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총서 #1. 혐오 문제 해결을 위한 토의 · 토론 교육의 확대 필요성

연구총서 #1. 혐오 문제 해결을 위한 토의 · 토론 교육의 확대 필요성

2021-12-28 0 By 커피사유

연구총서 시리즈는 커피사유가 작성한 레포트 · 연구 기록 · 소논문 등 학술적인 글들을 모아놓은 공간으로, 세상과 스스로에 대한 분석을 여러 방면에서 시도하는 공간입니다.

이 글은 2021학년도 2학기, 필자가 수강한 서울대학교 김혜영 교수님의 대학 글쓰기 1 수업의 기말 과제로 작성된 레포트임을 밝혀둡니다.


I. 서론

‘잼민이’1인터넷에서 예절을 준수하지 않는 언어 행위를 보이는 저연령층 사용자들을 일컬어 흔히 ‘잼민이’라고 칭한다., ‘틀딱’2노인층을 낮추어 부를 때 노인들이 잇몸 약화로 인해 틀니를 종종 낀다는 점에 착안하여, 노인들의 말은 틀니를 딱딱 소리를 내며 부딪히는 것 이상 되지 않는다는 의미를 담아 ‘틀딱’이라는 용어가 종종 사용되곤 한다., ‘기레기’3사실에 기반하지 않고 기사의 노출 수를 높이기 위하여 자극적인 기사를 생산하는 기자들을 얕잡아 부를 때에 사용하는 ‘기자’와 ‘쓰레기’를 합친 표현이다., ‘여초’4어떤 집단 내에서 여성의 수가 남성의 수를 초과하는 경우 해당 집단은 ‘여초’ 상태에 있다고 말한다. 최근 들어 ‘여초’는 여성 집단을 옹호하는 인터넷 커뮤니티나 단체들을 통칭하거나 비하하는 용어로 사용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개슬람’5이슬람 집단에 대한 혐오를 표출하는 표현으로, ‘개’와 ‘이슬람’을 합성한 용어이다.. 오늘날 우리 생활 곳곳에서 발견되는 표현들이다. 노인부터 여성과 외국인, 어린이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사람들을 향하는 이 같은 무차별적인 공격의 표현들은 민주적 사회에 있어 중대한 위협이 되는 ‘혐오 표현’의 대표적인 예시들이다. 오늘날 한국 사회에서 ‘혐오’는 극심한 사회 문제로 대두되었으며, 사람들에게 그 심각성과 부정적인 영향이 잘 알려져 있다.

어떤 사람들은 혐오는 자신에게 위협이 되는 대상을 거부하기 위하여 발생한 자연스러운 욕구라 생각하여, 인간의 진화 과정에서 그 기원을 찾는다. 따라서 이들은 혐오 문제의 궁극적인 해결 방법이란 혐오가 사회에 가져오는 부정적인 영향을 강조함으로써 혐오가 사회적으로 분출되지 않고 개인적인 감정으로 머무르도록 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 같은 주장은 문제의 원인에 대한 고찰로써 궁극적인 해결을 모색하기보다는 표면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을 규제하는 것에 초점을 맞출 뿐인 주장이다. 그 어떤 문제든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서는 그 원인에 대한 심도 깊은 고찰이 필요하다. 학계에서도 혐오의 원인에 대한 통찰을 기반으로 하여 혐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여러 방책들이 제시되어왔다. 그중에서는 강서희의 〈혐오 정서에 대한 서사 교육의 방향 탐색〉6강서희, 〈혐오 정서에 대한 서사 교육의 방향 탐색〉, 《새국어교육》 124, 한국국어교육학회, 2020, 181-211면.이나, 배영주의 〈민주시민의 ‘혐오 다루기’와 교육의 과제: M. Nussbaum과 H. Arendt를 중심으로〉7배영주, 〈민주시민의 ‘혐오 다루기’와 교육의 과제: M. Nussbaum과 H. Arendt를 중심으로〉, 《문화예술교육연구》 15.1, 한국문화교육학회, 2020, 51-71면.와 같이, 교육을 통하여 혐오가 발생하는 원인으로부터 혐오의 발현을 완화하거나 해결할 수 있다는 주장도 있었다.

