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유 #48. 연어(鍊魚)처럼

사유 #48. 연어(鍊魚)처럼

2022-11-09 0 By 커피사유

사유(思惟) 시리즈는 카페지기 커피사유가 일상 속에서의 경험으로부터 얻은 느낌과 생각들을 기반으로 작성한 에세이를 연재하는 공간이자, Cafe 커피사유의 중심이 되는 공간입니다.


단련하는 자의 운명에 대하여


이 글은 2022. 11. 2. Chalkboard에 작성한 글 〈흐르는 강물을 거꾸로 거슬러 오르는 연어처럼〉을 다듬은 것임을 서두에 알립니다.


아! 그대들은 연어의 운명에 대해 알고 있는가? 태어난 그곳으로 돌아가려 기여코 강물을 거슬러 오르려고 하는 연어의 운명을.

연어는 강물을 거꾸로 거스르려 무진장 애를 쓴다. 죽을 힘을 다해,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힘을 다해 지느러미를 휘젓고 튀어 오른다. 강물이 연어의 확고한 의지와는 상관없이 상류에서 하류로 세차게, 그리고 자비없게 흐르더라도 연어는 다시 한 번 튀어오른다.

어쩌면 연어는 종종 강물이 반대 방향으로 흘러 자신에게 유리하게끔 되는 순간들을 꿈꿀지도 모른다. 어쩌면 자신의 지느러미를 이용한 모종의 방법으로 강물의 흐름을 거꾸로 바꾸는 꿈을 꿀지도 모른다. 그러나 연어는 알고 있을 것이다. 거대하고 세찬 강물에 비하여 너무나도 작은 자신의 몸뚱아리로는, 자신의 지느러미로는 강물을 도저히 거스를 수 없다는 사실을. 그 무엇이 쓸려 내려가든지 말든지 상관하지 않는, 잔혹하고도 무심하게 흐르는 그 강물을.

그러한 자비없는 강물 앞에서도 기여코 상류로 올라가고자 하는 자신의 꿈을 버리지 못하는 연어는 그래서 더욱 이를 악물고 튀어 오르는 것이다. 자신을 향해 휘몰아치는 물살과 소용돌이 속에서도, 자신을 가로막는 폭포나 장애물 앞에서도 안간힘을 다해 튀어오르고 헤엄쳐 올라가고자 하는 것이다. 자비없는 물살은 자신을 기다려주지 않는다는 것을 알기에. 튀어오르기를 멈추면, 헤엄치는 것을 멈추면 쓸려 내려가는 것은 자신이라는 비극적인 사실을 그 누구보다도 잘 알기에. 물살이 자신에게 유리하게 바뀔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것을 아는 연어는, ‘불가능’ 또는 ‘무능’이라는 이 이름의 현실적 장애물 ― 또는 공포 ― 앞에서 그렇기에 그 공포만큼이나 절박하게 강물을 거스르고자 하는 것이다. 강물은 절박하지 않은 자를 기다려주지 않는다는 것을 알기에.

이 절망적인 연어의 운명을 그대들은 아는가. 자비없는 물살을 헤쳐나가며 상류로 거슬러 올라가고자 하는, 그리하여 자신이 원하는 바로 그곳에 도달하고자 하는 연어의 분투를. 죽을 힘을 다하여 상류로 어떻게든 올라가고자 하는 연어의 그 눈물겨운 노력을.

세상은 연어를 기다려주지 않는다. 연어 앞에는 휘몰아치는 물살이, 그가 거슬러 올라가야 하는 수많은 계곡과 폭포가, 그가 살아남아야 하는 포식자들의 손아귀가 그의 생명을 끊어놓을 듯하게 위압적으로 서 있다. 그러나 연어는 자신의 꿈을 버릴 수 없다. 어떻게든 자신이 원하는 상류로 올라가고자 한다. 고달픈 연어의 비루하고도 절망적인 운명은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

아! 서글픈 연어의 운명이여!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물을 거슬러 오르고자 하는 연어 그대의 잔혹하고도 눈부신 아름다움이여!


사족

이토록 서글프고도 잔혹한 운명을 가진 연어이지만, 연어가 강물을 거슬러 올라가기 때문에 그 강 주변의 생태계가 유지된다는 사실을 그대들은 아는가.

강산에 – 거꾸로 강을 거슬러 오르는 저 힘찬 연어들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