하여 이 글이 경남과학고등학교 등, 특목고 진학을 희망하는 학생들에게 조금씩 전해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 학생들에게 이 글을 읽을 때 주의해야 할 점들을 몇 가지 알리고자 합니다.
하나. 이 글은 필자가 고등학교와 ‘대입’이라는 목적론 속에 빠져 있을 때 쓰인 글입니다. 물론 고등학교 입시를 앞둔 여러분들에게 ‘목적론 속에 빠져 있다’라는 말의 의미는 이해하기 난해할 것임을 알고 있습니다. 대학 입시와 고등학교 진학에 높은 가치를 부여하도록 교육하는 것이 현 대한민국의 안타까운 현실이라는 점을 그러나 강조하지 않을 수는 없습니다.
둘. 이 글은 전적으로 고등학교 생활의 ‘방법론’ 혹은 ‘기술’을 대입이라는 목적 아래에서만 기술해놓은 글입니다. 이 글은 고등학교 생활에서 “이러이러하게 행동해야 한다”를 주장할 때, 고등학교에서의 삶의 목적이란 ‘대입’뿐이라는 위험한 가정 위에 서 있는 글입니다. 고등학교에서 여러분은 어쩌면 저와는 다르게 교우 관계라던가 조금 더 귀중한 다른 가치들을 위해 생활할 수도 있을 겁니다. 이 글에서 전제하고 있는 가치평가를 전적으로 옳은 것으로 받아들이지 않도록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셋. 지금은 깨닫지 못할 수도 있지만, 점차 여러분은 학문의 세계에 입성함에 따라서 경쟁의 대상, 혹은 투쟁의 대상은 주변인이 아닌 자기 자신임을 알게 될 것입니다. 고등학교에서 여러분이 깨달아야 할 가장 소중한 사실이 하나 있다면, 바로 〈나는 내가 아무것도 모르겠다는 사실 하나 이외에는 제대로 알고 있는 것이 없다〉라는 무지에 대한 직시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부디 이 사실 하나를 고등학교 생활에서 명백하게 깨닫기 바랍니다. 이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고 고등학교에서 너무 많은 경쟁에 시달리다가 대학에 도달한 끝에, 대학에서의 상실을 겪는 이들을 저는 너무 많이 목격했습니다. ‘학문’이란 무엇인지, ‘배움’이란 무엇인지 고등학교 생활에서의 각종 실패와 좌절을 통하여 여러분들이 크게 배우기를 바랄 뿐입니다.
2023. 4. 6.
이 글은 필자가 지난 2년에 걸쳐 재학한 바가 있는 경남과학고등학교에서의 경험을 토대로 하여, 이 학교에서의 생활을 어떻게 풀어 나가야 할 지에 관하여 조금이나마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남기는 글입니다.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이 들어간 주관적인 글이며, 학교 측에서 공식적으로 주장하고 있는 바는 아님을 사전에 분명히 해 둡니다. 이 글은 경남과학고등학교에 입학 허가를 받은 신입생들을 독자로 가정하고 있으며, 이 글에 등장하는 필자의 경험은 모두 2019~2020년 사이의 일이었음을 명시해둡니다.
서론
이 즈음이면 이제는 모교가 되어버린 경남과학고등학교에서는 2021학년도 신입생들을 대상으로 하여 명목은 ‘중학교와 고등학교 교육을 잇는’이라고 주장하곤 하는 브릿지 교육을 실시한다는 명목으로, 신입생들을 기숙 생활을 하게 하면서 수업을 시킬 즈음이다. 바야흐로 이제 약 한 달 정도가 있으면 모든 학생들은 봄을 맞아 새로운 학기와 도전을 이어나가는 계절이 되는, 이제 2월이 얼마 남지 않은 이 시점을 통과하고 있다는 사실을 직접 체감하니, 갑작스레 그 브릿지 교육에 가 있는 내 동생이 떠오르지 않을 수가 없었다.
가족이라고 하는 기초 공동체에 대한, 일반적 통념의 특성상, 나는 한 때 나 자신이 수많은 좌절과 재도전을 경험했던 때를 동생도 겪을 줄을 짐작함으로부터 오는 일종의 ‘말하고 싶은 감정’을 억누를 수 없다. 그 감정을 조금 더 이해하기 쉬운 말로 풀어서 하자면, 내가 했던 실수를 동생이 반복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것의 연장선이다.
