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uthor: 커피사유

낮에는 학구열과 호기심이 넘치는 학자, 밤에는 실리적인 프로그래머, 새벽에는 새벽만의 또렷한 시각으로 세상을 해석하는 블로거. 별난 사람, 커피사유입니다.

La majorité silencieuse avec une forte minorité

By 커피사유 2025-09-13 0

여당 대표가 원내대표가 제1야당과 합의한 법안에 대해 철회 및 전면 재검토를 지정한 것은 물론, 아예 강행 처리까지 감행했다. 대외적인 명분은 국체를 흔든 지난 12 · 3 비상계엄 사태에 대한 엄격한 수사와 재발을 원천차단하는 단죄다. 야당에 대한 수사도 그 과정의 일환이며, ‘민주공화국’을 지키는 의무가 있으며 또한 그러한 과정에 참여해온 역사적 자부심이 있는 여당으로서는 양보할 수 없다고도 했다. […]

대인판단의 깊이(기피)

By 커피사유 2025-09-06 0

한 사람을 판단하려면 적어도 그가 품은 생각과 그가 겪은 불행과 그가 가진 심상(心想)의 비밀 속에는 들어가봐야 하지 않는가. 그의 삶에 대하여 오로지 물리적인 사건들만 알려고 하는 것은 연대기, 곧 바보들의 역사를 작성하는 짓이 아닌가! 오노레 드 발자크(Honoré de Balzac), 《나귀 가죽(La Peau de chagrin)》. 이철의 역, 문학동네, 2009. […]

Camera Obscura

By 커피사유 2025-09-03 0

#1. 문학은 사유로 자연을 재현하려는 목적을 가진 만큼 뭇 예술 중에서 가장 복잡하다. 감정을 묘사하고, 색채, 일광, 중간색, 뉘앙스 따위를 생생하게 되살리며, 좁은 공간이나 바다, 풍경, 사람, 건물 따위를 정확하게 보여주는 것, 회화는 이것이 전부이다. 조각은 질료 면에서 이보다 더 제한되어 있다. 조각은 풍부하기 그지없는 자연과 다채로운 형태의 인간 감정을 표현하는 데 돌과 한 가지 색깔 말고는 다른 방법이 별로 없다. […]

당신이 말하는 것은 민주공화정의 수호가 아니다

By 커피사유 2025-09-01 0

오늘 아침 여당 대표는 “지금 대한민국은 역사적 변곡점에 놓여 있다”, 그리고 “흡사 해방 정국 반민특위(반민족행위 특별조사위원회) 상황과 비슷하다”고 말했다. 그 말에 동의한다. 그러나 그가 의도한 바와는 전혀 다른 의미로 말이다. 정기국회가 개원하는 오늘 여당의 공개석상에는 “아직도 탄핵 반대를 외치는 국민의힘! 그들은 타협의 대상이 아니다”라는 문구가 적힌 판넬이 등장했다. […]

탈서사적 서사

By 커피사유 2025-09-01 0

#1. “Make her painting look ____(그녀의 그림을 ____해보이게 만들다).” 서울 강남구의 한 유명 영어학원이 제작한 유치부 입학시험, 이른바 ‘7세 고시’의 빈칸 채우기 문항 중 하나다. 보기 4개 중 ‘picturesque(생생한)’를 골라야 점수를 얻을 수 있다. 문항을 살펴본 17년 차 고등학교 영어 교사 임준걸 씨(44)는 “중고교생도 어려워할 단어”라며 “중3~고1 수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평했다. […]

탐서일지 #27. 알베르 카뮈, 『시지프 신화』 I

By 커피사유 2025-08-31 0

“참으로 진지한 철학적 문제는 오직 하나뿐이다. 그것은 바로 자살이다.” ― 알베르 카뮈는 시지프스라는 신화적 인물의 서사를 통해 태초부터 사형을 언도받은 우리 자신을 그려낸다. 또다시 바위는 굴러떨어지지만, 기꺼이 다시 한 번 밀어올리는 시지프스. 바로 이 운명의 한가운데에서 우리는 삶과 죽음 사이에 위치하는 단 하나의 불꽃을 본다.

딜레마, 난장판 그리고 미학

By 커피사유 2025-08-30 2

나 자신의 문학적 취향에 대해 조금 남겨볼까 한다. 한때는 단순히 비극 그러니까 슬프거나 씁쓸한 이야기만을 좋아한다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지난 학기부터 곧 끝날 여름 방학에 이르기까지 무라카미 하루키의 《노르웨이의 숲》부터 김애란의 《비행운》, 마침내는 근래에 유명한 모바일 게임 《트릭컬 리바이브》의 서사 구조에서 내가 무엇에 이끌렸는지를 되짚어보았기 때문이다. […]

흔들리는 민주공화국

By 커피사유 2025-08-26 0

걱정했던 일이 일어나고 있다. 며칠 전 뉴스를 통해 예감은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금의 현황은 통탄하지 않을 수 없다. 오늘 결국 장 의원이 제1야당의 대표로 최종 선출되었다는 소식을 보게 되었다. 이틀 전 후보로 김문수 전 지사와 장동혁 의원이 최종 선출되었다는 비보 뒤에 말이다. 물론 적지 않은 언론사들이 예상하였듯 당원 투표와 일반 여론조사를 8:2의 비율로 반영하여 선출할 것이라는 점에서, 그리고 지금까지 이 정당이 보여온 태도가 무엇이었는가 하는 점에서 결과가 크게 놀라운 것은 아니었다. […]

포용과 타협이 절실한 시기

By 커피사유 2025-08-03 0

집권 여당 당대표 선거에서 전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이었던 정청래 의원이 당선되었다. 그는 “국민의 명령에 따라서 움직이고 당원이 가라는대로 갈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말씀드립니다”고 말했다. 개인적으로는 이러한 그의 입장은 당내 의사 반영이라는 원칙적인 측면에서는 적절하긴 하지만, 집권 여당의 당대표로서는 그의 여러 현안에 대한 입장과 인식을 두고 볼 때에는 대단히 우려스럽다고 생각한다. […]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18. 2025. 7. 3. ~ 2025. 7. 13.

By 커피사유 2025-07-27 0

우울하게 들리면서도 어느 순간 우아하게 들리는 문장과 선율들. 이율배반적으로 보이는 두 인상 중 어느 하나도 지워내지 않고 끝까지 지켜내는 예술은 드물지만 중요하다. 세계의 비합리적 침묵 속에서 의미를 바라는 인간이라는 운명에 대해서 우리가 가져야 할 태도도 마찬가지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