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르게니라 자유 공동체의 탄생
152. 코르게니라 자유 공동체의 탄생
날이 밝는다. 오늘 아침 24호는 또다시 안개 낀 지평선을 바라보고 있다.
“해야. 솟아라.”
그러자 태양이 그의 말을 따른다.
24호는 가지 끝에 혼자 앉아 세상의 아름다움에 경탄하며 생각에 잠겼다.
신은 존재하지만, 굳이 손가락들의 몸을 빌려 존재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게 거대하고 괴상한 동물로 바뀔 하등의 이유가 없다. 오히려 신들은 저기에 있다. 코르게니라 나무가 개미들을 끌어들이려고 만들어 낸 달콤한 먹이 속에, 풍뎅이의 눈부신 딱지 속에, 흰개미 도시의 온도 조절 장치 속에, 강의 아름다움과 꽃의 향기 속에, 빈대들의 난잡한 교미행각과 나비 날개의 노란 빛깔 속에, 울멍줄멍한 산들과 평온한 강물 속에 개미를 죽이는 비와 새로움 힘을 주는 태양 속에!
23호처럼 추월적인 힘이 세상을 다스린다고 믿고 싶다. 하지만 24호는 그 초월적 힘이 도처에 그리고 모든 곳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 힘은 손가락들에 의해서만 구현되는 것이 아니다!
그가 신이다. 23호가 신이고 손가락들이 신이다. 더 멀리서 찾을 필요가 없다. 더듬이야 위턱이 닿는 모든 곳에 신이 있다.
24호는 103호가 전해 준 개미의 전설을 생각한다. 이제 그는 그 전설을 온전히 이해한다.“가장 중요한 순간은 언제인가? 지금이다! 행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은 무엇인가? 자기 앞에 놓인 일에 전념하는 것이다. 행복의 비결이란? 땅 위를 걷는 것이다!”
그는 우뚝 선다.
“해야, 더 높이 솟아 환히 비추어라!”
태양은 또다시 고분고분하게 복종한다.
24호는 걸어가다가 그렇게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던 나비고치를 내려놓는다. 메르쿠리우스 임무에 더 이상 집착할 필요가 없다. 그는 이제 모든 것을 깨달았다. 이제 원정을 계속할 필요가 없다. 24호는 늘 자신의 위치를 몰라 길을 잃었다. 그러나 이제 그가 있을 곳이 바로 여기임을 깨닫게 된 것이다. 그가 해야 할 일은 이 섬을 삶의 터전으로 가꾸어 나가는 것이고, 그의 유일한 희망은 한순간 한순간을 삶의 경이로운 선물로 활용하는 것이다. 24호는 더 이상 고독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그리고 다른 어떤 것도 이젠 두렵지 않다. 누구나 자신의 올바른 자리에 있을 때는 아무것도 두려워하지 않는 법이다.
“개미”. 베르나르 베르베르 저. 이세욱 옮김. 열린책들(2013). 제3권. 114p ~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