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이 흐르는 시간 #1. Viva La Vida – Coldplay
커피, 사유(思惟)의 음악이 흐르는 시간 시리즈는 카페지기 커피사유가 선곡한 일상 속 음악들과, 그에 엮인 이야기가 흐르는 공간입니다.
아(我)와 일상, 그리고 음악. 음악이 흐르는 시간, 카페지기 커피사유입니다.
첫 번째 음악이 흐르는 시간 시리즈에 어떤 음악을 여러분들께 선보일까, 라고 생각보다 많은 고민을 해야만 했습니다. 원래 시작이 반이라는 말이 있기도 하고, 마치 이 첫 번째 선곡이 여러분들께 제가 드리고자 하는 말들이, 나누고자 하는 경험과 감정들이 그나마 어느 정도라도 전달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나름의 강박 관념 때문이기도 했습니다. 글쎄요, 위로를 위한 시리즈에 벌써부터 ‘위로’의 개념에는 어울리지 않는 것들이 생기려는 것일까요. 하하.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첫 번째 음악으로는 이 음악, Coldplay의 Viva La Vida만한 것이 없었습니다. 개인적으로 들을 때마다 많은 생각을 하게 되는 음악이기도 하고, 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무의식적으로 발 끝을 조금씩 까딱거리게 되기도 해서 말입니다. (수능 금지곡의 범주에 조심스럽게 올려놓을 수 있을 듯 합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이 노래를 들을 때 그러한 많은 생각과 무의식적으로 움직이는 발을 다 제치고 떠오르는 한 가지가 있다면, 저는 아무래도 이 가사에 담긴 이야기라고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오늘 음악이 흐르는 시간, 이 시간에는 Coldplay의 Viva La Vida의 가사에 담긴 이야기를 조금 나누어볼까 합니다.
Carpe Diem!
‘유명한 라틴어 격언’이라고 인터넷에 검색해보신 분들은 이 문구를 많이들 보셨을지도 모르겠습니다. Carpe Diem이라는 이 절의 뜻은 ‘인생을 즐겨라’ 정도로 흔히 해석된다고도 합니다. 이 간단해보이지만, 가만히 생각해보면 전혀 간단하지 않은 이 절을 보면 여러분은 어떤 생각이 먼저 떠오르시나요?
글쎄요, 아직 19년도 채 살지 않은 저로써는 도대체 ‘인생’을 ‘어떻게’ 즐겨라는 것일지 솔직하게 막막하다는 감정이 먼저 떠오릅니다. 고등학교 때, 솔직히 중학교 때와는 너무 다른 패러다임과 학업에 휘말리면서, 그렇게 찬란하다고 믿었던 제 삶이 무너지는 것을 느껴본 경험이 있기에, 아직 저는 ‘삶’을 긍정하는 경지에는 이르지 못한 탓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주변 사람들을 보면 비단 저만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솔직히 들기도 합니다. 우리는 항상 ‘스스로를 사랑하시오’라고 하는 문구가 적힌 책들과, 음악과, 공익 광고 문구를 보고 또 누군가에게 이를 말하고, 누군가로부터 이를 듣지만, 정작 우리는 과연 ‘스스로를 사랑하고 있는지’ 항상 물음을 던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생각합니다.
‘즐긴다’라는 감정이나 기망의 행위는 어떤 것을 ‘사랑하는’ 행위로부터 기원한다고들 하는데, ‘스스로’를 사랑하고 있는지도 확신할 수 없는 우리가 어떻게 다른 어떤 것들을, 그것도 ‘삶’을, ‘즐기고 있다’라고 말할 수 있을까요. 아니, 애초에 우리가 ‘삶’에 대해 논의할 수 있는 것이기는 할까요.
어쩌면 이 노래, Viva La Vida는 그 답을 제시해줄수도 있지 않을까, 라고 생각해봅니다.