이 글을 쓴 이유가 바로 그러한 감정이 동기로 작용하였기 때문이다. 솔직히 선언하면, 사실 나의 동생에게 잔소리를 글의 형태로 퍼붓는 것이 제일의 목적이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조금 더 생각해보면 2021학년도 경남과학고등학교 입학생 모두에게 조언해주어도 좋을 내용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나는 원래 편협한 인간이어서, 동생에게만 조언해두고 정확한 목적은 비밀로 부칠 생각이었지만, 어차피 이 글이 그리 많은 이들에게도 보여지지도 않을 것이라는 점, 그리고 이렇게 글로 서술하는 행위가 나에게 있어 커다란 심리적 안정을 가져다준다는 점을 무시할 수 없으므로 그냥 이렇게 글로 남겨둔다.
서론이 길었다. 이제는, 경남과학고등학교에 처음 입학한 사람들에게 내가 하고 싶은 말을 잔뜩 적어내려가야 할 시간일 뿐이다.
중학교 때에 잘했다고 고등학교 때 잘한다는 보장은 없으니 긴장하라.
주의: 필자는 기존 대한민국 ‘교육 현실’에 대해 다소 부정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으며, 거기다가 회의적인 사고 방식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므로, 이하의 설명에서는 다소 꽤 비관적인 기술이 지배적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필자의 주관적인 의견일 뿐이라는 점에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첫 번째로 필자가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지금 독자들의 상황을 고려할 때 가장 먼저 가저야 할 마음가짐에 관한 생각이라고 하겠다. 필자의 경험을 토대로, 독자 여러분의 최근의 경험들, 그리고 현재의 생활 상황에 대하여 짐작하는 바를 말해보겠다.
우선 지금 브릿지 기간에 참가하고 있는 학생들이라면, 나름 입학사정관 선생님들이 주장하시는 바에 의할 때 공정하고 엄격한 선발 절차를 통과한 스스로이므로, 스스로를 자랑스럽게 생각해도 된다는 생각이 처음 들었을 것이다. 그 자랑스러움은 처음 학교를 들어오는 순간, 아마도 옆에 보이는 다른 아이들도 자신과 같은 엄격한 절차를 통과한 이른바 ‘똑똑한 아이들’이라는 생각 때문에, 일종의 낯설다는 감정과 일말의 경계심으로 전환되는 경험을 야기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경계심으로의 전환이라는 경험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중학교 때의 잘 나가는 스스로를 잊지 못하고, 스스로에 대한 자신에 가득 차 있는 학생들이 많을 것이 분명하다고 생각된다. 확신하건대, 이를테면 지금 브릿지 기간에 점심, 저녁 시간 등에 합강에서 공부하지 않고, 기숙사 등에서 친구들과 노는 데에 시간을 소비하는 경우가 많은 학생이 적어도 하나 이상은 존재할 것이다. 하지만 분명히 나는 선언해둔다. 후회하게 될 것이라고.
비단 경남과학고등학교 뿐만이 아니고, 대부분의 특목고에서 공통적인 현상 중 하나는, 1학년 1학기 1차고사에서 학생들 대부분이 깨진다는 것에 있다. 보통 ‘깨진다’라는 용어는 흔히 ‘멘탈 붕괴’라고 말하는 정신적 공황감이나 격렬한 위기감과 스트레스를 동반하는 복합적인 감정을 느끼게 되는 상황을 지칭할 때, 혹은 어떤 이가 지금까지 알아오던 것들로 통해 구성된 스스로에 대한 생각(가치관)과 세상에 대한 생각(세계관)이 무너지는 경우에 사용된다. 이러한 1학년 1학기 1차고사의 공통적인 원인으로 계속 선생님들과 학생들이 동의하고 있는 제일은 무엇이냐 하면, 바로 학생들의 자만에 있다.
