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uthor: 커피사유

낮에는 학구열과 호기심이 넘치는 학자, 밤에는 실리적인 프로그래머, 새벽에는 새벽만의 또렷한 시각으로 세상을 해석하는 블로거. 별난 사람, 커피사유입니다.

탐서일지 #13. 프리드리히 니체, 『도덕의 계보』 III

By 커피사유 2024-09-03 0

니체는 ‘힘’과 ‘의지’를 이야기한다. 용어 선정이 가져다주는 일차적 인상 때문에 세간은 그의 사상이 야만적이고 파괴적이라고 비난한다. 그러나 나는 니체가 공격하는 것은 언제나 비인간적인 것이었다는 사실을 기억한다. 그가 꾀하는 것이란 우리와 우리 자신을 억누르고 있던 저 무거운 짐의 위치를 바꾸어, 그 위에 올라선 인간이 맑은 삶의 공기를 즐기는 장면이니까.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8. 2024. 3. 17. ~ 2024. 7. 5.

By 커피사유 2024-09-02 0

실로 모든 것을 흔들어놓는 음악은 그 주제 앞에 장엄한 전주가 흘러나오는 법이다. 지금 돌이켜볼 때 나에게도 삶에서 가장 중요할지도 모르는 깨달음 앞에 일종의 ‘전주’가 있었던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번개가 치고 모든 것이 새롭게 정의되기 바로 직전의 양태, 이 기록은 그런 기록이다.

“Veritas Morbus Mea”

By 커피사유 2024-09-01 0

아래의 글은 2024. 8. 31.에 진행한 2024. 경남과고 36기 독서모임 〈날적이〉의 보충자료 4번, 『’금욕주의’ 별과 ‘다이너마이트’ 니체』를 작성하면서 니체가 이야기한 ‘초인’에 대해 붙인 주석 17번의 전문임을 서두에 밝힙니다. 주석을 이해하는데 있어 부언해야 할 사항은 원문에는 없지만 이 글에서 각주를 통해 부언하였습니다. 아래의 해석에 의하면 서울대학교의 모토는 사실 위와 같이 바뀌는 것이 더 ‘참’에 가깝지 않을까 생각된다. […]

Veritas Non Est Veritas

By 커피사유 2024-09-01 0

“과학에 대한 신앙이 전제하고 있는 것과 같은 저 대담하고 궁극적인 의미의 진실한 인간은 그러한 신앙과 함께 삶과 자연 그리고 역사의 세계와는 다른 세계를 긍정한다. 그가 이 ‘다른 세계’를 긍정하는 한, 그는 이와 함께 이 다른 세계의 정반대인 이 세계, 즉 우리의 세계를 부정해야만 하는 것은 아닐까? 과학에 대한 우리의 신앙이 근거하고 있는 것은 여전히 하나의 형이상학적 신앙이다. […]

탐서일지 #11. 프리드리히 니체, 『도덕의 계보』 I

By 커피사유 2024-08-25 0

대학에서 지난 3년 동안 나는 니체 철학을 이해하기 위해 심혈을 기울여왔다. ‘망치를 든 철학자’ 니체의 말을 곱씹은 끝에, 마침내 나는 그에 대한 평가, 그의 사상에 대한 비평 준비가 만족스러운 수준에 달했다는 직감에 도달했다. 니체에 대한 부분적 〈침묵〉을 중단할 때가 된 것이다.

사물에 이야기가 있다

By 커피사유 2024-08-06 0

화석이 어떤 의미를 가지는가를 생각해보면 플라스틱들에, 너무나 흔하고 너무나 다양한 변형으로 존재해서 딱히 관심조차 가질 필요를 느끼지 못한 저 대량 생산의 산물들에 ‘소리’를 붙인 것은 정말 적절한 시도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벽에 걸린 플라스틱들과 그 중 하나로부터 흘러나오는 소리를 들으면서 나는 수많은 상상을 했다. 모형 자동차를 보면서는 그것을 타고 놀던 어린 아이, 그리고 그 어린 아이가 성장해감에 따라 점차 몸의 크기를 감당할 수 없게 되어 창고 구석으로 몰린 끝에 버려졌을 운명을 생각했다. […]

Nine Sols · 도가(道家) · 니체

By 커피사유 2024-07-31 0

오래 전 나는 동양 철학은 너무 현실과 동떨어진 이야기를 한다고 생각했다. 불과 얼마 전까지도 그랬다. 내 눈에는 삶은 껍데기에 불과하므로 죽음과 삶이 일체(一體)라고 논하는 불교는 니체가 말하는 데카당으로 보여서 즉각적인 거부감이 들었고, ‘길이 길인데 길이 아니라는’ 자기모순적 문장을 학파의 대표 문장으로 삼고 있는 도가 사상의 경우 애시당초 무슨 이야기를 하는 것인지 도저히 알 수 없었다. […]

레베카: 여성성 · 가면 · 탱고

By 커피사유 2024-07-29 0

“미스터리 · 스릴러 · 연애라는 통속적인 수식어보다는 여성성 · 가면 · 탱고라는 세 개의 열쇠로 파악할 때야 그 진가를 드러내는, 영원한 대립의 촌철살인.” – 영화와 뮤지컬로 제작된 《레베카》의 진정한 메시지는 특유의 서스펜스에 주목한 나머지 제대로 평가되지 못했다. 저자인 대프니 듀 모리에 여사가 당시의 사회적 물결 속에서 시대를 뛰어넘으면서도 무엇을 궤뚫어 보았으며, 이들을 어떤 탁월한 표현들로 독자에게 보여주고 있느냐는 것이 원작의 핵심임에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