Viva La Vida – 인생 만세
제목은 ‘인생 만세’라는 뜻을 가진 Viva La Vida인 이 노래는, 이상하게도 그 가사를 살펴보면 뭔가 가사와 제목이 모순된다는 일련의 느낌을 버릴 수가 없습니다. 왜냐하면, 그 가사는 어떤 폐위되어 단두대에서 죽을 위기에 처한 왕이 자신의 예전을 회상하고, 지금을 한탄하면서 부르는 쓸쓸함의 서사를 담은 것이기 때문이죠.
I used to rule the world
난 한때 세계를 지배했지
Seas would rise when I gave the word
내 말 한마디면 바다가 파도를 일었지
Now in the morning I sleep alone
하지만 이젠 아침에는 혼자서 잠을 자고
Sweep the streets I used to own
한 때 내 것이었던 거리를 청소하는 신세지I used to roll the dice
나는 진군을 명령하기도 했지
Feel the fear in my enemy’s eyes
적들은 내 진군에 겁을 먹었었지
Listen as the crowds would sing
군중들이 노래하는 소리가 들려
“Now the old king is dead! Long live the king!”
“이제 늙은 왕은 죽었다! 새 폐하께 만세!”One minute I held the key
잠시 동안 나는 권력을 쥐었지만
Next the walls were closed on me
다음 순간 벽은 내 위에서 닫혀버렸네
And I discovered that my castles stand
그리고 나는 나의 성이
Upon pillars of salt and pillars of sand
소금 기둥 위, 그리고 모래 기둥 위에 서 있는 것을 알게 되었네I hear Jerusalem bells a ringing
예루살렘의 종소리가 들려오네
Roman cavalry choirs are signing
로마 기병대의 성가대가 노래하고 있어
Be my mirror, my sword and shield
내 거울과 칼, 방패가 되어 주오
My missionaries in a foreign field
해외에 있는 나의 사절들이여For some reason I can’t explain
내가 설명할 수 없는 어떤 이유로
Once you go there was never
일단 네가 가면 그곳에는
Never an honest word
진실된 말이란 전혀 없었네
And that was when I ruled the world
내가 세계를 다스릴 적에는It was wicked and wild wind
그것은 사악하고 거친 바람이었지
Blew down the doors to let me in
문으로 하여금 나를 밀어넣게 한 것은
Shattered windows and the sound of drums
박살난 창문과 들려오는 북소리
People couldn’t believe what I’d become
사람들은 내가 그렇게 되는 것을 믿지 않았지Revolutionaries wait
혁명가들은 기다리지
For my head on a silver plate
은쟁반 위에 올려진 나의 머리를
Just a puppet on a lonely string
그저 끈에 매달린 외로운 꼭두각시일뿐
Oh, who would ever want to be king?
그 누가 왕이 되기를 원할까?I hear Jerusalem bells a ringing
예루살렘의 종소리가 들려오네
Roman cavalry choirs are signing
로마 기병대의 성가대가 노래하고 있어
Be my mirror, my sword and shield
내 거울과 칼, 방패가 되어 주오
My missionaries in a foreign field
해외에 있는 나의 사절들이여For some reason I can’t explain
나로써는 설명할 수 없는 어떤 이유로
I know Saint Peter won’t call my name
성 베드로는 내 이름을 부르지 않을 거지
Never an honest word
진실된 말이라곤 없었지
But that was when I ruled the world
하지만 그건 모두 내가 세상을 다스릴 때의 이야기(Ooohh Ooohh Ooohh Ooohh)
I hear Jerusalem bells a ringing
예루살렘의 종소리가 들려오네
Roman cavalry choirs are signing
로마 기병대의 성가대가 노래하고 있어
Be my mirror, my sword and shield
나의 거울, 칼과 방패가 되어 주오
My missionaries in a foreign field
해외에 있는 나의 사절들이여For some reason I can’t explain
Coldplay, Viva La Vida
나로써는 설명할 수 없는 어떤 이유로
I know Saint Peter won’t call my name
성 베드로는 내 이름을 부르지 않겠지
Never an honest word
진실된 말이라곤 없었네
But that was when I ruled the world
하지만 그것은 모두 내가 세상을 다스릴 때의 이야기라네
Coldplay는 이 노래 가사의 영감을 프랑스 7월 혁명으로부터 받았다고 말한 바가 있습니다. 프랑스 7월 혁명은 (적어도 중학교 때 배웠던 세계사 시간의 기억들을 조금 되살려보자면) 샤를 10세가 왕정복고, 즉 프랑스 혁명이 일어난 이후 복귀한 샤를 10세가 예전의 루이 14세 마냥의 절대 왕정으로 프랑스를 되돌리려고 하자, 열받은 시민들이 혁명을 일으킨 사건이죠. 흔히 세계사 시간에는 이 사건을 근대 민주주의를 이끈 사건 중 하나로 해석하는데, 중학교 역사 선생님께서도 그렇게 말씀하셨던 기억이 저도 어렴풋이 떠오르는 듯 합니다.
