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uthor: 커피사유

낮에는 학구열과 호기심이 넘치는 학자, 밤에는 실리적인 프로그래머, 새벽에는 새벽만의 또렷한 시각으로 세상을 해석하는 블로거. 별난 사람, 커피사유입니다.

탈서사적 서사

By 커피사유 2025-09-01 0

#1. “Make her painting look ____(그녀의 그림을 ____해보이게 만들다).” 서울 강남구의 한 유명 영어학원이 제작한 유치부 입학시험, 이른바 ‘7세 고시’의 빈칸 채우기 문항 중 하나다. 보기 4개 중 ‘picturesque(생생한)’를 골라야 점수를 얻을 수 있다. 문항을 살펴본 17년 차 고등학교 영어 교사 임준걸 씨(44)는 “중고교생도 어려워할 단어”라며 “중3~고1 수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평했다. […]

탐서일지 #27. 알베르 카뮈, 『시지프 신화』 I

By 커피사유 2025-08-31 0

“참으로 진지한 철학적 문제는 오직 하나뿐이다. 그것은 바로 자살이다.” ― 알베르 카뮈는 시지프스라는 신화적 인물의 서사를 통해 태초부터 사형을 언도받은 우리 자신을 그려낸다. 또다시 바위는 굴러떨어지지만, 기꺼이 다시 한 번 밀어올리는 시지프스. 바로 이 운명의 한가운데에서 우리는 삶과 죽음 사이에 위치하는 단 하나의 불꽃을 본다.

딜레마, 난장판 그리고 미학

By 커피사유 2025-08-30 2

나 자신의 문학적 취향에 대해 조금 남겨볼까 한다. 한때는 단순히 비극 그러니까 슬프거나 씁쓸한 이야기만을 좋아한다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지난 학기부터 곧 끝날 여름 방학에 이르기까지 무라카미 하루키의 《노르웨이의 숲》부터 김애란의 《비행운》, 마침내는 근래에 유명한 모바일 게임 《트릭컬 리바이브》의 서사 구조에서 내가 무엇에 이끌렸는지를 되짚어보았기 때문이다. […]

흔들리는 민주공화국

By 커피사유 2025-08-26 0

걱정했던 일이 일어나고 있다. 며칠 전 뉴스를 통해 예감은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금의 현황은 통탄하지 않을 수 없다. 오늘 결국 장 의원이 제1야당의 대표로 최종 선출되었다는 소식을 보게 되었다. 이틀 전 후보로 김문수 전 지사와 장동혁 의원이 최종 선출되었다는 비보 뒤에 말이다. 물론 적지 않은 언론사들이 예상하였듯 당원 투표와 일반 여론조사를 8:2의 비율로 반영하여 선출할 것이라는 점에서, 그리고 지금까지 이 정당이 보여온 태도가 무엇이었는가 하는 점에서 결과가 크게 놀라운 것은 아니었다. […]

포용과 타협이 절실한 시기

By 커피사유 2025-08-03 0

집권 여당 당대표 선거에서 전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이었던 정청래 의원이 당선되었다. 그는 “국민의 명령에 따라서 움직이고 당원이 가라는대로 갈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말씀드립니다”고 말했다. 개인적으로는 이러한 그의 입장은 당내 의사 반영이라는 원칙적인 측면에서는 적절하긴 하지만, 집권 여당의 당대표로서는 그의 여러 현안에 대한 입장과 인식을 두고 볼 때에는 대단히 우려스럽다고 생각한다. […]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18. 2025. 7. 3. ~ 2025. 7. 13.

By 커피사유 2025-07-27 0

우울하게 들리면서도 어느 순간 우아하게 들리는 문장과 선율들. 이율배반적으로 보이는 두 인상 중 어느 하나도 지워내지 않고 끝까지 지켜내는 예술은 드물지만 중요하다. 세계의 비합리적 침묵 속에서 의미를 바라는 인간이라는 운명에 대해서 우리가 가져야 할 태도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작문을 위한 작문

By 커피사유 2025-07-16 0

근래에는 작문에 대해 이것저것 생각하게 되는 것 같다. 그동안의 여러 글쓰기를 점검한 결과, 나는 스스로가 카뮈로부터 강한 영향을 받았다는 결론을 내리게 된다. 그는 《이방인》과 《시지프 신화》에서 글로 예술을 빚는 것이 무엇인지를 보여주었는데, 그의 문장들에서 강한 영감을 받은 것 같다. 문체를 갈고 닦는 것에서 더 나아가 아예 글과 철학 자체가 일치하는 지경을 갈구하게 되었으니 말이다. […]

사유 #54. 부조리한 글쓰기

By 커피사유 2025-07-11 0

바위는 또다시 굴러 떨어진다. 산정에서 시지프는 다시 한 번 그 장면을 응시한다. 당초의 위치로 모든 것이 되돌아가는 이 영원회귀. 세계는 변한 것 없으면서도 모두 변한다. 운명을 직시하는 인간은 글쓰기 일체를 통해 이 위대한 인간의 몸부림을 그려내지 않을 이유를 찾지 못한다. 삶에 대한 설명을 바라는 인간, 그는 그 몸짓을 글에 대해서도 유감없이 모조리 발휘한다.

Clair-Obscur

By 커피사유 2025-07-10 0

르네 마그리트의 그림, 그 그림에 대한 미셸 푸코의 평론, 그리고 마침내는 비디오 게임 ‘Clair-Obscur: Expediction 33’. 이 세 작품을 관통짓는 하나의 문장이 있다면 그것은 아마 다음과 같은 질문일 것이다. “Le rêve doit-il crève? (꿈은 죽어야만/파멸해야만 하는가?)”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17. 2025. 6. 19. ~ 2025. 6. 22.

By 커피사유 2025-06-30 0

김애란의 《비행운》, 피아졸라의 탱고, 그리고 카뮈의 철학. 이 셋은 ‘혼재되어 있는 것을 애써 분리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끌어안는’ 모습들을 그려낸다는 점에서 공통적이다. 나는 비행(非幸) 속에서도 비행(飛行)을 꿈꾸는 인간의 모습을 생각했다가, 장면을 바꾸어 시지프스 신화를 떠올려본다. 이 전환을 포착해 글로 남기는 것, 그것이 내가 〈부조리〉라는 카뮈의 주제에 대해 남기는 대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