이해는 된다. 필자도 동일한 경험을 겪은 사람이기 때문이다. 과학고등학교에 들어올 정도의 실력을 갖춘 나 스스로라면, 어떤 도전이 다가와도 다 이겨낼 수 있을 것이라고 섣불리 판단했었다. 중학교 때에 해 왔듯이, 고등학교 때에도 해 나간다면 비슷하게 우수한 성적을 얻고, 손쉽게 나아갈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필자가 간과한 것이 하나 있었다. 주변의 다른 친구들도 그러하다는 것이다. 개 중에는 세간에 떠도는 소문으로 인하여 학원 뺑뺑이를 겁나게 돌려서(즉, 사교육 시장을 통한 선행을 매우 돌려서) 용어라도 조금 듣던가, 아니면 진짜 열심히 공부하던가 한 친구들도 분명히 존재했다. 이러한 친구들의 존재는, 상대 평가라는 방식으로, 시험을 쳐서 1등부터 줄을 쫙 세워서 등급을 매기는(고기 마냥) 형태로 평가하는 대한민국 고등학교 평가 시스템의 특성상, 필자의 내신 등급에 매우 위협적이었다. 이런 친구들을 의식하면서 뭔가 학업열을 태웠어야 했는데, 긴장하면서 달려나갔어야 했는데, 필자는 그 부분에 있어서 솔직하게 말하면 게을렀다. 그 결과는? 짐작하다시피, 필자의 1학년 1학기 1차고사 성적은 처참했다. (그래도 정말 다행히도 완벽하게 죄다 7, 8, 9등급으로 무장된 성적표를 받지는 않았다)
이러한 필자의 경험 중 하나를 꺼내면서 이 절에서 독자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것은, 브릿지 기간이라는 기간 중에도, 자신보다 더 많은 노력, 혹은 학습 활동을 진행하였을 다른 친구들(그리고 동시에 자신의 경쟁자들)을 의식하라는 것이다. 물론 이러한 의식은 다른 친구들에 대한 혐오나 지나친 경쟁 의식으로 이어지면 곤란한 것이 사실이다(인성적으로도, 그리고 대입에서 불리하다는 점으로도). 하지만, 이 경쟁 의식이 스스로의 학업적 의지를 불태우는 동기가 되어야 할 필요는 있다고 분명히 못을 박아 둔다. 스스로가 완전한 천재가 아닌 이상, 노력하지 않고서 이루어낼 수는 없다. 과학고등학교에 2년 있으면서, 미친 듯이 노력해도 결과가 따라주지 않는 경험을 필자는 꽤 해 보았다. 노력에 대한 보상이 항상 필연적이지 않은 마당에, 노력하지 않는 이들에게 보상이 공짜로 주어질 리는 절대적으로 없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라는 말이 이렇게 적용된다고 볼 수도 있겠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 보면 이런 말이 있다. 어릴 때 아무 생각 없이 읽을 때에는 그냥 이상한 문장으로만 생각했지만, 아마 독자 여러분들이 2~3년 동안 어떤 일련의 경험들을 체험해본다면, 이 문장들이 다른 의미로 다가올 것이라고 확신한다.
앨리스는 당황하여 그녀 스스로와 주위를 둘러 보았다.
“왜죠? 우리는 계속 이 나무 아래에 있잖아요! 모든 것이 그대로에요!”“물론이지.”
하고 여왕이 말했다.
“그럼 어때야 하는데?”“이런, 저희 나라에서는요,”
앨리스는 여전히 약간 숨을 헐떡거렸다.
“우리가 한 것처럼 오랫동안 아주 빨리 달렸다면, 일반적으로 다른 곳으로 가 있어야 하죠.”“그곳은 아주 느린 나라구나!”
루이스 캐럴,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中.
여왕이 말했다.
“이제, 여기 보다시피, 네가 할 수 있는 한 가장 힘껏 달려야만 이곳에 겨우 머무를 수 있을 뿐이야. 만약 네가 다른 곳으로 가고 싶다면, 적어도 이보다 두 배는 더 빨리 달려야 하지!”
다 필요없다. ‘내신’이 갑(甲)이다.
주의: 이하의 내용은 필자의 고등학교 생활의 목적으로는 ‘대입’이라는 목적만이 유일하다고 생각하는 가치관이 압도적으로 반영되어 있습니다.
두 번째로 필자가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다름 아닌 무엇이 경남과학고등학교 생활에서 가장 중요한가? 라는 질문에 대한 2년의 경험에서 얻어진 필자 스스로의 답안이다. 그 답은, 다름 아닌 첫째도 내신, 둘째도 내신, 셋째도 내신이라는 것이다.
