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uthor: 커피사유

낮에는 학구열과 호기심이 넘치는 학자, 밤에는 실리적인 프로그래머, 새벽에는 새벽만의 또렷한 시각으로 세상을 해석하는 블로거. 별난 사람, 커피사유입니다.

탐서일지 #23. 토머스 S. 쿤, 『과학혁명의 구조』 I

By 커피사유 2025-06-01 0

객관성과 과학. 대중은 객관성의 대명사가 곧 과학이라고 생각하기에, 과학적 사고를 통해 그 어떠한 주관에도 치우치지 않은 판단을 가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여긴다. 그러나 정말 과학은 그러한가? 과학은 정말 믿음으로부터 자유로운가? 과학이 절대성의 화신이라는 지위를 획득한 오늘날, 우리에게는 위험한 질문을 던질 용기가 필요할지도 모르겠다.

정치의 법률화

By 커피사유 2025-04-29 0

재판은 완전하지 않다 재판은 오히려 게임에 가까울지 모른다. 엄격한 규칙이 전제되고, 그 규칙에 따른 공격과 방어를 통해 일정한 결말에 도달한다. 재판은 사실로 이루어진 사건에 내재하는 옳음을 찾아가는 작업이 아니라, 정해진 규칙에 따라 분쟁을 해결하는 수단이다. 사실에 적용하는 법은 그 자체가 정당한 것이 아니라 제시되는 근거에 의해 좌우된다. 재판의 결과가 일정하지 않다면 법치의 무대에서 안정성이 사라진다. […]

쇼츠, 이야기의 종말

By 커피사유 2025-04-28 0

쇼츠와 ‘사상-계’ 이 모든 현상들은 유튜브 콘텐츠 형식으로서 ‘쇼츠’라는 현상으로 압축된다. 쇼츠 세계는 0과 1만이 존재하는 디지털 정보성의 실체가 극적으로 드러난 모호로비치 불연속면(Mohorovičić 不連續面)이다. 상품사회와 현대적 미디어가 야기한 사물-세계 상실, 이야기성의 상실이 드디어 여기에서 완전히 끝나고 완성된다. 쇼츠가 공간상의 거리 소거를 넘어 시간성을 삭제하기 때문이다. […]

간극의 상실, 해석의 상실

By 커피사유 2025-04-27 0

코믹스 세계관 시대 현대적 미디어의 출현이 사물의 신비를 소거해 버렸다는 지적은 이미 낡은 것이다. TV가 출현하는 순간, 옛날이야기로, 전승된 민담으로 추측되던 사물들의 실체는 눈앞으로 불려 세워져 낱낱이 발가벗겨졌다. 사물들의 포르노화는 현대 미디어 시대의 본질이며 최종적 목적이다. 아마존의 어떤 어둠 속 동굴에서부터 인간의 침실에 이르기까지, 당신이 누구와 만나 어떤 아침 식사를 했는지, 인간 정신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까지 가려진 곳, 숨겨진 곳은 존재하지 않는다. […]

시지프스 ‘이야기’

By 커피사유 2025-04-26 0

이야기는 정보가 아니다 인간의 삶은 이야기 속에 있다. 이야기를 그저 듣는 것이 아니라 이야기에 참여함으로써 이야기 위에 삶의 집터를 짓는다. 이야기의 영토를 쇄신하고 이야기에 비추어 제 삶을 반추한다. 상상도, 신성도, 균형도, 반성도, 이야기를 거울삼음으로써 유추되는 인간 경험의 양상들이다. 최초의 이야기인 신들의 이야기가 성스럽다고 할 때, 그것은 신들의 성스러움을 뜻하는 것이 아니다. […]

수기화인(修己和人)

By 커피사유 2025-04-24 0

관계의 시작은 관심이다. 농익은 관계는 설익은 관심으로부터 발전된다. 남태령에서 촉발된 돌봄은 사회의 소수자와 약자를 향해 번져나갔다. 나 역시 전태일 의료센터에 기꺼운 마음으로 연말 성금을 보냈다. 반세기 전의 전태일이 이토록 가깝게 느껴진 적이 없었다. 우리의 분노가 좌우 아닌 생사에서 비롯되었듯, 전태일 역시 노동 현장에서 죽음을 몸으로 감각했다. 그의 저항은 생명의 위협에 분노하는 생의 주체로서의 외침이었다. […]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16. 2025. 4. 1. ~ 2025. 4. 22.

By 커피사유 2025-04-23 0

《사상계》에 실린 계엄과 민주화 운동의 역사를 보며 나는 우리 사회의 다수에 결여된 것은 철학함이라고 다시금 생각해본다. 의심, 사유, 비평. 이 세 가지가 결여된 곳에서 압제는 상식이 되며 반대 의견과 토론은 봉쇄된다. 나는 있는 힘을 다해 〈철학자〉로 살다가 죽고 싶다는 당초의 소망을 끝까지 되새긴다.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결국 남는 것이란 ‘이게 진짠지 영환지’ 모르는 상태일 뿐일 것이므로.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15. 2025. 3. 10. ~ 2025. 3. 31.

By 커피사유 2025-04-06 0

16년이라는 방황 끝에서야 나는 겨우 깨닫게 되었다. 안쪽에 누군가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너무나 오랫동안 애써 무시하거나 잊기로 결정해버렸다는 것을, 지금 나를 올려다보며 흐느끼고 있는 이 어린 아이에게는 그저 따뜻한 품이 필요했을 뿐이라는 사실을. 나는 다시 문학이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한다. 그동안 내가 걸어온 저 시간선들을 모조리 거쳐서, 그 끝에 마침내 도달한 나 자신을 토닥이면서.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어, 이어지는 문장들

By 커피사유 2025-04-04 0

11. 결론 가.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헌법 제1조 제1항). 민주주의는, 개인의 자율적 이성을 신뢰하고 모든 정치적 견해들이 각각 상대적 진리성과 합리성을 지닌다고 전제하는 다원적 세계관에 입각한 것으로서, 대등한 동료시민들 간의 존중과 박애에 기초한 자율적이고 협력적인 공적 의사결정을 본질로 한다(헌재 2014. 12. 19. 2013헌다1 참조). 피청구인이 취임한 이래, 국회의 다수의석을 차지한 야당이 일방적으로 국회의 권한을 행사하는 일이 거듭되었고, 이는 피청구인을 수반으로 하는 정부와 국회 사이에 상당한 마찰을 가져왔다. […]

동상이몽 #14. 상록수

By 커피사유 2025-04-04 0

나는 국회의장의 문장들을 다시금 생각해본다. 행간에 숨은 수많은 역사를, 오늘의 민주공화국의 기반을 위해 흘렀던 수많은 피들을 생각해본다. 수없이 반복되어온 저 질문, “국가란 누구를 그리고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가”를 생각해본다. 늦지 않게 나는 그의 말이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음을, 여전히 문장들은 이어지고 있음을 떠올려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