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문화적 성이라는 ‘키치’ 그리고 ‘자유’
여성성을 옹호하는 목소리 중에 최근 영향력이 커진 주장은 트랜스 페미니스트 줄리아 세라노에게서 나왔다. 그녀는 페미니즘이 남성성을 선호하는 제도화된 가부장적 문화를 재생산한다고 비판한다. 세라노가 말하길, 페미니즘은 여아와 여성이 ‘남성적’ 자질과 활동을 더 잘 받아들이도록 만들었지만, 반대의 상황은 일어나지 않았다. 우리 문화는 여전히 남성이나 남아가 여성성을 표현하는 데 심한 불편감을 느낀다. 이 장의 서두에서 살펴본 비성차별적 양육의 예시는 이러한 주장을 뒷받침해준다. 부모들은 딸이 나무를 기어오르고 우주선 모형을 만들면 흐뭇해할지라도, 아들이 바비 인형을 사달가고 하면 양가적인 감정을 느낀다. 하지만 다른 페미니스트는 이러한 차이 뒤에 궁극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무엇인지 설명해준다. 이 부모는 여성성을 향한 편견 때문이 아니라, 남자답지 못한 소년이나 남성은 다른 남성의 폭력에 노출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에 남아의 특정 관심사나 행동을 저지하는 것일 수도 있다. 이처럼 남성이 다른 남성에게 하는 젠더 단속 행위는 남성에게 여성과 다르게 행동하도록 요구하고, 여성에 대한 남성의 우위를 드러내는 위계 체제를 옹호하는 것이 목적이다. 여성성 수행을 거부하는 여성들은 반항아일 뿐이지만, 남성성 규범을 어기는 남성은 반역자다. 각각에 따르는 처벌의 수위가 이러한 인식을 반영한다.
데버라 캐머런(Deborah Cameron), 《페미니즘(Feminism)》. 강경아 역, 신사책방, 2022. pp. 103-1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