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tegory: Chalkboard

카페지기 커피사유의, 너무 짧아서 포스트로 올리기는 힘든, 글과 생각 모음집.

썩은 냄새

By 커피사유 2022-11-24 0

냄새가 있다. 아주 구리고 더러워서 당장이라도 창문 밖으로 내던지고 싶은 그런 냄새가. 그러나 운명은 이 더러운 냄새와 앞으로 몇 주 이상 ― 아니, 그 이상의 시간을 함께 지내야 한다는 추악한 말을 내뱉고 있다. 그 더러운 냄새는 필시 더럽고 추악한 인간의 냄새이다. 자기 자신을 극복하기를 포기한 인간의 냄새이다. 자신의 앞에 닥쳐오는 파도에 맞서 싸우면서 자기 자신을 지켜나가기보다는, 그 파도 앞에 쓰러지기를 바라는, 그냥 흐르는 대로 흘러가려는 죽은 자의 퀴퀴한 시체 같은 냄새인 것이다. […]

흐르는 강물을 거꾸로 거슬러 오르는 연어처럼

By 커피사유 2022-11-02 0

아! 그대들은 연어의 운명에 대해 알고 있는가? 태어난 그곳으로 돌아가려고 기여코 강물을 거슬러 오르려고 하는 연어의 운명을. 연어는 강물을 거꾸로 거슬러 오르려고 무진장 애를 쓴다. 죽을 힘을 다해,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힘을 다해 지느러미를 휘젓고 튀어 오른다. 그러나 연어가 죽을 힘을 다해 강물을 거슬러 오르려 할 때, 강물은 연어의 이러한 의지와는 상관없이 상류에서 하류로 세차게 흐른다. […]

여성가족부 폐지에 대하여

By 커피사유 2022-10-15 0

여러모로 시끄러운 요즈음이지만, 사회 · 정치 이슈 중에서 최근 나의 관심을 조금 끄는 것이 있다면 ‘여성가족부 폐지’와 관련된 정부의 발표와 시민사회의 대응이다. 윤 대통령의 후보 시절 공약부터 느낌이 좋지 못했다. ‘여성가족부 폐지’라는 몇 글자만이 페이스북에 올라왔을 때, 누군가는 그 짧은 한마디에 환호했겠지만 적어도 나는 아니었다. 윤 후보의 캠프에서 내세운 “여성가족부의 기능은 보건복지부와 통합하면 된다”는 논리는 오히려 반대로 진행된, 즉 보건복지부의 기능을 여성가족부와 통합한 형태의 독일식 성평등 정부 정책 등에 완전히 역행하는 것이라 여겨졌기에. […]

고집

By 커피사유 2022-10-12 0

나에게는 괴랄한 고집이 하나 있다. 그 고집이란 그 유도 과정이나 논리적 전개 과정이 납득이 되지 않는 이론들은 받아들이지 못한다는 고집이다. 어떤 새로운 사실이나 내용, 이론을 접하게 되면 반드시 나 자신이 지금까지 알고 있는 것들에 비추어 나 자신을 설득해야만 나는 그 내용을 받아들일 수 있다. 나 자신이 새로이 알게 된 내용에 대해 스스로를 납득시키는데 실패하면 ― 즉 배운 내용들과 개념들, 지식들과 연결짓지 못한 내용은 나는 기억을 잘 하지 못한다. […]

유약함과 신

By 커피사유 2022-10-10 0

인간은 유약하기 때문에 신을 찾는다. 니체가 이러한 주장의 선봉에 있다는 점에서 나의 이러한 선언은 새로운 선언은 아니다. 그러나 여전히 나의 선언은 당돌할 것인데, 왜냐하면 신을 믿는 수많은 이들에게 강력히 비난받을 명제를 지금 주장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는 위 명제가 참이라는 나의 주장을 철회할 생각이 추호도 없다. 개인이 언제 신을 찾는지 아주 잠시만 생각해보아도 위 명제의 거짓은 있을 수 없는 일임이 명백하다. […]

학문 앞에서의 절망

By 커피사유 2022-10-04 0

대학(大學) 안에서 배우면 배울수록, 나는 점점 더 헤어나올 수 없는 강력한 절망 속으로 떨어지는 것 같다. 그러나 나는 다른 누군가에게 도움을 요청할 수 없다. 도움을 요청해보았자 아무도 도와줄 이 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아무도 도울 의사가 없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다만, 내가 느끼는 이 종류의 절망은 나 자신이 아니고서는 결코 해결할 수 없는 절망이기 때문에 나는 스스로가 스스로에 대한 구원자가 되어야만 한다. […]

“Standing Agaist a Black Dog”

By 커피사유 2022-09-22 0

영국을 제2차 세계 대전 속에서 훌륭하게 구해낸 윈스턴 처칠 수상은 〈검은 개(Black Dog)〉에 대해 이야기한 적이 있다. 그는 평생 동안 자신을 따라다니던 검은 개 때문에 평생 다리나 발코니 근처에는 가지 않았고, 그림을 그리면서 검은 개로부터 벗어나고자 유난히 애를 썼다. 검은 개로부터 벗어나고자 한 그의 노력은 전쟁 상황이라는 절망 앞에서도 과대팽창한 자신감과 어조, 당당한 행위를 가능하게 했고 멋지게 영국을 승전국의 위치로 이끌었다. […]

평등하지 않은 죽음

By 커피사유 2022-09-19 0

조금 전 영국 여왕 고(故) 엘리자베스 2세의 국장(State Furneral)을 BBC 라이브로 보았다. 식민지 지배의 흔적으로 얼룩진 대영제국, 그리고 식민지 지배의 흔적으로 얼룩진 우리나라 역사의 한 획이 마치 거기 보이는 듯 했으나, 엘리자베스 2세는 그래도 기품 있고 또한 자신의 의무를 다한 여왕으로서 존경심을 품지 않을 수 없는 사람이기도 했기에 나 또한 진심어린 애도를 보냈다. […]

직면하지 못한 다자이 오사무

By 커피사유 2022-09-05 0

#1. 다자이 오사무는 자신의 사실상의 마지막 작품인 〈인간 실격〉에서 이렇게 썼다. 밥을 안 먹으면 죽는다는 말은 저에게는 그저 듣기 싫은 위협으로밖에는 들리지 않았습니다. 그 미신은 (지금까지도 저에게는 뭔가 미신처럼 느껴집니다.) 그러나 언제나 저에게 불안과 공포를 안겨 주었습니다. 인간은 먹지 않으면 죽는다. 그래서 일해서 먹고살아야 한다는 말만큼 저에게 난해하고 어렵고 협박 비슷하게 울리는 말은 없었습니다. […]

Unterm Rad

By 커피사유 2022-09-01 0

#1. 조금 전에 헤르만 헤세의 《수레바퀴 아래서》를 다 읽었다. 동생이 나에게 읽어보라고 권한 목적이 무엇인지 알 것 같다. 그러나 나는 동생이 나에게 이야기하고자 한 바에 동의할 수 없다. 그 목적인지 무엇인지 알 것 같기 때문에, 그리고 헤르만 헤세와 나의 결정적인 차이점 때문에. … 아무래도 나도 수레바퀴 아래에 있는 모양이다. #2. 늘 그렇듯 나는 갈등 속에서 질문을 던지고, 클래식은 나에게 그 해답이 존재할 가능성을 보여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