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uthor: 커피사유

낮에는 학구열과 호기심이 넘치는 학자, 밤에는 실리적인 프로그래머, 새벽에는 새벽만의 또렷한 시각으로 세상을 해석하는 블로거. 별난 사람, 커피사유입니다.

1984, 1942

By 커피사유 2026-01-18 0

“그래서 그게 무슨 상관이라는 거예요? 어차피 전쟁은 끊임없이 일어나고 뉴스는 온통 거짓말투성이인데요.” 기록국에서 저지르는 뻔뻔스러운 날조 행위에 대해서도 말했지만 그녀는 놀라지도 않았다. 거짓이 진실이 된다고 해서 자기 발밑에 무서운 함정이 생긴다고 느끼지 않는 것이다. 존스와 아론슨과 러더퍼드, 그리고 언젠가 잠깐 쥐었던 종이쪽지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21. 2025. 10. 21. ~ 2026. 1. 6.

By 커피사유 2026-01-17 0

글을 쓴다는 것이 점점 실존과 재회의 문제라는 점을 느끼게 되는 것 같다. 그래서일까, 문장과 사유 사이에서 나는 붉은 술패랭이의 마지막 꽃말을 나 자신에게 바치고자 한다. “고통으로 과거를 정의할 수 없다는 것을/우리는 끝없는 시련을 이겨내도록 된 존재라는 것을” 이제 나는 아니까.

Soundtrack of My Life

By 커피사유 2026-01-15 0

“오직 관념적인 봄만이, 오직 관점적인 ‘인식’만이 존재한다.” 음악도 이 명제의 예외일 수 없다. 즉 음악이 무엇인지를 규명하는 문제는 언제나 음악이 ‘자신에게’ 무엇인지를 해명하는 문제로 환원된다. 그 문제에 대한 응답을 나는 짧게 소명해본다.

읽는다는 것

By 커피사유 2026-01-13 0

요컨대 문헌학은 지극히 섬세하고 신중한 작업을 수행해야 하고 천천히 수행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이루지 못하는 ‘말Wort의 금 세공술’이자 ‘말에 정통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한 것으로서 문헌학은 다음의 한 가지 사항, 즉 그것의 숭배자들에게 우회해서 가고 여유를 갖고 조용해지고 느려지는 것을 다른 모든 것보다도 요구하는 저 존중할만한 기술이다. 바로 이 때문에 문헌학은 지금까지보다 오늘날 더 필요하다. […]

寡學

By 커피사유 2026-01-12 0

그대들은 실로 신학적 천문학의 패배가 금욕주의적 이상의 패배를 의미한다고 생각하는가? 오히려 신학적 천문학의 패배 이래로 사물들의 가시적인 질서 속에서 인간의 존재가 더욱더 임의적이고, 하잘것없고, 쓸모없는 것이 되었기 때문에 인간은 존재의 수수께끼에 대한 피안적인 해결을 덜 필요로 하게 된 것은 아닐까? 코페르니쿠스 이래로 인간의 왜소화와 아울러 왜소화를 향한 의지는 끊임없이 증대해온 것이 아닐까? […]

《인간실격》과 실존적 지탱에 대한 소고

By 커피사유 2026-01-05 0

죄의식을 통한 마조히즘에 대한 실존주의의 견해들 이 부분에 대해서는 황혜경, 「다자이 오사무 『인간 실격』에 나타난 구원요구와 마조히즘.」 픽션과논픽션. 1. 2019. pp. 89-105. 을 주로 참고하였음. 지그문트 프로이트: 마조히즘은 자아 내부에 있던 성적 욕망이 아버지로 대표되는 초자아의 억압 · 금지에 부딪혀 충족되지 못하고 주체 내부로 돌아와 자아를 공격함으로써 발생한다. […]

Απάτη

By 커피사유 2026-01-03 0

누구든 남이 비난을 퍼붓거나 화를 낼 때 기분이 좋을 사람은 없겠습니다만, 저는 화를 내는 인간의 얼굴에서 사자보다도, 악어보다도, 용보다도 더 끔직한 동물의 본성을 보는 것이었습니다. 평상시에는 본성을 숨기고 있다가 어떤 순간에, 예컨대 소가 풀밭에서 느긋하게 자고 있다가 갑자기 꼬리로 배에 앉은 쇠등에를 탁 쳐서 죽이듯이 갑자기 무시무시한 정체를 노여움이라는 형태로 드러내는 모습을 보면 저는 언제나 머리털이 곤두서는 듯한 공포를 느꼈습니다. […]

L’Esquisse de Sisyphe

By 커피사유 2026-01-01 0

새 공책을 펼쳤다. 제일 앞 표지에는 〈L’Esquisse de Sisyphe〉라고 적었다. Esquisse 란 미술 용어로, 프랑스어에서 그림의 밑그림 내지는 스케치를 일컫는다. 그러니 이 공책에는 그 시작부터 ‘시지프의 스케치’라는 이름이 붙은 셈이다. 알베르 카뮈의 《시지프 신화》를 다분히 의도하고 붙인 이름이다. 올해 봄에 묘사하였듯 나에게 문제가 되는 것은 ‘텅 빈 하얀 캔버스 앞에 서 있는 인간’이라는 저 모습, 그 캔버스 앞에서 ① 스스로의 목을 졸라오는 공허함을 느끼면서도 ② 그 캔버스의 광활함과 무궁무진함에 압도되어 그 위에 펼쳐질 질료들과 색감들을 의욕하는 인간의 이 두 모습을 그리는 것이다. […]

향수

By 커피사유 2025-12-19 0

아득한 옛날에 나는 떠났다부여(扶餘)를 숙신(肅愼)을 발해(勃海)를 여진(女眞)을 요(遼)를 금(金)을홍안령(興安嶺)을 음산(陰山)을 아무우르를 숭가리를범과 사슴과 너구리를 배반하고송어와 메기와 개구리를 속이고 나는 떠났다 나는 그때자작나무와 이깔나무의 슬퍼하든 것을 기억한다갈대와 장풍의 붙드든 말도 잊지 않었다오로촌이 멧돝을 잡어 나를 잔치해 보내든것도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