필자는 브릿지 교육을 갔을 때 선생님들이 내신 이외에 발명, 그리고 각종 교외 대회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을 자주 들었다. 보통 4층 소강당에 모여서 공지 사항을 듣거나, 아니면 무슨 ‘교육’을 받는다거나 할 때 듣기도 하고, 담임 선생님을 통해서 이러한 말을 듣기도 했다. 그래서 뭘 모르던 당시에는 일단 선생님들을 믿고 발명 대회도 열심히 참여하고 동시에 내신까지 준비하는, 이른바 동일한 우선 순위에 둘을 올려두고 바쁜 생활을 했던 것 같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조금 다른 사실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솔직히 말해둔다. 선생님들도 내신이 ‘대입’에 있어서 절대적으로 작용한다는 사실을 부인하지 않는다. 만약 여러분들이 나중에 1학년 1학기 1차고사가 끝나고 선생님들에게 상담을 받으러 간다면, 한 번 여쭈어보라. 내신과 대회 중에 무엇이 더 중요한지. 예외는 없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강조해두건데, 내신이 ‘대입’에서 가장 중요하다. 대회는 최근 입시 트렌드를 보더라도, 바보가 아닌 이상은 그렇게 크게 작용할 수 없다는 것을 누구나 쉽게 알아차릴 수 있다.
최근 입시 트렌드는 문재인 정부에 들어서면서 수시를 조금 불리하게 하고 있는 쪽으로 편향되고 있다. (적어도 필자가 느끼기에는 그러하다) 정시 비율을 확대한다는 점, 그리고 그러한 움직임이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자녀를 둘러싼 입시 비리 의혹이나, 문재인 정부 이전 박근혜 정부 때 국정농단 사태와 관련하여 최순실의 자녀를 둘러싼 입시 비리 사건으로 탄력을 더욱 받았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더더욱 그러하다. 그러한 변화의 흐름이 필자의 2021학년도 입시에 반영되기도 하였는데, 대입에서는 생활기록부에 기재된 대외상은 기재할 수 없으며, 교내 상이더라도 그 중 ‘한 학기당 한 개의 상’만 대입에 활용할 수 있다는 규칙이 바로 그것이었다.
이 규칙으로 인하여, 대외 상의 의미는 ‘입시’에 있어 압도적으로 퇴색된다. 물론, 예외는 존재한다. 특기자 전형의 경우는 대외상을 기재 가능한 경우가 존재하기 때문에, 의외적으로 대외상 등과 같은 수상 실적이 중요하게 작용할 수 있다. 하지만, 이 특기자 전형을 사용하여 입시를 노리는 경우는 내신 성적이 좋지 않은 경우이다. 따라서 이것은 2번째 계획으로 두어야 할 부분이지, 우선적인 계획으로 채택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다. 적어도 경남과학고등학교에서 첫 번째로 우선시할 대입 전략은, 무어라고 하여도 단연코 ‘내신’ 뿐이다.
선생님들이 브릿지 때에 모든 활동에 열심히 참여하라는 것은, 사실 내신과 대외 활동 등을 동일 우선순위로 두라는 것을 지시하지 않는다. 정확한 표현은, 내신이 가장 중요하니까 제일 우선적으로 투자하되, 내신이 망할 수도 있으니 세컨드 플랜으로 대외 활동과 교내 수상에도 신경을 써라. 라는 표현이다. 착각해서는 안 된다. 고등학교 생활의 목적은 부정할 수 없듯, 대입이 최우선상에 자리하기 때문이다.
생활기록부나 자기소개서에 쓸 수 없는 활동을 하는 것은 시간 낭비이다.
주의: 이하의 내용은 필자의 고등학교 생활의 목적으로는 ‘대입’이라는 목적만이 유일하다고 생각하는 가치관이 압도적으로 반영되어 있습니다.
고등학교 생활의 주된 목적은 강조하고 있지만 대입이다. 대입은 수많은 경쟁자를 필수적으로 동반한다. 그 경쟁자는, 불행히도 독자 여러분의 주변에 있는 다른 친구들, 동기들 뿐만이 아니다. 우선적으로 다른 학교에 있을, 얼굴도 모르는 누군가 다른 학생들이 여러분의 잠재적 경쟁자이기도 하다. 경쟁자가 몇 명이고, 어떤 능력을 가지고 있을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몇 년도 안되는 시간을 헛되이 보내는 것은 무책임하고 무계획적이며, 필연적인 후회를 초래할 행위이다. 그러므로, 고등학교 생활의 전반은 전적으로 대입만을 위해 헌정하여도 시간이 모자란 것이 정상이다. 무언가 놀 시간이 존재한다라고 하는 것은, 두 가지 생각 중 하나를 가진 경우일 수 밖에 없다.
