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벨의 도서관 #1. 형벌의 목적

바벨의 도서관 #1. 형벌의 목적

2021-09-04 0 By 커피사유

바벨의 도서관 시리즈는 「사유 #29. 바벨의 도서관」에서 영감을 받아 마련한 공간으로, 카페지기 커피사유가 읽거나 접한 책, 글귀 중 일부를 인용, 개인적인 생각을 담은 주석을 덧붙여가며 세상을 보는 다양한 시각들을 시도하는 공간입니다.

오늘 어쩌다가 이런 뉴스를 읽게 되었다. 그러나 굳이 길게 말할 필요는 없을 것 같고, 다만 최근에 읽은 서적 중 하나에 인용하고자 하는 부분이 있으며, 여기에 개인적인 주석을 몇 개 달아 둔 것이 있으므로 여기에 그대로 옮긴다.


제12장. 형벌의 목적

형벌의 목적은 감각적 존재인 인간을 괴롭히고 고문하는데 있지 않고, 이미 범해진 범죄를 원상태로 되돌려 놓자는 것도 아니다. 이 점은 이제까지 간단히 살펴본 바로도 명백하다.1(커피사유 주) 그런데 일반적인 대중의 심리는 다른 것 같다. 내가 인지하기로 일반 대중에게 ‘형벌’은 일종의 범죄에 대한 대가, 피해자를 대신한 국가의 복수의 성격으로서 이해되는 편이기 때문이다.

국가는 개개인의 사적 욕망에 좌우되지 않고 그러한 욕망을 조용히 누그러뜨리는 조절자로 기능해야 한다. 이러한 국가에서 쓸모없는 잔혹성이 어떻게 뿌리내릴 수 있을까? 이유없는 잔혹성은 광신적 격정의 도구이든지, 무능한 폭군이 자행하는 도구에 불과하다. 고문당하는 자의 비참한 비명소리가 시계를 되돌려 이미 저질러진 행위를 이전의 원 상태로 만들어낼 수 있는가?2(커피사유 주) 애초에 국가, 즉 주권자(베카리아는 주권자라는 용어를 사회계약론에 따라 각 시민의 자유의 일부를 위탁받아, 사회 유지의 임무를 부여받은 존재라는 용어로 사용하였다)가 개인에 대하여 공공적인 이유를 말미암아 복수를 할 일련의 권리를 가지는가? 사회계약론에 따라 국가가 탄생했고 주권자가 등장하였다고 보면, 그러한 권리를 각 개인이 합의하였을 리가 없다. 그 어떤 개인이 자신이 잘못했을 때 국가가 대표적으로 나서서 자신의 신체에 상처를 만들거나 자신의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행위를 해도 된ㄷ다고 보장해줄 수 있겠는가?

형벌의 목적은 오직 범죄자가 시민들에게 새로운 해악을 입힐 가능성을 방지하고, 타인들이 유사한 행위를 할 가능성을 억제시키는 것이다. 따라서 형벌 및 그 집행의 수단은, 범죄와 형벌 간의 비례관계를 유지하면서, 인간의 정신에 가장 효과적이고 지속적인 인상을 만들어내는 동시에, 수형자의 신체에는 가장 적은 고통을 주는 것이어야 한다.

체사레 베카리아, 『범죄와 형벌』. 한인섭 역, 박영사.

주석 및 참고문헌

  • 1
    (커피사유 주) 그런데 일반적인 대중의 심리는 다른 것 같다. 내가 인지하기로 일반 대중에게 ‘형벌’은 일종의 범죄에 대한 대가, 피해자를 대신한 국가의 복수의 성격으로서 이해되는 편이기 때문이다.
  • 2
    (커피사유 주) 애초에 국가, 즉 주권자(베카리아는 주권자라는 용어를 사회계약론에 따라 각 시민의 자유의 일부를 위탁받아, 사회 유지의 임무를 부여받은 존재라는 용어로 사용하였다)가 개인에 대하여 공공적인 이유를 말미암아 복수를 할 일련의 권리를 가지는가? 사회계약론에 따라 국가가 탄생했고 주권자가 등장하였다고 보면, 그러한 권리를 각 개인이 합의하였을 리가 없다. 그 어떤 개인이 자신이 잘못했을 때 국가가 대표적으로 나서서 자신의 신체에 상처를 만들거나 자신의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행위를 해도 된ㄷ다고 보장해줄 수 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