이 글에서는 이들 선행 연구들과 동일하게, 혐오의 발생 원인은 교육8‘교육’에는 여러 의미가 있다. 학교를 통하여 이루어지는 공교육을 일컬을 수도 있고, 학원가에서 이루어지는 사교육을 말할 수도 있으며, 평생 교육을 지칭할 수도 있다. 그러나 본고에서는 사교육이나 평생 교육은 논외로 하고, ‘교육’이라는 단어의 의미를 공교육으로만 한정하기로 한다.을 통하여 해결할 수 있음을 전제로 하면서, 다양한 교육의 방식 중에서도 특별히 ‘토의 · 토론 교육’에 집중하고자 한다. 토의 · 토론 교육이 어떻게 혐오가 그 발생 원인으로부터 발현되는 과정을 효과적으로 완화 · 억제할 수 있는지를 살펴봄으로써, 토의 · 토론 교육이 혐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하나의 방책이 될 수 있음을 보이고자 한다.

II. 혐오의 발생과 지속 원인

오늘날 많은 이들은 혐오를 단순히 불쾌감을 일으키는 사물이나 대상 또는 개념을 접하는 경우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감정으로 생각하곤 한다. 그러나 사람들의 생각과는 달리 혐오가 발생하는 원인에는 부패한 음식이나 오염된 물건, 시체나 혈액 등 한 개인에게 생존에 대한 위험을 자각하도록 하여 기피 본능이 일어나도록 하는 사물들만이 있는 것이 아니다. 사회 · 문화 · 종교적 맥락에서 비롯된 대상에 대한 가치 판단 · 믿음 등과 같은 관념들은 생존에 위협이 될 만한 요소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혐오의 원인이 될 수 있다.9최현철, 〈혐오, 그 분석과 철학적 소고〉, 《철학탐구》 46, 중앙대학교 중앙철학연구소, 2017, 179-181면.
배영주, 〈민주시민의 ‘혐오 다루기’와 교육의 과제: M. Nussbaum과 H. Arendt를 중심으로〉, 《문화예술교육연구》 15.1, 한국문화교육학회, 2020, 53-55면.
엠케, 카롤린, 정지인 역, 《혐오사회》, 서울: 다산북스, 2017.[Carolin Emcke, Gagen Den Hass, Frankfrut: S.. Fischer Verlag, 2016.] ‘증오 – 집단에 대한 적대감’.
흔히 이러한 관념들은 사람들이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을 틀 짓기 때문에 ‘인식 틀’이라 명명된다. 인식 틀은 혐오는 주어지는 위험과 같은 자극에 대한 반응으로 느닷없이 일어나는 것뿐 아니라 사회적으로 훈련되고 양성되기도 한다는 것을 극명하게 보여준다.10엠케, 카롤린, op. cit., ‘머리말 – 혐오와 증오에 어떻게 맞설 것인가’. 인식 틀이 혐오를 양성시키는 과정은 다양하지만, 본고에서는 다양성 이해의 결여, 그리고 비판적 사고의 결여가 인식 틀과 어떻게 연관되면서 혐오를 발생시키는지를 집중적으로 살펴본다.

II-1. 다양성 이해의 결여로 발생하는 혐오

혐오의 표적이 되는 대상이 가지고 있는 다양성에 대한 이해의 부족은 혐오의 발생 및 전파의 주요한 원인 중 하나이다. 카롤린 엠케(Carolin Emcke)에 따르면 혐오 대상의 복합적인 면모를 이해하지 못하고 단순히 대상을 잠재적인 위협 요소로 바라보게 되면, 혐오 대상의 다른 모습을 상상하는 일 자체는 거의 불가능해진다. 빈약한 상상력은 자신이 혐오를 표출하고 있는 대상이 특히 사람일 경우에는 그들이 각자 개개인으로서 가지는 유일무이하고 고유한 특성을 인지하지 못하게 하며, 혐오를 표출하는 사람들이 그들이 혐오를 표출하는 이의 입장에서 생각해보고 그의 감정에 이입해 볼 수 없도록 한다. 혐오의 표적이 되는 대상의 다양성에 대한 이해의 부족은 혐오 감정을 공개적으로 표출하는 특정 집단이 혐오 대상으로 놓는 특정 대상이나 집단의 개별적 특성을 무시하고, 혐오 대상을 하나의 고정된 이미지로만 바라볼 수 있도록 한다. 혐오를 표출하는 집단은 혐오 대상에게 ‘위험 요소’라는 인식 틀을 씌워 그들에게 위해를 가하는 일을 정당화한다.11엠케, 카롤린, op. cit., ‘증오 – 집단에 대한 적대감’.

