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벽 앞에서의 용기
스스로의 벽을 깨지 못해 고통받는 사람이 세상에는 얼마나 많은 걸까. 그리하여 진실 앞에 눈감아버리는 아둔함은 얼마나 높고 거대한, 뒤틀린 장벽을 쌓게 되는 것일까. 나도 바로 그런 행동을 했다. 마음속에 잘못된 그림을 그리고 그 앞에 그저 앉아만 있었다. 진실을 알아내려는 용기가 없었다. 내가 한 걸음만 나아갈 수 있었다면 맥심은 넉 달 전, 아니 다섯 달 전에 이 모든 이야기를 해주었을 텐데.
대프니 듀 모리에 (Daphne du Maurier) – 《레베카 (Rebecca)》. 이상원 역, 현대문학, 2018. p. 4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