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tegory: Quotes

카페지기 커피사유가 마음에 든 문구들을 모아두는 작은 도서관.

문화 또한 ‘심오하다’

By 커피사유 2025-01-17 0

왜 우리는 진화심리학이 들려주는 얘기에 이토록 솔깃한 걸까? 부분적으로는 우리 일상에서 젠더 구분이 고정되어 있고 불변하는 것처럼 보인다는 점이 한몫한다. 만약, 아무리 말려도 분홍색 물건만을 원하는 딸을 둔 부모라면, 딸의 그러한 고집은 단순한 문화적 규범이 아니라 더 심오한 무언가에서 비롯됐다고 생각하기 쉽다. 우리는 천성이나 생물학을 ‘심오한’ 것으로 여기고, 문화는 얄팍하고 피상적인 것으로 여기는 경향이 있다. […]

생물학적 성 對 사회문화적 성

By 커피사유 2025-01-17 0

시몬 드 보부아르는 『제2의 성』 서문에서 다음과 같은 역설을 언급했다. 인간종(種)에 암컷이 존재한다는 사실에는 모두가 동의한다. 이제까지와 마찬가지로 오늘날에도 인류의 절반은 암컷이다. 그런데도 여성성이 위험에 처해 있다는 말이 들려온다. 우리는 여성으로 존재하고, 여성으로 남아 있고, 여성이 되라고 요구받는다. 그 말인즉, 모든 암컷 인간이 반드시 여성인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

Veritas Non Est Veritas

By 커피사유 2024-09-01 0

“과학에 대한 신앙이 전제하고 있는 것과 같은 저 대담하고 궁극적인 의미의 진실한 인간은 그러한 신앙과 함께 삶과 자연 그리고 역사의 세계와는 다른 세계를 긍정한다. 그가 이 ‘다른 세계’를 긍정하는 한, 그는 이와 함께 이 다른 세계의 정반대인 이 세계, 즉 우리의 세계를 부정해야만 하는 것은 아닐까? 과학에 대한 우리의 신앙이 근거하고 있는 것은 여전히 하나의 형이상학적 신앙이다. […]

무지와 의심의 덕

By 커피사유 2024-07-24 0

소크라테스가 소피스트를 제치고 진정한 철학자로 존경받는 것은 역설적으로 ‘무지의 덕’을 내세웠기 때문이다. 자신이 그리스에서 가장 지혜로운 사람이라는 신탁을 받자 소크라테스는 “내가 아는 유일한 사실은 내가 아무 것도 모른다는 것이다”라고 고백했다. 이때부터 소크라테스는 각지를 돌며 지혜롭다는 사람들을 찾아다녔고, 자신이 어떤 덕을 찾아야 하고, 참된 진리가 무엇인지를 계속해서 질문했다. […]

장벽 앞에서의 용기

By 커피사유 2024-07-18 0

스스로의 벽을 깨지 못해 고통받는 사람이 세상에는 얼마나 많은 걸까. 그리하여 진실 앞에 눈감아버리는 아둔함은 얼마나 높고 거대한, 뒤틀린 장벽을 쌓게 되는 것일까. 나도 바로 그런 행동을 했다. 마음속에 잘못된 그림을 그리고 그 앞에 그저 앉아만 있었다. 진실을 알아내려는 용기가 없었다. 내가 한 걸음만 나아갈 수 있었다면 맥심은 넉 달 전, 아니 다섯 달 전에 이 모든 이야기를 해주었을 텐데. […]

니체 철학과 ‘철학함’

By 커피사유 2024-07-06 0

“Gott ist tot. 신은 죽었다.” 프리드리히 니체와 관련하여 사람들에게 가장 유명한 어록이 하나 있습니다. “신은 죽었다”라는 바로 그 말. 니체 초심자들에게는 마치 ‘신의 존재 부정’으로 들리기에 신성모독 혹은 지극한 현대주의적 발언으로 여겨지곤 하는 말. 그러나 그 뜻을 가장 정확하게 이해하려면 사실 니체의 전반 사상에 대한 폭 넓은 이해는 물론이거니와 서양 철학의 전반적인 역사 혹은 그 기조에 대한 시야가 어느 정도 잡혀 있어야 합니다. […]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By 커피사유 2024-04-07 0

“한번 생각해보게. 완벽해 보이는 딥프리징조차 실제로는 완벽한 게 아니었어. 나조차도 직접 겪어보기 전에는 몰랐지. 우리는 심지어, 아직 빛의 속도에도 도달하지 못했네. 그런데 지금 사람들은 우리가 마치 이 우주를 정복하기라도 한 것마냥 군단 말일세. 우주가 우리에게 허락해준 공간은 고작해야 웜홀 통로로 갈 수 있는 아주 작은 일부분인데도 말이야. 한순간 웜홀 통로들이 나타나고 워프 항법이 폐기된 것처럼 또다시 웜홀이 사라진다면? […]

한 사람을 판단하려면

By 커피사유 2023-09-01 0

한 사람을 판단하려면 적어도 그가 품은 생각과 그가 겪은 불행과 그가 가진 심상(心想)의 비밀 속에는 들어가봐야 하지 않는가. 그의 삶에 대하여 오로지 물리적인 사건들만 알려고 하는 것은 연대기, 곧 바보들의 역사를 작성하는 짓이 아닌가! 오노레 드 발자크 (Honore de Balzac) – 나귀 가죽 (La Peau de chagrin). 이철의 역. 문학동네. […]

내가 할 수 있는 한, 늘

By 커피사유 2023-03-06 0

가난하고 힘이 없고 고달프다 하여 내가 할 수 있는 내면의 빛과 소박한 기품을 스스로 가꾸지 않으면 나 어찌 되겠는가 내 고귀한 마음과 진정한 실력과 인간의 위엄은 어떤 호화로운 장식과 권력과 영예로도 결코 도달할 수 없고 대신할 수도 없으니 늘 단정히 늘 반듯이 늘 해맑게 박소해, 〈늘 단정히〉

이 길을 걷는 것은 담 저쪽에 내가 남아 있는 까닭이고

By 커피사유 2023-02-18 0

길 윤동주 잃어 버렸습니다 무얼 어디다 잃었는지 몰라 두 손이 주머니를 더듬어 길에 나아갑니다 돌과 돌과 돌이 끝없이 연달아 길은 돌담을 끼고 갑니다 담은 쇠문을 굳게 닫아 저녁에서 아침으로 통했습니다 돌담을 더듬어 눈물짓다 쳐다보면 하늘은 부끄럽게 푸릅니다 풀 한 포기 없는 이 길을 걷는 것은 담 저쪽에 내가 남아 있는 까닭이고 내가 사는 것은, 다만, […]