2016년 2월 18일 독일 되벨른으로 받아들여진 난민들에 대한 독일 시민들의 반응은 다양성 이해의 결여로 인한 혐오의 발생을 잘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카롤린에 따르면, 독일 시민 100여명이 “우리는 이 나라의 국민이다!”라고 외치면서 메르켈 독일 총리의 난민 수용 정책을 통해 보호 시설로 이동할 수 있게 된 난민들이 타고 있는 버스를 가로막고 돌아가라고 고함친, 이른바 ‘클라우스니츠 사건’이라 불리게 된 이 사건에서 이주자들 개개인은 모두 하나같이 ‘독일 사회에 잠재적인 위협이 될 수 있는 난민’으로 여겨졌다. 이들 개개인은 저마다의 사정이나 겪어야 했던 불행, 가진 기술과 지적 · 예술적 · 감정적 능력들을 일체 고려 받지 못했다. 그 결과, 이 사건 이후 페이스북에서는 독일 시민들 간에 난민에 대한 혐오 감정이 지속적으로 전파되고 표출되었다.12Loc. cit.

이처럼 혐오의 표적 대상이 가지는 다양성에 대한 이해의 부족은 혐오의 대상이 되는 이들이 개별적인 특성을 무시당하고 마치 그들 모두가 사회에 심각한 위협이 된다고 쉽게 간주될 수 있도록 한다. 나아가 이러한 다양성 이해의 부족은 혐오를 표출하는 이들에게 자신들이 혐오하는 이들의 입장에 서서 사고하거나 그들의 감정을 고려하는 능력의 부족을 야기하기 때문에 이들이 손쉽게 혐오 감정을 발하고 전파할 수 있도록 한다.

II-2. 비판적 사고의 결여로 인한 혐오의 지속

비판적 사고가 개인에게 결여되어 있는 경우는 혐오가 지속될 수 있는 좋은 조건이다. 비판적 사고는 혐오 대상을 ‘혐오해도 되는 것’으로 바라보게 하는 인식 틀의 존재를 알아차리는 데 있어 핵심적인 능력이기 때문이다. 특히 혐오와 연관된 인식 틀은 인간의 대립 관계나 권력 행사에 긴밀히 연관되는 ‘집단적’ 감정을 유도하기 위하여 종종 만들어지고 이용된다는 점에서 비판적 사고의 결여는 혐오의 중지로 나아감에 있어 치명적이다. 배영주에 따르면, 역사적으로 수많은 지배 세력들이 자신들의 권력 영속을 위한 지배 이데올로기로써 혐오의 인식 틀을 산출하였고, 이러한 인식 틀은 취약함, 오염, 불순함을 사회적 소외자들과 일방적이며 무차별적 방식으로 연관지어 그들에 대한 차별이나 멸시를 정당화하였으며 사회의 불만을 엉뚱한 대상으로 돌리기 위하여 사용되어왔다.13배영주, op. cit., 55-56면. 이와 같은 방식으로 혐오의 인식 틀은 취약한 근거를 통하여 사회적 불만이 무고한 사회적 약자들을 향하여 표출되게끔 한다는 사실을 인지하는 것은 혐오의 중지에 있어 가장 중요한 전제가 된다.

