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uthor: 커피사유

낮에는 학구열과 호기심이 넘치는 학자, 밤에는 실리적인 프로그래머, 새벽에는 새벽만의 또렷한 시각으로 세상을 해석하는 블로거. 별난 사람, 커피사유입니다.

寡學

By 커피사유 2026-01-12 0

그대들은 실로 신학적 천문학의 패배가 금욕주의적 이상의 패배를 의미한다고 생각하는가? 오히려 신학적 천문학의 패배 이래로 사물들의 가시적인 질서 속에서 인간의 존재가 더욱더 임의적이고, 하잘것없고, 쓸모없는 것이 되었기 때문에 인간은 존재의 수수께끼에 대한 피안적인 해결을 덜 필요로 하게 된 것은 아닐까? 코페르니쿠스 이래로 인간의 왜소화와 아울러 왜소화를 향한 의지는 끊임없이 증대해온 것이 아닐까? […]

《인간실격》과 실존적 지탱에 대한 소고

By 커피사유 2026-01-05 0

죄의식을 통한 마조히즘에 대한 실존주의의 견해들 이 부분에 대해서는 황혜경, 「다자이 오사무 『인간 실격』에 나타난 구원요구와 마조히즘.」 픽션과논픽션. 1. 2019. pp. 89-105. 을 주로 참고하였음. 지그문트 프로이트: 마조히즘은 자아 내부에 있던 성적 욕망이 아버지로 대표되는 초자아의 억압 · 금지에 부딪혀 충족되지 못하고 주체 내부로 돌아와 자아를 공격함으로써 발생한다. […]

Απάτη

By 커피사유 2026-01-03 0

누구든 남이 비난을 퍼붓거나 화를 낼 때 기분이 좋을 사람은 없겠습니다만, 저는 화를 내는 인간의 얼굴에서 사자보다도, 악어보다도, 용보다도 더 끔직한 동물의 본성을 보는 것이었습니다. 평상시에는 본성을 숨기고 있다가 어떤 순간에, 예컨대 소가 풀밭에서 느긋하게 자고 있다가 갑자기 꼬리로 배에 앉은 쇠등에를 탁 쳐서 죽이듯이 갑자기 무시무시한 정체를 노여움이라는 형태로 드러내는 모습을 보면 저는 언제나 머리털이 곤두서는 듯한 공포를 느꼈습니다. […]

L’Esquisse de Sisyphe

By 커피사유 2026-01-01 0

새 공책을 펼쳤다. 제일 앞 표지에는 〈L’Esquisse de Sisyphe〉라고 적었다. Esquisse 란 미술 용어로, 프랑스어에서 그림의 밑그림 내지는 스케치를 일컫는다. 그러니 이 공책에는 그 시작부터 ‘시지프의 스케치’라는 이름이 붙은 셈이다. 알베르 카뮈의 《시지프 신화》를 다분히 의도하고 붙인 이름이다. 올해 봄에 묘사하였듯 나에게 문제가 되는 것은 ‘텅 빈 하얀 캔버스 앞에 서 있는 인간’이라는 저 모습, 그 캔버스 앞에서 ① 스스로의 목을 졸라오는 공허함을 느끼면서도 ② 그 캔버스의 광활함과 무궁무진함에 압도되어 그 위에 펼쳐질 질료들과 색감들을 의욕하는 인간의 이 두 모습을 그리는 것이다. […]

향수

By 커피사유 2025-12-19 0

아득한 옛날에 나는 떠났다부여(扶餘)를 숙신(肅愼)을 발해(勃海)를 여진(女眞)을 요(遼)를 금(金)을홍안령(興安嶺)을 음산(陰山)을 아무우르를 숭가리를범과 사슴과 너구리를 배반하고송어와 메기와 개구리를 속이고 나는 떠났다 나는 그때자작나무와 이깔나무의 슬퍼하든 것을 기억한다갈대와 장풍의 붙드든 말도 잊지 않었다오로촌이 멧돝을 잡어 나를 잔치해 보내든것도쏠 […]

구름 위로 점프

By 커피사유 2025-11-18 0

조금 전에 양귀자의 《나는 소망한다 내게 금지된 것을》을 모두 읽었다. 아직 공개하지 않은 두 편의 독서노트에서 나는 이 소설로부터 두 가지의 다른 문학 작품들을 떠올려냈다. 하나, 다자이 오사무의 《직소》. 둘, 도스토예프스키의 《죄와 벌》. 둘의 공통점은 기독교이며, 그 중심에는 사랑이 있다. 그래서 나는 양귀자의 소설을 읽는 내내 불안함에 시달렸다. 그 결말이 어떤 식으로 맺어지는지에 따라 소설에 대한 나의 평가는 극단 중 하나로 치달을 수밖에 없었다. […]

Übermensch und die Welt

By 커피사유 2025-11-10 0

지난 목요일의 일이었지만 조금씩 미루다가 결국 오늘에서야 쓴다. 11월 6일, 이화여대에서 로지 브라이도티(Rosi Braidotti) 교수의 특강을 들었다. 학기 중에, 그것도 주중에 열리는데다 대중교통으로 1시간 거리가 있기는 했지만 이런 종류의 공개 강좌는 참기 어려웠다. 칸트 철학을 전공한 미학과의 〈음악론입문〉 강좌 교수에게 정보를 들었을 때 오래 지나지 않아 결정할 수 있었음은 당연했다. […]

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

By 커피사유 2025-11-02 0

오늘 큰 결심을 하고 한 발걸음을 내딛었다. 시간이 꽤 걸릴 일이라는 것을, 그리고 2개의 졸업연구와 동시에 하기에는 상당히 빠듯하고 또한 수고가 많이 들 일이라는 것을 알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용기를 내서 내딛은 걸음이다. 아르투어 쇼펜하우어(Arthur Schopenhauer)의 그 책, 《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Die Welt als Wille und Vorstellung)》를 결국 펼쳐들었다는 이야기다. […]

음악과 사회 변화의 선후관계, 새로운 음악의 탄생 조건에 관한 논고

By 커피사유 2025-10-28 0

이하의 내용은 2025학년도 2학기, 청강으로 듣고 있는 서울대학교 《음악론입문》강좌의 〈새 시대를 연 음악〉에 대한 학생 발표에서 제시된 논제들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들을 토의 이전에 기록해둔 것을 그대로 옮긴 것임. I. 음악은 사회 변화를 주도하는가, 아니면 반영하는가? 개인적으로는 음악과 사회 변화의 선후 관계에 관한 이 질문에 대해서는 두 방향이 모두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