하지만 이 노래가 매우 인상적인 것은 그런 근대 민주주의의 성취라면 일반적으로 그 민중들에 대한 서사나 용기와 관련된 것들이 들어가야 할 터인데, Coldplay는 폐위되어 사형에 처할 위기에 놓인 왕의 입장에서 가사를 기술하고, 동시에 여기에 ‘인생 만세’라는 의미의 제목까지 붙여 놓았다는 것이죠.
Coldplay가 왜 그랬을까요? 그들의 정확한 이유는 저도 물론 알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멤버 중 한 명의 말에 따르면, 이 노래는 왕국을 잃어버린 왕에 대한 이야기도 하지만, 동시에 감정을 가지고 살아가는 인간, 하지만 매일 실수를 거듭하다가 죽게 되는 인간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하더군요.
추측건대, 이 노래가 왜 왕의 몰락을 다루면서 ‘인생 만세’라는 이름을 가질 수 밖에 없었는지, 그 이유는 아마 우리의 삶, 그리고 ‘인생’ 그 자체가 왕의 몰락의 서사와 결과적으로 같기 때문일 것이라 생각합니다. ‘인생’에는 흔히들 ‘쓰고’, ‘단’ 맛들이 있다고 하더군요. 저희 부모님도 그러시고, 고등학교 선생님들께서도 ‘삶’은 고통스러운 것이지만, 그 순간 사이사이에 찾아오는 기쁨만한 ‘삶’이 또 없다고 말씀하시더라고요. 왕의 ‘삶’도 비슷했을 겁니다. 죄다 다르다고 생각하지만 결국 거기서 거기인 우리 사람들은, 저마다 비슷한 것에 상처받고, 비슷한 것에 감동하고, 비슷한 것에 절망하고, 분노하고, 용기를 얻고, 기뻐하고… 왕 또한, 그런 감정을 가지는 한 인격체였으며, 한 때에는 마치 우리 스스로의 전성기, 그리고 어릴 시적의 행복한 향수와 마찬가지로, 그 또한 자신의 전성기에 대한 향수를 토해냅니다. 하지만 그의 찬란한 황혼기는 이제 가고, 그에게 남은 것은 허망과 다가오는 죽음 뿐이지요.
어쩌면 삶이라고 하는 것도 생각보다 그 끝에는 허무한 것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우리의 황혼이 빛나고 있을 때, 우리는 스스로의 종결을 조금씩 잊어가곤 합니다. 유한한 수명이 존재하는 한, 우리는 결코 죽음이라는 ‘허망’으로부터 자유로울 수는 없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현재의 황혼을 보고, 애써 그 심연으로부터 눈을 돌리려고 애를 씁니다.
Viva La Vida는 어쩌면 한 몰락한 왕의 이야기를 다룸으로써, 그런 심연 그 자체를 직시하라고, 당신의 절망과 끝을 직시하라고, 하지만 그 자체로 절망할 이유는 없다고, 왜냐하면 그것이 우리 스스로의 삶이고, 운명이며, 종점이니까, 그 자체로 우리의 인생이니까, 라고 말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그런 의미에서, 오늘도, Viva La Vida! …를 듣고 가시겠습니다. 책벌레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