카롤린 엠케는 비판적 사고를 통한 혐오를 지속시키는 인식 틀에 대한 세밀한 구별이 혐오의 확산과 전파를 막기 위한 가장 중요한 방안이라고 강조했다. 카롤린은 ‘순수성’이나 ‘안전’ 등을 근거로 들며 사회적 · 경제적 불만을 실제 불만의 원인과는 전혀 다른 대상으로 돌리게 하는 혐오의 틀을 무너뜨리기 위해서는 이러한 불만이 애초에 발생한 장소와 구조를 찾을 수 있는 능력이 절실하다고 주장했다. 나아가 카롤린은 혐오의 틀이 가지는 잘못된 일반화, 즉 혐오 대상이 되는 이들의 다양성은 무시하면서 이들 모두를 사회적 위협으로 간주하도록 하는 투박한 일반화의 틀을 명확히 알아차리고 구분하기 위해서는 인식 틀을 분석하면서 사실과 의견을 구분하고, 근거의 적절성을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이 필수적이라고 보았다.14엠케, 카롤린, op. cit., ‘순수하지 않은 것에 대한 찬미’.

이처럼 개인의 비판적 사고 능력의 부족은 개인에게 혐오 감정을 불러일으키는데 일조하는 인식 틀에 대한 세밀한 구별을 불가능하게 하며, 혐오의 틀이 가지는 잘못된 주장과 가정, 논리적 비약을 알아차리지 못하게 함으로써 혐오가 엉뚱한 이들을 향해 지속되도록 한다. 비판적 사고 능력은 혐오와 관련된 틀의 부당성과 논리적 오류를 알아차리게 하는 데 있어 가장 핵심적인 능력이기 때문에, 이 능력의 결여는 혐오의 중지로 나아가는 과정에서 중대한 방해 요소로 작용한다.

III. 혐오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토의 · 토론 교육

서론에서 다루었듯 본고에서는 혐오가 그 발생 원인으로부터 발현되는 과정을 억제 · 완화하기 위한 방책으로서 토의 · 토론 교육에 집중한다. 하지만 박일수에 의하면 토의 · 토론 교육은 감수성, 사회성, 자아개념, 효능감 등의 발달, 그리고 사고력, 인식력, 창의력의 증진과 같이 다양한 측면에서 효과를 보인다.15박일수, 〈토의 · 토론 수업의 학습효과에 대한 메타분석〉, 《교육과정평가연구》 15.3, 한국교육과정평가원, 2012, 173-175면. 따라서 본고에서는 논의의 범위를 한정하여, 토의 · 토론 교육의 여러 효과 중에서 어떤 대상의 다양한 측면을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다양성 이해 증진’, 그리고 어떤 주장에 대하여 그 근거의 적절성을 판별하거나, 사실과 의견을 구분할 수 있도록 하는 능력인 비판적 사고력을 향상하도록 돕는 ‘비판적 사고력 증진’의 두 가지 효과를 중점으로 하여 토의 · 토론 교육이 앞서 살펴본 혐오의 발현을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는지 살펴본다.