- 나는 천재다. 남들보다 덜 노력해도, 늘 결과가 잘 나온다.
- 나는 대학을 갈 생각이 없다.
위 두 경우라면 하는 수 없겠지만, 해당 사항이 없다면 여유 시간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최소한 의식이라도 하기 바란다. 그리고, 흔히 뻘짓이라고 하는 행위들을 과학고등학교 생활에서 한다는 것은 상당한 손해이며 바보짓일 수 밖에 없다는 것을 인정하기 바란다. 물론 고등학교 생활에서의 추억도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경우, ‘닭’을 시켜먹는다는지와 같은 일탈의 행위를 할 수도 있고, 진학자료실에서 Youtube 게임 영상을 보거나 심지어는 게임을 깔아 플레이할 수도 있으며, 기숙사에서 이불을 뒤집어쓰거나 옷장 안에서 밀반입한 스마트폰이나 노트북으로 게임을 즐길 수도 있다. 하지만, 대입을 가장 중요한 목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독자 본인이라면, 주어진 시간에 주어진 일을 하도록 하자. 잘 때는 자고, 합강에서 공부할 때는 공부하고, 자료를 찾고자 할 때에는 게임 영상에 혹 하지 말고 할 일만 하자. 그렇게 시간을 아껴서 쓰고, 남는 자투리 시간은 죄다 공부에 쏟아 넣도록 하자.
한 편, 여유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인지하는 것 외에도 중요한 것이 하나 더 있다. 그것은 바로 자신의 고등학교 생활을 어떻게 자기소개서와 생활기록부에 넣을지 고민하면서, 계획하면서 생활해야 한다는 것이다. 거의 대부분 수시로 대학 입시를 치르는 경남과학고등학교 특성상, 1차 서류 전형을 지배하는 주요 2개 서류인 두 서류는, 모든 대학에서 요구하는 바와 같이, 고등학교 생활의 내용과 그 생활에서 느끼고 배우고, 성장한 점들을 요구한다. 대학은, 이 학생의 생활기록부와 자기소개서에 기술된 내용을 토대로, 학생의 모습을 그린다. 즉, 이 학생이 어떤 학생인지 낱낱이 알고자 한다. 이 학생은 성실한 학생이다. 혹은 그렇지 않다. 이 학생은 이 분야에 있어 탁월한 흥미와 능력을 가진 학생이다. 혹은 그렇지 않다와 같은 판단에 능숙한 사람들이 대학 입학 사정관들이다. 그 검토 결과가 대학의 인재상과 부합할 때, 그들은 그 서류를 가진 이들에게 면접으로의 기회를 제공한다. 그러므로, 대입을 지배하는 주요 서류들을 지배하는, 고등학교 생활을 막 하겠다는 계획을 가진 사람은 대입에 관심이 없다는 것을 직접적으로 피력하는 것 밖에 되지 않는다.
생활기록부와 자기소개서에 자신이 어떤 사람으로 적히면 좋겠는지 생각하고, 그 계획에 맞추어 학교 생활을 해 나가도록 하자. 나중에 학기 말에 주어지는 생활기록부 세특 PR 자료(선생님들이 한 학년에 100명 남짓되는 학생들의 모든 특징을 기억하는 것은 불가능하므로, 학생들이 자신의 특징을 기록하여 작성에 참고하라고 송부하는 자료)를 작성할 때, 그 때에서야 지어내고 부랴부랴 계획을 짜면 이상한 서류가 나오기 마련이며, 나중에 입시에서 자기소개서를 쓰는 과정에서 느끼게 되겠지만, 스스로의 고등학교 생활에 대한 후회가 남을 뿐이다. 왜냐하면, 일련의 스토리나 확고한 목적 의식이 없다는 것을 스스로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필자는, 필자의 친구 중 몇몇이 그러한 감정을 느껴 상담을 받는 것을 목격했다. 하지만, 불행히도 그들이 할 수 있는 것은 별로 없었다.
