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tegory: Chalkboard

카페지기 커피사유의, 너무 짧아서 포스트로 올리기는 힘든, 글과 생각 모음집.

딜레마, 난장판 그리고 미학

By 커피사유 2025-08-30 2

나 자신의 문학적 취향에 대해 조금 남겨볼까 한다. 한때는 단순히 비극 그러니까 슬프거나 씁쓸한 이야기만을 좋아한다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지난 학기부터 곧 끝날 여름 방학에 이르기까지 무라카미 하루키의 《노르웨이의 숲》부터 김애란의 《비행운》, 마침내는 근래에 유명한 모바일 게임 《트릭컬 리바이브》의 서사 구조에서 내가 무엇에 이끌렸는지를 되짚어보았기 때문이다. […]

흔들리는 민주공화국

By 커피사유 2025-08-26 0

걱정했던 일이 일어나고 있다. 며칠 전 뉴스를 통해 예감은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금의 현황은 통탄하지 않을 수 없다. 오늘 결국 장 의원이 제1야당의 대표로 최종 선출되었다는 소식을 보게 되었다. 이틀 전 후보로 김문수 전 지사와 장동혁 의원이 최종 선출되었다는 비보 뒤에 말이다. 물론 적지 않은 언론사들이 예상하였듯 당원 투표와 일반 여론조사를 8:2의 비율로 반영하여 선출할 것이라는 점에서, 그리고 지금까지 이 정당이 보여온 태도가 무엇이었는가 하는 점에서 결과가 크게 놀라운 것은 아니었다. […]

포용과 타협이 절실한 시기

By 커피사유 2025-08-03 0

집권 여당 당대표 선거에서 전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이었던 정청래 의원이 당선되었다. 그는 “국민의 명령에 따라서 움직이고 당원이 가라는대로 갈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말씀드립니다”고 말했다. 개인적으로는 이러한 그의 입장은 당내 의사 반영이라는 원칙적인 측면에서는 적절하긴 하지만, 집권 여당의 당대표로서는 그의 여러 현안에 대한 입장과 인식을 두고 볼 때에는 대단히 우려스럽다고 생각한다. […]

작문을 위한 작문

By 커피사유 2025-07-16 0

근래에는 작문에 대해 이것저것 생각하게 되는 것 같다. 그동안의 여러 글쓰기를 점검한 결과, 나는 스스로가 카뮈로부터 강한 영향을 받았다는 결론을 내리게 된다. 그는 《이방인》과 《시지프 신화》에서 글로 예술을 빚는 것이 무엇인지를 보여주었는데, 그의 문장들에서 강한 영감을 받은 것 같다. 문체를 갈고 닦는 것에서 더 나아가 아예 글과 철학 자체가 일치하는 지경을 갈구하게 되었으니 말이다. […]

고등학교의 숲

By 커피사유 2025-03-27 2

조금 전, 대략 6년 전의 내가 그러했던 것처럼 대학들을 톺아보러 올라온(또는, ‘끌려온’) 경남과학고등학교 학생들과 대면하고 왔다. 그 시간은 아무리 길어야 15분 남짓으로 길지는 않았지만 거기에 설 수 있게 된 것에는 총 5년의 시간이 걸렸음을 나는 알고 있다. 솔직하게 말하면 씁쓸했다. 5 ~ 6년이 지나서 그렇겠지만 현장에 있는 사람들 중 내가 아는 사람은 존재하지 않았고 연단에 도열했던 학생들은 대부분 새내기거나 이제 막 2년차를 맞이하고 있었기에 나는 마치 아스라이 멀리 떨어진 이름 모를 공간에서 혼자 외치는 듯한 느낌마저 들었다. […]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

By 커피사유 2025-03-27 0

내 눈에 비치는 것은 어디인지 모를 곳을 향해 그저 걸어가는 무수한 사람들의 모습뿐이었다. 나는 어느 곳도 아닌 장소의 한가운데에서 애타게 미도리를 불렀다. 무라카미 하루키, 《노르웨이의 숲(Norwegian Wood)》. 민음사. 2024. p. 567. 조금 전 읽은 무라카미 하루키, 《노르웨이의 숲》의 마지막 두 문장. 책을 덮으면서 나는 이 두 문장이 어쩌면 최근 나에게 벌어진 근본적인 변화를 야기한 어떤 응어리를 요약해줄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

나오코와 나, Bill Evans와 Chet Baker

By 커피사유 2025-03-26 0

조금 전 《노르웨이의 숲》의 10장을 모두 읽은 뒤, 제11장으로 넘어가면서 첫 장을 읽은 직후에 내가 직감했던 바가 사실임을 확인했다. 제11장의 첫 마디가 나오코의 〈죽음〉을 고하고 있었던 것이다. 제10장까지만 하더라도 레이코 씨의 편지에서 ‘나오코는 빨리 회복되고 있다’라는 말이 쓰여 있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이는 급격한 반전이 아니라 할 수 없다. […]

상상력의 결여

By 커피사유 2025-03-24 0

조금 전 《노르웨이의 숲》을 읽은 것처럼 새벽에 소설을 읽을 때면 문득 처음 내가 소설을 읽어야겠다고 다짐했던 대학 새내기 시절이 떠오르곤 한다. ‘상상력의 결여’. 그 당시 나의 이러한 의사의 바탕에 깔린 문제 의식은 이 한마디로 요약될 수 있다. 자신이 처해 있는 상황만으로도 벅차다고 생각했던 (실제로도 극한을 향해 가고 있었기도 했다) 그 때의 나는 어느 사람을 보든, 어떤 텍스트를 보든, 아니면 어떤 문제를 보든 그 상황을 눈앞에 생생하게 그려내는 능력이 부족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던 것이다. […]

하얀 문

By 커피사유 2025-02-28 0

철학은 기본적으로 문을 여는 것이다. 문장은 단순하지만 가지는 무게는 중대하다. 문장은 짧지만 그 속에 담겨 있는 시간은 그렇지 않다. 문장은 쉽게 읽히지만 그 배경은 그렇지 않다. 나는 지난 4년 동안의 이 대학 위에서 내가 비틀거리며 걸어온 길들을 하나로 이어주는 가느다란 실이 바로 위 문장이라고 생각한다. ⓒ puinkey | 언젠가 그가 그렸던 그림인데, 비공개로 돌렸는지 지금은 출처를 찾을 수가 없다. […]

극단주의

By 커피사유 2025-01-30 0

질문 하나. “극단주의에 어떻게 대항해야 하는가?” … 12 · 3 비상계엄 사태 이후 우리 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을 보면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이 질문. 중 · 고등학교 때 헌법을 취미로 공부하며 그 안에 새겨진 가치들, 건국 과정에서부터 4 · 19 혁명, 부마 민주 항쟁, 5 · 18 민주 항쟁 등을 거쳐오며 흘린 피웅덩이 위에 새겨진 교훈들과 가치들을 살펴본 나로서는 유감스럽게도 우리가 지금까지 합의해오고 지켜온 체제를 정면 공격하는 사람들을 정말 이해하기 어렵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