III-1. 다양성 이해 교육으로서의 토의 · 토론 교육

토의 · 토론 교육은 학생들을 토의 · 토론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시키기 위하여 계획적이고 의도적으로 제안된 교수 방법이며, 토의와 토론은 주어진 문제의 해결을 위하여 참여자들이 자신의 의견을 발표하고, 타인의 의견을 경청하고 존중하는 의사 교환의 과정을 필연적으로 동반하는 논의 형태이다.16Ibid., 154면.
강진주 · 고은경, 〈유아 토론 및 토의 기반 활동의 교육적 효과에 대한 메타분석〉, 《열린유아교육연구》 23.6, 한국열린유아교육학회, 2018, 300면.
박재현, 〈한국의 토론 문화와 토론 교육〉, 《국어교육학연구》 19, 국어교육학회, 2004, 290-291면.
박일수에 따르면, 토의와 토론을 동반하는 교육 방법은 학생들에게 타인의 의견을 경청하고 적극적으로 비판할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서로에 대한 관점을 수용하고 이해하는 학습환경을 창출한다.17박일수, op. cit., 173면. 타인의 의견을 경청하는 경험에 대한 지속적인 노출은 학생들이 자신의 입장만이 아닌 타인의 입장을 인지할 수 있도록 돕는다. 게다가 이러한 토의 · 토론 교육은 이윤옥에 따르면 학생의 정서적 사고와 감정이입적 사고를 발달시킨다. 정서적 사고란 타인의 입장을 이해하고 타인이 처한 상황이 적절한지 아닌지를 판단하는 사고를 말하며, 감정이입적 사고란 행동을 하는데 옳은 것이 무엇인지 결정하려고 할 때 다른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는 사고를 말한다.18이윤옥, 〈그림책 활용 또래중재 문제해결 토의활동이 유아의 배려적 사고에 미치는 영향〉, 《어린이문학교육연구》 15.4, 한국어린이문학교육학회, 2014, 314-315, 327면. 이 같은 연구 결과를 종합하여 보면, 토의 · 토론 교육은 학생들에게 타인의 입장이나 상황에 대한 이해 능력을 발달시키며, 동시에 다른 사람의 감정으로 이입하여 생각하는 능력을 발달시킨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토의 · 토론 교육의 효과는 앞서 혐오의 발생 원인 중 하나로 지적된 다양성 이해 부족의 문제를 효과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 감정이입적 사고의 발달은 혐오 감정을 표출하는 이로 하여금 자신이 혐오하는 이가 혐오 표현에 노출되는 경우 어떤 감정을 가지게 될 것임을 상상하게 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토의 · 토론 교육을 통해 발달될 수 있는 타인의 입장에 대한 인지 능력은 자신이 표출하는 혐오의 대상이 되는 이의 입장에서 혐오 행위에 대한 정당성을 검토하게 하므로, 혐오의 공개적 표출을 효과적으로 억제할 수 있다.

III-2. 비판적 사고 훈련으로서의 토의 · 토론 교육

토의와 토론은 제삼자 앞에서 자신의 입장을 설득하는 말하기의 형태를 가진다. 따라서 토의나 토론의 참여자들은 논리적으로 주장이나 자료를 분석하고, 적절한 근거를 선별하여 자신의 주장을 옹호하는 한편 상대 주장의 불합리성을 지적하는 능력을 자연히 발휘하게 된다. 한편, 김정섭에 따르면 비판적 사고 능력은 어떤 텍스트나 자료를 분석 · 해석 · 평가 · 추론 · 설명하는 능력으로, 사실과 의견, 그리고 이들의 적절성을 구분할 수 있도록 하며, 타당하고 충분한 근거를 사용하여 의견을 만들고, 주장에 숨겨진 의미와 가정들을 발견할 수 있게 하는 능력으로 정의된다.19김정섭, 〈인지갈등 및 개념변화 과정에서 비판적 사고의 역할〉, 《아시아교육연구》 9.2, 서울대학교 교육연구소, 2008, 69면. 토의 · 토론 교육은 학생들을 토의 및 토론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시키고 지속적으로 노출시키기 때문에, 학생들은 교육에 참여함으로써 스스로 자연스럽게 비판적 사고 능력을 기를 수 있다.

토의 · 토론 교육을 통한 비판적 사고 능력의 증진은 혐오를 지속시키는 인식 틀에 대한 세밀한 구별을 가능하게 한다. 비판적 사고 능력은 흔히 지배 세력들이 생산한, 사회 불만을 엉뚱한 대상으로 돌리도록 하는 혐오의 틀이 가지는 비합리성을 인지하도록 하며, 혐오를 표출하는 이들이 내세우는 주장을 논리적이면서도 효과적으로 분석해보도록 함으로써 그 속에 숨어 있는 잘못된 가정들과 근거들을 발견할 수 있도록 한다. 게다가 김정섭에 의하면 비판적 사고 능력은 개인이 기존에 잘못 알고 있던 지식, 즉 오개념의 수정에서 중대한 기능을 한다. 비판적 사고 능력을 충분히 함양한 개인은 인지갈등20관찰한 정보와 개인이 기존에 알고 있는 정보가 서로 모순될 때 발생하는 심리적 갈등 상황을 ‘인지갈등’이라 한다.을 쉽게 겪을 수 있는데, 이는 자신이 기존에 잘못 알고 있던 오개념을 버리고 새로운 개념을 정립하는 개념변화가 그렇지 못한 개인보다 훨씬 쉽게 일어날 수 있도록 한다.21Ibid., 68-69면. 따라서 비판적 사고 능력을 기르는 것은 혐오를 지속시키는 인식 틀을 알아차리게 할 수 있음은 물론, 그 과정 안에서 개인이 혐오의 대상에 대하여 잘못 알고 있는 사실들을 인지갈등을 통해 교정함으로써 혐오의 지속이 효과적으로 중지되도록 한다.

