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권
78. 백과사전
정신권
우리는 완전히 독립된 두 개의 뇌를 가지고 있다. 대뇌의 좌우반구가 그것이다. 그것들은 더마다 다른 역할을 맡고 있다. 왼쪽 뇌는 모든 것을 숫자로 분석하면서 활동하고, 오른쪽 뇌는 모든 것을 형태로 분석하면서 활동하는 것으로 보인다(말하자면, 전자는 디지털 방식으로 기능하고, 후자는 아날로그 방식으로 기능한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동일한 정보를 놓고, 좌우 반구는 서로 다르게 분석하며 때에 따라서 정반대의 결론에 이를 수도 있다.
하지만 둘은 서로 의견의 일치를 보아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우리는 심각한 정신 장애에 빠질 염려가 있다.
무의식의 담당자이자 조언자인 우반구가 꿈을 매개로 삼아 의식 담당자이자 실행자인 좌반구에게 자기 의견을 말할 수 있는 때는 오로지 우리가 잠잘 때뿐일 것이다. 그것은 부부 사이에서 뛰어난 직감을 가진 아내가 아주 현실주의적인 남편에게 자기 의견을 넌저시 비치는 것에 비유를 할 수 있을 것이다.<생명권>이라는 말을 지어낸 러시아 학자 블라디마르 베리나르스키와 프랑스의 철학자 테야르 드 샤르댕에 따르면, 여성적인 뇌인 우반구는 또 다른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정신권에 선을 댈 수 있다는 것이 바로 그 능력이다. 정신권이란 대기권이나 전리층처럼 지구를 둘러싸고 있는 일종의 거대한 구름 같은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 비물질적인 구름은 인간의 오른쪽 뇌가 발산한 모든 무의식으로 이루어진 것이다. 베르그송이 신이라고 부른 총체적 인간 정신, 위대한 내재적 정신 같은 것도 어쩌면 그것의 다른 이름일지 모른다.
우리 오른쪽 뇌는 밤에 우리가 잠을 자는 동안 정신권의 마그마에 들어가서 인류의 오른쪽 뇌가 발산한 것의 총합인 총체적인 정신에서 정보를 퍼오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얘기다. 말하자면 무의식을 담당하는 우리 뇌의 우반구는 원초적인 진짜 정보가 모여 있는 파장에 연결될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무엇인가를 상상하거나 발명한다고 믿고 있지만, 그건 따지고 보면 우리의 오른쪽 뇌가 정신권에서 퍼온 것이다. 그런 뒤에 오른쪽 뇌가 왼쪽 뇌에 정보를 전달하면, 정보가 하나의 생각으로 틀이 잡히고 구체적인 행위로 이어지는 것이다.
그런 가정에 따르자면, 화가나 음악가나 소설가는 결국 성능 좋은 전파 수신기에 지나지 않는지도 모른다. 그들은 자기들의 오른쪽 뇌로 집단적인 무의식에서 정보를 퍼올리고, 그것을 왼쪽 뇌로 자유롭게 전달할 수 있는 사람들이어서, 정신권에 떠오는 개념들을 구체적인 작품으로 형상화해 내는 것이 아닐까.
에드몽 웰즈,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 제3권
“개미”. 베르나르 베르베르 저. 이세욱 옮김. 열린책들(2001). 제4권. 317p ~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