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체의 도덕 명령: 자신에게 진실하라
4) “자신에게 진실하라” ― 니체의 최고의 도덕적 명령
니체는 약한 자들이 약하다는 것을 비난하는 것이 아니다. 양이 맹수에 비해서 약한 것이 도덕적으로 비난받을 일이 아닌 것처럼, 약한 자들이 약한 것은 도덕적으로 비난받을 일이 아니다. 그것은 자연의 사실이다. 니체가 비난하는 것은 이들이 자신뿐 아니라 다른 사람들을 기만한다는 것이다.
이들은 무엇보다도 자신에게 진실하지 못하고 자신을 기만한다. 이들은 자신이 약하다는 것을 솔직하게 인정하지 않는다. 그 대신에 자신들이 강자들에게 보복하지 않고 복종하는 것은 자신들이 천성적으로 선량하고 겸허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니체는 이러한 기만적이고 교활한 술책을 통해서 약한 자들이 강한 자들에 대한 지배를 획책해왔다고 본다.
니체는 평생 자신에 대한 진실과 성실함을 최고의 덕목으로 삼았다. 니체가 자신에 대한 진실성을 중시한 것은, 자신에 대해서 솔직하고 진실한 사람만이 자신의 부족한 점을 인정하면서 자신을 더 위대한 인간으로 도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반해 니체가 비판하는 노예 정신의 소유자들처럼 자신들의 약함과 비겁함을 솔직하게 인정하지 않고 오히려 자신들을 선량한 인간으로 미화하고 합리화한다면, 자신들의 연약함과 비겁함을 극복할 여지는 없게 된다. 그리고 이러한 노예도덕이 세상을 지배하게 되면 자신과 타인을 기만하는 비겁하고 약한 자들이 사회에 만연하게 된다.
프리드리히 니체. 『도덕의 계보』. 박찬국 역. 아카넷. (2000). p. 3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