IV. 결론

지금까지 ‘다양성 이해’와 ‘비판적 사고’의 측면을 중심으로 혐오가 발생하고 지속되는 원인을 살펴보면서 토의 · 토론 교육이 혐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하나의 방안이 될 수 있음을 논증하였다. ‘다양성 이해’의 측면에 대해서는 혐오 대상의 다양성에 대한 이해의 부족은 개인에 대한 고유 가치의 무시, 개인과 위협 요소의 동일시 및 감정이입적 사고의 부족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혐오의 발생 및 전파의 주요한 원인이 될 수 있음을 확인하였다. ‘비판적 사고’의 측면에서는 비판적 사고 능력의 부족은 혐오의 틀에 대한 세밀한 구별이 불가능하게 하고, 이들 인식 틀에 대한 논리적 모순 · 비약을 인지할 수 없게 함에 주목하며, 비판적 사고 능력의 결여는 혐오를 지속시키는 원인 중 하나로 작용함을 확인하였다. 이러한 혐오의 원인 및 지속에 대한 고찰을 바탕으로, 토의 · 토론 교육은 학생들로 하여금 타인의 입장에서 생각할 수 있도록 하는 능력과 감정이입적 사고 능력을 발달시켜 혐오 표현이 표출을 자제하는 효과를 불러일으킬 수 있음을, 그리고 참여자의 비판적 사고 능력을 향상시켜 혐오를 유발하는 인식 틀의 불합리성을 알아차리도록 하고 나아가 인지갈등을 통한 오개념의 교정을 촉진하기 때문에 혐오를 효과적으로 중지시킬 수 있음을 살펴보았다.

그러나 혐오는 다양한 원인으로부터 귀인하는 복합적인 감정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 점차 그 심각성이 증가하고 있는 혐오 문제에 대한 교육적인 해결 방안을 단지 두 가지, 즉 ‘다양성 이해’와 ‘비판적 사고’의 측면에서 논의했을 뿐인 본고의 내용은 점차 복잡해지고 있는 혐오 문제의 양상에 대응하기에는 충분하지 않다. 더는 부당하게 대우받거나 상처받는 사람들이 없도록 하기 위해서라도, 연구자들은 혐오에 대한 복합적이고 다방면적인 이해를 바탕으로, 혐오 문제에 대한 해결책들을 교육적 부문 이외에도 다양한 부문에서 논의해 나가야 할 것이다.

참고 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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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재현, 〈한국의 토론 문화와 토론 교육〉, 《국어교육학연구》 19, 국어교육학회, 2004, 289-3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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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윤옥, 〈그림책 활용 또래중재 문제해결 토의활동이 유아의 배려적 사고에 미치는 영향〉, 《어린이문학교육연구》 15.4, 한국어린이문학교육학회, 2014, 313-334면.
  • 최현철, 〈혐오, 그 분석과 철학적 소고〉, 《철학탐구》 46, 중앙대학교 중앙철학연구소, 2017, 175-199면.
  • 엠케, 카롤린, 정지인 역, 《혐오사회》, 서울: 다산북스, 2017.[Emcke, Carolin, Gagen Den Hass, Frankfurt: S. Fischer Verlag, 2016.]