대학에서 어떤 능력들을 요구하는지를 미리 알아두는 것도 엄청난 도움이 될 것이다. 필자가 알고 있는 한 그 부분에 대한 가장 좋은 자료는, 서울권의 몇몇 대학들이 공통적으로 발표 및 공개한 평가 기준에 관한 책자이다. 이 책자에는 학생들의, 수시 부분에서 서류를 통해 어떤 부분을 평가하게 되는지에 관한 상세한 설명이 있으니, 이것을 필히 참고하여, 이 부분들이 충분히 생활기록부에 드러나도록(혹은 증명되도록) 적혀져 있는지 점검하면서 생활을 계획하고 실행하기를 바란다.
‘정규’ 동아리에 신경을 쓰고, ‘비정규’ 동아리는 1개, 활동 별로 안 하는 것으로. ‘명예’는 생각하지도 말라.
주의: 이 부분은 독자가 ‘정규’ 동아리, ‘비정규’ 동아리, ‘명예’, ‘학술’ 동아리, ‘비학술’ 동아리, ‘공연’ 동아리와 같은 경남과학고등학교의 동아리 용어를 이해하고 있다는 가정 하에 기술되었습니다. 해당 용어를 모르는 경우에는 가까운 선배나 선생님을 통해 조언을 구하기 바랍니다.
신입생들에게 브릿지 기간에 벌어지는 일 중 하나는 ‘동아리’ 선발이다. 이 시즌이 되면, 보통 2학년 학생들이 신입생들을 소강당에 모아 두고, 공연 동아리가 아닌 학술 성격의 동아리 혹은 봉사 성격의 동아리의 경우라면 병맛 설명을 통해, 공연 동아리의 경우는 공연을 통해(주로 노래, 춤, 연극 등) 신입생들을 그들의 동아리로 끌어들이려고 안간힘을 쓴다. 보통 이런 동아리 소개는 갑작스럽게 공지되고 소집되어 실시되는 경우가 다반사이므로, 보통 이 경우 신입생들을 급작스러운 혼란에 빠뜨린다. (하지만, 현실을 적어두자면, 경남과학고등학교는 일을 좀 급작스럽게 하는 경향이 많다. 시간표 바뀐 것을 당일 그 교시 시작하기 전에 공지하는 학교이다)
동아리라고 하는 용어 자체의 내재된 환상 덕에, 브릿지를 이제 막 하고 있는 신입생들은 이제는 무슨 동아리에 들어가야 하지라는 고민까지 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하지만 동아리는 고등학교 생활이 주된 것과 부된 것 두 종으로 나누어진다고 하면, 분명히 부된 것에 들어간다는 점에서, 이러한 고민은 주된 것이 결코 될 수 없다. 따라서, 이러한 고민을 하는 독자들에게 필자가 하고자 하는 조언은 그냥 진로와 관련된 정규 동아리를 하나 하고, 비정규 동아리는 활동을 안 하는 것으로(즉, 동아리가 터진 것으로) 하나 하라는 것이다. 허나, 명예는 생각하지도 말아야 한다.
대입을 위한 필수적인 서류인 생활기록부의 동아리 관련 기재사항은 그 규정상 정규 동아리를 위주로 하여 약 500자 내외를 기술할 수 있는 반면, 비정규 동아리는 단 한 줄 정도의 분량 밖에 허락되지 않는다. 대입을 우선적으로 하는 독자라면, 이성적으로 생각해보았을 때, 정규 동아리를 통한 생활기록부의 ‘동아리’ 부분의 구성을 노려야 하지, 비정규 동아리는 압도적으로 그 중요도가 떨어진다. 따라서, 동아리보다 우선적인 내신을 위해 공부하는 시간을 확보하는 점을 생각하여 볼 때, 정규 동아리를 제외하고서는 시간을 투자할 가치는 사실상 없다. 따라서, 비정규 동아리는 사실상 활동을 하지 않는 동아리로 선택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같은 이유로, 생활기록부에 들어갈 수도 없는 활동인 명예 제도에 휩쓸리는 것은 비합리적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결론
이렇게 필자가 처음으로 경남과학고등학교에 들어온 신입생을 독자로 가정하였을 때, 하고 싶은 말은 어느 정도 다 했다는 생각이 든다. 위에 적은 내용은, 필자의 지극히 주관적인 의견이기 때문에, 참고되어야 할 사항이지 권고되는 사항은 결코 아니다. 하지만, 적어도 만약 독자 여러분이, 고등학교 생활에 대한 필자의 가치관과 목적관에 동의한다면, 필자의 말이 그렇게 의미 없음의 연속은 아닐 것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