주석 및 참고문헌

  • 1
    인터넷에서 예절을 준수하지 않는 언어 행위를 보이는 저연령층 사용자들을 일컬어 흔히 ‘잼민이’라고 칭한다.
  • 2
    노인층을 낮추어 부를 때 노인들이 잇몸 약화로 인해 틀니를 종종 낀다는 점에 착안하여, 노인들의 말은 틀니를 딱딱 소리를 내며 부딪히는 것 이상 되지 않는다는 의미를 담아 ‘틀딱’이라는 용어가 종종 사용되곤 한다.
  • 3
    사실에 기반하지 않고 기사의 노출 수를 높이기 위하여 자극적인 기사를 생산하는 기자들을 얕잡아 부를 때에 사용하는 ‘기자’와 ‘쓰레기’를 합친 표현이다.
  • 4
    어떤 집단 내에서 여성의 수가 남성의 수를 초과하는 경우 해당 집단은 ‘여초’ 상태에 있다고 말한다. 최근 들어 ‘여초’는 여성 집단을 옹호하는 인터넷 커뮤니티나 단체들을 통칭하거나 비하하는 용어로 사용되기 시작했다.
  • 5
    이슬람 집단에 대한 혐오를 표출하는 표현으로, ‘개’와 ‘이슬람’을 합성한 용어이다.
  • 6
    강서희, 〈혐오 정서에 대한 서사 교육의 방향 탐색〉, 《새국어교육》 124, 한국국어교육학회, 2020, 181-211면.
  • 7
    배영주, 〈민주시민의 ‘혐오 다루기’와 교육의 과제: M. Nussbaum과 H. Arendt를 중심으로〉, 《문화예술교육연구》 15.1, 한국문화교육학회, 2020, 51-71면.
  • 8
    ‘교육’에는 여러 의미가 있다. 학교를 통하여 이루어지는 공교육을 일컬을 수도 있고, 학원가에서 이루어지는 사교육을 말할 수도 있으며, 평생 교육을 지칭할 수도 있다. 그러나 본고에서는 사교육이나 평생 교육은 논외로 하고, ‘교육’이라는 단어의 의미를 공교육으로만 한정하기로 한다.
  • 9
    최현철, 〈혐오, 그 분석과 철학적 소고〉, 《철학탐구》 46, 중앙대학교 중앙철학연구소, 2017, 179-181면.
    배영주, 〈민주시민의 ‘혐오 다루기’와 교육의 과제: M. Nussbaum과 H. Arendt를 중심으로〉, 《문화예술교육연구》 15.1, 한국문화교육학회, 2020, 53-55면.
    엠케, 카롤린, 정지인 역, 《혐오사회》, 서울: 다산북스, 2017.[Carolin Emcke, Gagen Den Hass, Frankfrut: S.. Fischer Verlag, 2016.] ‘증오 – 집단에 대한 적대감’.
  • 10
    엠케, 카롤린, op. cit., ‘머리말 – 혐오와 증오에 어떻게 맞설 것인가’.
  • 11
    엠케, 카롤린, op. cit., ‘증오 – 집단에 대한 적대감’.
  • 12
    Loc. cit.
  • 13
    배영주, op. cit., 55-56면.
  • 14
    엠케, 카롤린, op. cit., ‘순수하지 않은 것에 대한 찬미’.
  • 15
    박일수, 〈토의 · 토론 수업의 학습효과에 대한 메타분석〉, 《교육과정평가연구》 15.3, 한국교육과정평가원, 2012, 173-175면.
  • 16
    Ibid., 154면.
    강진주 · 고은경, 〈유아 토론 및 토의 기반 활동의 교육적 효과에 대한 메타분석〉, 《열린유아교육연구》 23.6, 한국열린유아교육학회, 2018, 300면.
    박재현, 〈한국의 토론 문화와 토론 교육〉, 《국어교육학연구》 19, 국어교육학회, 2004, 290-291면.
  • 17
    박일수, op. cit., 173면.
  • 18
    이윤옥, 〈그림책 활용 또래중재 문제해결 토의활동이 유아의 배려적 사고에 미치는 영향〉, 《어린이문학교육연구》 15.4, 한국어린이문학교육학회, 2014, 314-315, 327면.
  • 19
    김정섭, 〈인지갈등 및 개념변화 과정에서 비판적 사고의 역할〉, 《아시아교육연구》 9.2, 서울대학교 교육연구소, 2008, 69면.
  • 20
    관찰한 정보와 개인이 기존에 알고 있는 정보가 서로 모순될 때 발생하는 심리적 갈등 상황을 ‘인지갈등’이라 한다.
  • 21
    Ibid., 68-69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